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7:51 (목)
특급 도우미 정재원, 챔피언 이승훈-은메달 스윙스 인터뷰서 왜 그의 이름이 나왔나
상태바
특급 도우미 정재원, 챔피언 이승훈-은메달 스윙스 인터뷰서 왜 그의 이름이 나왔나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2.25 0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릉=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초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승훈(29)도, 이승훈에 밀려 은메달에 머문 벨기에 바트 스윙스(27)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 칭찬이 향한 곳은 바로 대표팀 막내 정재원(17·동북고)이었다.

정재원은 24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이승훈의 금빛 질주에 특급 도우미 역할을 해냈다.

레이스를 마친 뒤 격하게 기쁨을 표하던 이승훈은 이내 그 덕분에 금메달을 수확할 수 있었다는 듯 관중들을 향해 정재원의 팔을 번쩍 들어올린 뒤 태극기를 함께 들고 링크를 돌았다.

 

 

이승훈은 경기 후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우리 재원이에게 너무 고맙다”며 “(막판) 스퍼트 전까지 재원이 도움이 있었다. 저보다 더 멋진 선수 될 거라 확신한다”고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실로 정재원이 없었다면 이승훈이 금메달을 들어 올릴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역할은 지대했다. 중반 이후 정재원은 2위 그룹 선봉에 서 앞서가는 1위 그룹과 격차를 좁혔다. 덕분에 이승훈은 다른 선수들 뒤에 숨어 공기저항을 줄이는 동시에 최후의 역주를 위한 힘을 비축해둘 수 있었다.

3바퀴를 남기고 스벤 크라머가 치고 나가자 정재원은 다시 그 뒤를 바짝 쫓으며 이승훈에게 기회를 전달했다. 2바퀴를 남기고 이승훈이 스퍼트를 시작하자 정재원은 그제서야 몸을 일으켜 세우며 이승훈의 레이스를 지켜봤다. 자신의 역할은 다 끝났다는 듯. 이승훈은 3위에서 빠르게 스피드를 올리더니 크라머를 제치고 2위에 자리했고 인코스로 파고들어 1위를 꿰찼고 그대로 질주해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정재원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뒤에서 내가 치고 나갔을 때 (앞에) 나머지 한 명만 남기 때문에 승훈이 형이 나가는 것까지 보고 내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승훈이 형이 몇 등으로 들어오는 지만 지켜봤다”고 말했다.

막판 이승훈에게 추월을 당한 벨기에 바트 스윙스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는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이승훈의 뛰어남을 인정하며 막판 스퍼트 전략을 알고 있어도 감당하기 힘들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그의 팀 메이트가 이승훈과는 다른 역할을 하면서도 함께 조율을 해나가기 때문에 이겨내는 게 쉽지 않다”며 “한 사람이 지원해주면 따라가기가 힘들다. 이승훈과 정재원은 팀 메이트로서 경기를 잘 이끌어갔다”고 말했다.

 

▲ [강릉=스포츠Q 안호근 기자] 경기를 마친 정재원. 수줍은 듯한 미소로 믹스트존 인터뷰에 나서고 있다.

 

정재원은 “제 레이스가 팀에 도움이 됐다는 것에 기쁘고 그로 인해 승훈이 형이 금메달 땄다는 게 뿌듯하다”며 “처음부터 그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승훈이 형이 계속 고맙다고 했다. 사이클이 없는데 승훈이 형이 자기가 사이클 사주겠다고 했다”면서도 “진짜 받을지는 잘 모르겠다. 엄마한테 사달라고 하면 되니까 마음만 받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재원은 앞서 열린 팀 추월 경기에서 이승훈, 김민석과 함께 출전해 형들의 큰 도움 속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찌감치 병역 면제 혜택까지 받은 정재원이다. 처음 나선 올림픽에서 거둔 크나큰 성과다.

그러나 다음 올림픽엔 여기서 만족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는 “개인 종목에서는 꼭 1등이 아니더라도 시상대에 설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다”면서도 “팀 추월에선 이번에 많이 도움을 받았으니 다음엔 제가 형들에게 도움을 많이 줘 꼭 1등으로 시상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귀여운 외모와 팬들을 생각하는 마음, 뛰어난 기량, 팀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면모. 그것도 모자라 듣는 이를 기분 좋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말솜씨까지. 이승훈을 쏙 빼닮은 정재원이 차세대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에이스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