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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컬링] '차재관 빼고 이동하' 백종철 승부수, 최선의 선택에 누구를 탓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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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컬링] '차재관 빼고 이동하' 백종철 승부수, 최선의 선택에 누구를 탓하리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3.1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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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백종철(43) 휠체어 컬링 대표팀 감독은 냉정했다. 그토록 잘하던 차재관(46)이었지만 샷이 흔들리자 경기 경험이 적은 이동하(45)와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백 감독의 승부수는 즉효를 나타내며 성공을 거두는 것처럼 보였지만 연장 뼈아픈 실책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백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6일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휠체어 컬링 혼성 준결승 노르웨이전에서 연장(9엔드) 혈투 끝에 6-8로 졌다. 동메달 획득의 기회가 남았지만 잡을 수 있었던 경기였기에 아쉬움이 컸다.

 

▲ [강릉=스포츠Q 안호근 기자] 백종철 휠체어 컬링 대표팀 감독이 16일 노르웨이와 준결승전을 마치고 믹스트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보통은 스킵(주장)이 마지막 2개의 샷을 책임지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대표팀은 달랐다. 그 몫은 스킵 서순석(47)이 아닌 차재관의 몫이었다. 높은 샷 적중률 때문이었다. 차재관은 예선 11경기에서 63%의 적중률을 보였다. 이는 마지막 샷을 책임지는 11개국 주자들 가운데 중국 왕하이타오(66%)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치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1엔드 득점 기회에서 연달아 힘 조절에 실패하며 후공에서 1점 스틸의 빌미를 제공했고 2엔드에도 여전히 감을 잡지 못하는 듯했다. 3엔드엔 영점 조절에 실패하며 하나의 스톤을 날렸고 모여 있는 상대 스톤 3개 중 1개만을 내보내는데 그치며 3점을 내줬다. 6개의 샷 중 단 2개만이 성공했지만 그마저도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결국 백 감독은 칼날을 빼들었다. 4엔드를 앞두고 2-4로 뒤진 상황에서 차재관을 빼고 이동하를 투입했다. 게다가 지금까지 세컨을 맡았던 서순석에게 마지막을 맡긴 것도 불안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백 감독은 “고민은 크게 없었다. 차재관 선수가 샷이 안 되니까 바로 교체해야 된다고 생각해 샷이 하나 남은 상황에서 이동하 선수에게 바로 몸을 풀라고 했다”고 밝혔다.

 

▲ 이동하(왼쪽에서 2번째)가 16일 경기 도중 교체 투입돼 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순서를 재배치한 이유에 대해서는 “서순석 선수가 원래 라스트 샷까지 담당했었고 3엔드까지 컨디션이 좋았다”며 “라스트로 내리고 바로 들어간 이동하 선수는 샷 감이 없기 때문에 세컨에 넣었다”고 전했다.

분명한 이유는 있었지만 에이스 차재관을 빼는 것은 모험수에 가까워 보였다. 게다가 교체로 나설 이동하는 예선 11경기 중 2차례만 나설 정도로 경험이 적었다. 샷 성공률도 50%에 그쳤다.

그러나 이동하는 갑작스런 투입에도 본인의 임무를 기대 이상으로 해냈다. 4엔드 한국의 4번째 샷에서 하우스 안에 있는 노르웨이의 스톤 2개를 한꺼번에 내보내는 더블 테이크 아웃했다. 바통을 넘겨받은 서순석은 7번째 스톤을 가드 뒤로 완벽히 숨긴 이후 마지막 샷에서 노르웨이의 1번 스톤을 내보내며 2점을 만들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동하는 이후에도 상대 스톤을 깔끔히 제거해냈고 안정적으로 가드를 세우며 백 감독을 뿌듯하게 했다.

중압감이 커졌을까. 한국이 4-6으로 뒤진 8엔드 이동하는 우리 스톤을 맞혔다. 다행히 상대의 연이은 실수와 서순석의 활약으로 2득점, 연장에 돌입했지만 9엔드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이동하가 던진 스톤은 연달아 호그라인을 넘어서지 못하고 제거됐다. 뛰어난 활약을 무색케하는 치명적인 실수였다. 결국 한국은 노르웨이에 2점을 내주며 동메달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 한국 휠체어 컬링 대표팀이 노르웨이에 석패한 뒤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나친 부담감이 독이 된 것으로 보였다. 백 감독은 “선수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감독 입장에선 긴장을 한 것 같다”며 “마지막 스톤까지 승부를 이어가 긍정적으로 생각했는데 중요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순석도 “제가 보기에도 마지막에 선수들이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고 보탰다.

누구를 탓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백 감독의 과감한 결단에는 분명한 근거가 있었고 성과도 있었다. 이동하도 경기 감각이 부족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다만 극과 극 행보가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키운 것은 사실이었다.

대회가 끝난 건 아니다. 17일 캐나다와 3·4위전이 남아 있다. 백 감독은 “우선 선수들에게 오늘 경기는 잊으라고 말하고 싶다”며 “내일도 오늘처럼 마지막까지 갈 것 같은데 진짜 마지막 경기니까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자고 할 것이다. 캐나다는 예선에서 이긴 상대니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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