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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결산 ⑭] 이승훈-김아랑-고다이라 열풍, 평창이 원한 건 실력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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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결산 ⑭] 이승훈-김아랑-고다이라 열풍, 평창이 원한 건 실력만이 아니었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3.02 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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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60억 지구촌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102개의 금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졌고 이들을 향한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그 중에서도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30·대한항공), 고다이라 나오(32·일본), 쇼트트랙 김아랑(23·고양시청)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상대를 압도하는 실력은 물론이고 번듯한 외모까지 갖췄다는 점은 이들의 인기를 뒷받침하는 요소였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이 신드롬의 이유를 설명하기 쉽지 않다.

실력만큼 뛰어난 이들의 인성. 여기에 그 비밀이 있다.

 

▲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왼쪽)과 쇼트트랙 김아랑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뛰어난 기량은 물론이고 긍정적인 마인드와 밝은 미소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사진=뉴시스]

 

◆ 모두를 사랑한 이승훈, 모두가 그에게 빠졌다

이번 올림픽은 뛰어난 준비로 외신들의 극찬을 받으며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논란은 있었다. 선수들의 행동이 불러일으킨 것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여자 팀 추월 대표팀의 팀워크 논란이 가장 중심에 있었다. 팀 경기임에도 따로 훈련을 했고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치명적인 행정 실수로 노선영이 중간에 일주일 간 선수촌을 떠나는 악재까지 겹치며 팀워크가 최악이 된 영향이 있었다.

남자 팀 추월 대표팀의 맏형 이승훈도 상황은 비슷했다. 매스스타트 유력 금메달 후보로서 쇼트트랙 훈련을 하기 위해 따로 훈련을 진행했다. 그러나 팀 워크에선 180도 달랐다. 동생들을 훌륭히 이끌며 팀 추월 은메달을 수확했다.

경기 후 이승훈은 “시즌 도중 후배들의 체력이 갈수록 떨어져 걱정이 많았다”면서도 “올림픽에선 후배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준비를 잘 한 것 같아 너무 고맙고 든든하게 레이스를 펼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인 김보름과 백철기 감독은 기자회견을 열고도 노선영을 탓하는 듯한 발언으로 더욱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이승훈은 도리어 “쇼트트랙 훈련을 위해 따로 나와서 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다른 동료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는걸 느꼈다”며 “차라리 ‘해외에 가서 했으면 괜찮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는 다른 동료들에게 상처주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 이승훈(오른쪽)은 매스스타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정재원과 함께 태극기를 돌고 링크를 돌았다. 자신을 도운 정재원의 공을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한 이승훈의 배려다. [사진=뉴시스]

 

매스스타트에서 ‘특급 도우미’ 정재원의 활약 속에 금메달을 목에 건 이승훈은 경기 후 그의 손을 번쩍 치켜들며 함께 링크를 돌며 후배의 공을 알렸고 경기 후엔 훈련에 큰 도움을 주는 자전거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참고로 이승훈이 평소에 타는 사이클은 1000만 원 대를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승훈의 ‘인류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올림픽 기간 중 감사하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금메달 획득 후에도 “너무 (앞선 인터뷰와) 똑같은 대사인 것 같지만”이라며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후원사와 소속사, 소속팀과 응원을 보내준 팬도 모자라 자원봉사자까지 언급하며 감사함을 전했다.

◆ 진정한 팀워크 가치 보여준 김아랑, 인터뷰 기술까지 금메달감

이번 올림픽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한 선수가 있으니 쇼트트랙 대표팀 맏언니이자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리스트 김아랑이다.

4년 전 소치 대회에 이어 계주 팀의 일원으로서 2연패를 일궈낸 성과가 빛난다. 그러나 상황이 같은 심석희(21)보다 그가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맏언니로서 보인 강한 책임감과 따듯한 리더십 때문이다.

여자 1500m에선 4위로 들어온 뒤에도 아쉬움을 표하기보단 눈물을 보이는 금메달리스트 최민정을 밝은 미소로 다독였다. 계주에선 혼신의 역주로 팀에 금빛 쾌거를 안기며 팀 정신을 살렸다.

