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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위기에 강한' 한유미-황연주-양효진, 언니들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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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위기에 강한' 한유미-황연주-양효진, 언니들의 힘!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8.03.20 0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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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한유미(36)와 황연주(32), 그리고 양효진(29‧이상 수원 현대건설)은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주역들이다.

실업배구 시절부터 현대건설에서 뛴 한유미는 대전 KGC인삼공사로 이적한 2011~2012시즌, 팀의 통합우승을 이끌며 존재감을 높였다. 황연주는 인천 흥국생명 시절 김연경, 이영주 등과 미녀군단으로서 세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백어택의 여왕’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양효진은 현대건설에서만 뛰며 ‘블로킹 여제’로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 황연주(왼쪽)와 한유미가 19일 IBK기업은행전을 앞두고 활짝 웃고 있다. 오른쪽은 황민경. [사진=KOVO 제공]

 

V리그와 국가대표를 오가며 엄청난 커리어를 쌓은 이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한유미는 어느새 은퇴를 바라볼 나이가 됐고, 무릎 통증을 안고 있는 황연주의 점프력은 예전 같지 않다. 양효진 역시 팀 내에서 공격 비중이 크기 때문에 어깨와 허리가 좋지 않다.

지난 17일 화성 IBK기업은행에 플레이오프(PO‧3전 2선승제) 1차전을 맥없이 내준 이들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2차전 홈코트에서 열정을 불살랐고, 마침내 시리즈를 최종 3차전까지 끌고 갔다.

1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PO 2차전에서 한유미는 10득점 공격성공률 33.33% 서브에이스 2개를 기록했다. 3세트 24-23에서 날카로운 오픈 공격을 성공한 것이 백미였다. 황연주는 16득점(공격성공률 27.27%) 서브에이스 1개를 뽑았는데, 4세트 24-25에서 천금 같은 백어택을 꽂아 승부를 듀스로 돌렸다. 양효진은 1차전 부진을 딛고 팀 내 최다인 19득점(공격성공률 41.66%) 서브에이스 3개, 블로킹 6개를 뽑아냈다. 4세트 25-25에서 결정적인 서브에이스를 기록하며 빛을 발했다.

경기 후 다소 지친 기색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온 ‘맏언니’ 한유미는 “사실 오늘 패하면 내 은퇴경기가 될 수도 있었다. 만약 패하더라도 1차전처럼 하지는 말자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코트를 밟았는데, 경기 감각이 떨어져있다는 핑계로 못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했기 때문에 더 이기고 싶었다. 힘들었을 텐데 선수들이 잘 이겨내서 고맙다”고 말했다.

황연주는 “7연패(PO 1차전 패배 포함)를 오랜만에 해봐서 그런지 팀 분위기 좋지 않았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오늘은 그저 죽기 살기로 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고 경기하니 잘 되더라”고 웃었다.

양효진은 “언니들이 이 정도까지 헌신해줄 줄은 몰랐다”면서 “오늘은 모든 선수들이 수비를 잘해줬다. 뭔가 악착같이 하는 게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 황연주(오른쪽)와 한유미. [사진=KOVO 제공]

 

이날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소냐 없이 경기를 치렀다. 부상으로 아웃된 엘리자베스를 대신해 들어온 소냐는 정규시즌 막판부터 경기력이 뚝 떨어졌고, PO 1차전에서도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이에 이도희 감독은 황연주를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자리에 세우고 황민경, 고유민으로 왼쪽 공격수 진용을 꾸렸다. 하지만 고유민이 1세트 부진해 한유미가 교체 투입됐고, 공수에서 쏠쏠하게 제 몫을 했다. 맏언니로서 후배들을 다독이며 역전극을 이끌었다.

한유미는 “우리팀에 화려한 선수들이 많다. 전성기 때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기량을 갖춘 이들이 많다”면서 “지금 당장 외인이 없지만 (황)연주나 (양)효진이 모두 한 번씩 외인 없이 경기한 경험이 있다. 때문에 큰 경기에서 이들이 본인 몫을 해 줄 거라 믿었다. 오늘도 나름 잘해준 것 같다. 비록 외국인 선수가 있는 IBK기업은행에 비해 우리가 불리할 수도 있지만 부담감은 덜하기 때문에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다”고 만족해했다.

한유미가 열심히 뛴 것을 코트에서 지켜본 황연주는 “(한)유미 언니가 2세트 후반부터 입술이 새파래지더라. 오늘부터 누워있어야 할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한유미는 “5세트까지 가면 질 것 같았다. 무조건 4세트에 끝내야겠다는 마음으로 뛰었다”고 답했다.

 

▲ 양효진이 19일 IBK기업은행전에서 스파이크를 때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

 

3차전을 맞는 각오에 대해 양효진은 “너무 욕심을 가지면 체하더라. 최대한 욕심을 갖지 않으려 한다”며 “그저 공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며 악착같이 뛰겠다”고 다짐했다.

큰 경기에서 경험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린 선수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베테랑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기에 3차전을 맞는 현대건설의 미래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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