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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은메달 더 대단한 이유, '0%와 싸움' 불가능을 뒤집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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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은메달 더 대단한 이유, '0%와 싸움' 불가능을 뒤집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2.2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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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58년 동안 0명, 13명의 선수 중 전무한 기록.

한국 스노보드의 자존심 이상호(23·한국체대)가 금메달 만큼이나 값진 은빛 쾌거를 이뤄냈다. 이제는 아시아가 아닌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당당히 알렸다. 그리고 그 가치의 숨은 의미는 ‘0%’, 불가능을 깨버렸다는 것에 있다.

이상호는 24일 강원도 평창군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대회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한국 설상 종목의 역사를 뒤바꿔놓은 사건이었다.

 

▲ [평창=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상호가 24일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수확한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은 동계올림픽의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을 갖춘 국가다. 그러나 그것은 빙상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는 쇼트트랙을 필두로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에서만 메달을 따냈다. 윤성빈이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스켈레톤은 엄밀히 따지면 설상이 아닌 슬라이딩 종목에 해당한다.

기대를 걸었던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글 최재우가 결선에 올라 실격되며 아쉬움을 남겼고 다른 종목에서도 예상 밖 선전은 있을지언정 메달권에 든 선수는 없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설상은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하는 걸로 생각됐다.

대회 폐막 바로 전날. 이상호가 일을 냈다. 예선 1차 주행에서 전체 16위에 들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32명의 선수 중 16명이 토너먼트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기에 2차 시기에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했지만 상위권에 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예선이라고는 하지만 상위권에 드는 것은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예선 순위에 따라 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16강부터는 단 한 번의 결과로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유리한 코스를 선택하는 것은 한걸음 유리한 위치에서 경기를 시작할 수 있는 큰 메리트였다.

이상호는 2차 시기에서 5위에 들며 합계 3위로 16강에 진출했다. 4강에 가기 전까지는 유리한 코스를 선택할 수 있었다.

 

 

특히 이날은 코스간 차이가 극심했다. 오후 들어 블루 코스로 햇볕이 비추며 눈이 녹기 시작했다. 속도를 겨루는 종목에서는 눈이 녹을 경우 속도가 느려진다. 상대적으로 더 단단한 설면에서 선수들의 기록이 좋게 나오는 것. 실제로 16강에서 치른 8경기, 8강에서 치른 4경기, 4강 1경기에서 모두 레드 코스에서 승자가 나왔다. 이상호도 16강과 8강에서 모두 레드 코스를 택해 재미를 봤다.

그러나 4강에선 달랐다. 예선 3위 이상호는 결승행을 두고 2위 슬로베니아 얀 코시르와 격돌해야 했다. 코시르는 역시나 레드 코스를 택했고 이상호에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결국 과감히 도전했다.

출발부터 다소 뒤졌던 이상호는 중반 이후 그 간극을 줄여나갔고 막판 집념의 레이스를 펼치며 결국 100분의 1초 차로 짜릿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한국 설상이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확보하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상호는 “알파인 스노보드를 잘 모르는 분들이 봐도 레드랑 블루 코스가 차이 있다는 걸 아셨을 것”이라며 “4강에서 블루 코스를 타게 됐는데 이미 충분히 잘한 결과고 (이상헌) 코치님이 ‘지금처럼 타면 누구도 널 이길 수 없다. 타던 대로 후회 없이 타자’고 말씀해주셔서 후회 없이 미련남지 않는 경기를 하고자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결승에서 예선 1위 네빈 갈마리니(스위스)를 만난 이상호는 또다시 블루 코스 스타트 라인에 서야했다. 올 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세계랭킹 1위 갈마리니를 상대로 기적은 재현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관객석에선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고 마치 이상호가 승자가 된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번 대회 많은 스타가 탄생했지만 이상호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탄탄한 스토리와 짜릿한 명승부로 평창이 기억할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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