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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 '미운우리새끼' 송지효 둘러싼 어머니들의 '지효대첩', 못내 씁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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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 '미운우리새끼' 송지효 둘러싼 어머니들의 '지효대첩', 못내 씁쓸한 이유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8.03.1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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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미운우리새끼'에서 송지효를 둘러싼 어머니들의 '며느리 쟁탈전'이 펼쳐졌다. '참'하고 '예쁜' 송지효를 며느리로 삼으려고 하는 어머니들의 아들 '영업'은 이제 '미우새'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모습이다. 

그동안 '미운우리새끼'에는 많은 미혼 여성 패널이 출연했다. 프로그램 초반 신동엽과 함께 '미우새'를 이끌어 갔던 한혜진의 하차 이후 매주 게스트 형식으로 연예인 패널이 초대된다. 특히 미혼 여성 패널이 출연할 때면 어머니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는다. 

 

'미운우리새끼'에서 '지효대첩'의 중심이 된 송지효 [사진 = SBS '미운우리새끼' 방송화면 캡처]

 

'미운우리새끼'는 지난 2016년 첫 선을 보인 예능이다. 이제는 SBS 대표 심야예능이 된 '미운우리새끼'는 시청률 15%를 넘는 '인기 예능'이기도 하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관찰예능 형식을 차용한 '미운우리새끼'는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철이 안든 아들들의 싱글 라이프를 어머니들이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는 방식으로 꾸려졌다.

'미운우리새끼'의 예능 형식은 MBC의 인기 관찰예능 '나 혼자 산다'와 닮았다. '나 혼자 산다'는 스타들의 싱글 라이프를 관찰예능 형식으로 풀어내며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다. 스튜디오에서 연예인 패널이 스타 출연진들의 일상을 보며 코멘트하는 방식 또한 '나혼산'과 '미우새'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형식은 같지만 '나혼산'과 '미우새'의 지향점은 다르다. '나혼산'이 스타들의 다양한 싱글 라이프를 공개하며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선사한다면 '미우새' 속 출연진들의 싱글 라이프는 때때로 지탄의 대상이 된다. 어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어디하나 빠지지 않는 아들의 결혼이며 결혼과 무관한 아들의 취미, 음주나 피규어 조립, 운동 등의 행위는 '철 없는 것'으로 치부된다.

'미우새'의 어머니들이 며느릿감 찾기에 열성적으로 나서는이유도 이 때문이다. 집을 떠나 홀로 사는 아들의 안타까운 '싱글 라이프'는 번듯한 부인을 만나지 못해 벌어진 참사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아들의 취향, 취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머니들의 안타까운 탄식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로 쓰인다.

 

'나 혼자 산다'는 스타들의 싱글 라이프를 보여주는 관찰 예능으로 사랑받았다. [사진 = MBC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캡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인 가구의 비율은 전체 가구의 27.1%를 차지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과거와 달리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1인 가구를 겨냥한 제품들도 시장에서 세를 불려가고 있다.

그러나 TV는 여전히 1인 가구에 대해 보수적이다. '미우새'의 경우를 보듯 '1인 가구' 기간은 종착역이 아닌 아닌 결혼 전 거치는 잠시의 유예기간으로 취급된다. 

싱글 라이프를 조명하며 사랑받았던 '나 혼자 산다'도 최근에는 무지개 회원들의 러브라인을 중심으로 전개하며 유사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나 혼자 산다'의 한혜진, 전현무의 열애 인정 소식에 두 사람이 곧 싱글 라이프를 청산할 예정이라며 부러워하는 다른 패널들의 모습은 초창기 당당한 싱글 라이프를 다뤘던 '나 혼자 산다'의 방송 방향성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유튜브, 1인 인터넷 방송에서는 홀로 사는 유튜버, BJ들의 방송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TV는 여전히 '결혼', '출산', '육아'가 주요 예능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1인 가구, 비혼이 높아지는 현 세태에 비교하자면 다분히 보수적인 소재들이다.

'미우새'에서 보여졌던 '지효대첩'은 조만간 다른 젊은 비혼 여성의 이름을 빌려 또다시 펼쳐질 풍경이다. 1인가구, 비혼족이 늘어가고 있는 이 때, TV에서 미혼여성에게 결혼을 종용하는 풍경이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펼쳐지는  것은 왜일까? 지상파 TV프로그램이 지금보다 조금 더 다양한 삶의 태도들을 이해하는 관용적인 태도를 보일 수는 없는 걸까? '미우새'의 '지효대첩'이 못내 불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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