그의 이름을 응용한 ‘아랑스럽다’, ‘아랑해’ 등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그의 따뜻한 마음과 사랑스러움은 인터뷰를 통해서 잘 나타난다.

 

▲ 결과와 상관 없이 늘 밝은 미소로 보는 이의 기분을 좋게 만든 김아랑. [사진=뉴시스]

 

김아랑은 헬멧 뒤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의 노란 리본을 새기고 레이스를 펼쳤다.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팽목항에 계신 분들게 고맙다고 연락이 왔다”며 눈물을 보였다. 감정을 추스른 그는 “그 한 마디로 큰 위로를 받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 덕분에 올림픽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따뜻한 마음씨에 그를 향한 팬들의 애정은 더욱 커져 갔다.

그의 성숙하고 ‘아랑스러운’ 성격은 선수촌을 퇴촌한 뒤 소속팀 고양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김아랑의 아버지 김학만 씨는 1톤 트럭 차량을 타고 다니며 창틀 설치 작업일을 하고 있다. 과거 김학만 씨는 김아랑이 자신의 트럭에 스스럼없이 타는 것을 두고 ‘대견하고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에 그는 “저희 아버지 차를 왜 부끄러워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현답을 내놓으며 “그런데 올림픽에서 상금을 받으면 좋은 건 아니더라도 아버지께 새 차를 사드려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고 지극한 효심을 보이기도 했다.

◆ 이상화 단짝 고다이라 나오, 이토록 사랑받은 일본 선수있었던가

‘빙속 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의 3연패를 저지시킨 고다이라 나오. 한일전으로 대표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보통의 경우라면 이상화를 꺾은 고다이라는 질투 섞인 비판, 혹은 일부 누리꾼의 SNS 테러, 그도 아니면 막연한 분노의 대상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기 후 고다이라를 향한 국내 누리꾼들의 평가는 호평 일색이었다. 올림픽 신기록을 갈아치운 빼어난 경기력은 물론이고 뛰어난 성품이 찬사의 더 큰 이유였다.

 

▲ [스포츠Q 안호근 기자] 평창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은메달을 나란히 목에 건 고다이라 나오(오른쪽)과  이상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대회 시작 전부터 이상화의 3연패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소치 이후 이사아화는 무릎 부상에 시달렸고 최근엔 고다이라 앞에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앞두고 이상화는 어느 때보다 부담이 컸다. 스스로도 “더 이상 (고다이라와) 비교하지 말아 달라.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나한테 초점을 맞춰달라”고 당부를 하기도 했다. 치열한 경쟁자로서 심히 신경에 거슬리는 눈치였다.

그런데 경기 후 뜻밖의 장면이 연출됐다. 최종 2위로 레이스를 마친 이상화는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에 오열했고 고다이라는 자신에게 환호하는 관중들을 향해 조용히 해줄 것을 부탁하며 ‘여제’를 향한 예우를 갖췄다. 고다이라는 이상화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고 둘은 뜨겁게 포옹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이상화는 “나오가 ‘아직도 너를 존경한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금·은메달리스트로 나란히 앉은 기자회견에서도 둘은 각별한 우정을 자랑했다. 이상화의 답변에서 고다이라가 그를 얼마나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읽을 수 있었다. 이상화는 “(고다이라는) 일본에 가면 제가 좋아하는 걸 계속 선물해준다”며 “베이징 올림픽까지 선수 생활을 할 것이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나오가 제가 하면 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링크 안에선 누구보다 치열히 경쟁한 둘이지만 경기 후엔 대표팀 동료 이상의 ‘특급 케미’를 보였다. 이처럼 화목한 사이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은메달리스트 이상화를 배려한 고다이라의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다이라와 이상화는 승자와 패자가 아닌 아름다운 올림피언들이었을 뿐이다.

운동 선수에게 완벽한 면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반대로 실력만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올림픽을 통해 더욱 명확히 밝혀졌다. 다소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상대를 배려할 줄 알고 팀 동료를 진정으로 아낄 줄 알며 따뜻한 마음씨로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발휘한 스타들이 어느 때보다 더욱 주목을 받은 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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