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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마운 발견, '무한 가능성' 박보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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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마운 발견, '무한 가능성' 박보검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12.18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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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KBS 2TV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를 통해 그의 얼굴을 알게 된 사람들이 적잖을 것이다. 재능, 외모, 성품 등 모든 측면에서 완벽한 이윤후 역을 맡은 배우 박보검(21). 이윤후는 설내일(심은경 분)을 두고 차유진(주원 분)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도 하고, 손가락 통증으로 어린 시절부터 켜 온 첼로를 포기하게 되는 등 고통과 변화 또한 겪는 캐릭터다.

박보검은 전작들에서 주로 인물의 아역을 맡았고, 한 인물을 꾸준히 연기한 것은 '원더풀 마마' 이후 두 번째다. 그래서 그에게 '내일도 칸타빌레'는 "두고두고 간직하고 싶은 '보물상자'같은 작품"이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노민규 기자] 박보검이 인터뷰에서 자주 언급한 단어는 '감사'였다. 작품에서 연기한 것에 대해, 작업한 제작진과 배우들에 대해, 연기에 조언해준 지인에게, 작품을 봐 준 시청자에게. 이윤후만큼이나 따뜻한 성품의 박보검이 사는 방법이다.

올해 또한 박보검에게는 감사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지난 여름 개봉한 영화 '명량'에서는 '토란 소년'으로, 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서는 이서진의 아역으로 분했고, '내일도 칸타빌레'에서는 이윤후를 연기했다. 올 한 해 뿌듯한 시간을 보내며 연기적으로 많은 성숙을 겪은 박보검을 만났다.

 

◆ 내일도 칸타빌레, '인연'과 '음악' 얻은 드라마

박보검이 맡은 이윤후 캐릭터는 첼로를 전공하지만 지휘에도 훌륭하다. 극중 오케스트라의 맘보(Mambo) 연주를 박보검이 지휘하는 장면은 방송 당시 화제가 됐다. 지휘가 실감났고, 눈빛과 표정 연기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장면의 주인공 박보검은 촬영 당일까지도 많이 떨렸다고 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선생님께는 지휘의 기초 개념과 박자만 배우고 이후로는 혼자 영상을 보면서 연습했어요. 연습은 많이 했지만 자신이 없어서 긴장이 됐죠. 다행히 편집도 잘해주시고 잘 찍어주셔서 잘 나온 것 같아요. 다음날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이름이 올랐는데, 같은 소속사의 차태현 선배님이 '잘 봤다'고 하시면서 검색어 1위를 캡처해서 보내 주셨어요. '축하한다. 이런 거(검색어 1위) 잘 간직해야 한다'고 하시면서요. 하하."

지휘와 더불어 첼로 연주 또한 배웠다. 이윤후가 첼로를 연주하는 캐릭터라, 박보검 또한 입문용 첼로를 사서 열심히 연습했다. 지금은 두 곡 정도를 연주할 수 있다.

"첼로가 사람 목소리와 비슷한 음색이라서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차분해진다고 하더라고요. 드라마에서 연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악기 연주라는 재주를 추가시킬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어요."

'내일도 칸타빌레'는 일본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를 원작으로 했다. 원작 만화와 드라마에 있었던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박보검이 맡은 이윤후 캐릭터는 원작에 없었다. 때문에 박보검 본인이 캐릭터에 대해 파악하고 분석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했다. 그러나 박보검은 이를 어렵기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처음엔 원작이 없는 캐릭터다 보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보니 오히려 좀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하는대로 이윤후의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자신감을 가지고 멋있게 표현하도록 노력했어요."

"윤후는 겉보기에는 완벽해 보이지만, 차유진과 설내일을 만나고, 손가락을 다치면서 성격이 바뀌는 면이 있었어요. 20여년 동안 해 온 첼로를 놓아야 하는 상황인데, 그런 상황이 오게 되면 얼마나 슬플까요? 음악가가 손을 다친 건 모든 걸 잃은 거니까요. 그 이후부터는 자신의 감정 표현에 좀더 솔직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극중 상황을 얘기하는 눈망울이 금세 안타까움으로 꽉 찼다.

 

사실 '내일도 칸타빌레'에 대한 평가가 좋지만은 않았다. 국내 드라마 정서와는 맞지 않는 연출과 각색은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박보검은 그러나 "드라마 촬영 자체가 감사였다"고 말했다. 즐거운 현장의 이유는 따뜻한 제작진들과 또래 연기자들 덕분이었다.

"촬영 가는 길은 항상 설렜어요. 물론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면 더 좋았겠지만, 현장이 즐겁고 재밌어서 촬영 자체가 감사했어요. 서로 애드리브로 연기할 때도 많고, NG마저 재밌을 때가 많았어요."

"또래와 있을 때는 나이대가 비슷하다보니 공감대 형성이 쉬웠어요. 같이 있으면 서로 젊은 에너지를 받아서 그런지 더 어려지는 것 같아요. 저희끼리 모이면 고등학생 때 얘기를 해요. 서로 단체 채팅방도 만들어서 벌써부터 '보고싶다' 하고 있어요.

(고)경표 형은 정말 재밌어요. 저는 경표 형과 다른 친구들 사이의 중간에서 형의 말을 수습(?)하거나 통역(?)해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하하. 이번 작품도 그렇고, 매번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는 것 같아 저는 참 복을 받은 것 같아요."

 

◆ "연기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감사하다"

박보검은 2011년 영화 '블라인드'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 '차형사', '끝까지 간다', 드라마 '각시탈', '원더풀 마마' 등에서 연기했다. 햇수로는 벌써 내년이면 연기 5년차에 접어든다. 박보검은 연기를 할 때 계속해서 자신에게 의문을 던진다고 했다.

"제가 잘 표현한 게 맞는지 의문이 생겨요. 나는 이 인물을 이렇게 파악해서 표현했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싶거든요. 그런 점에서 연기는 재밌지만 또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박보검이 택하는 방법은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것이다. 가족, 회사 관계자, 친구들, 선배 연기자 등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먼저 조언을 청하기도 한다. 박보검은 "무조건적인 칭찬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해 주신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했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 건 없는지 주변에 물어보는 걸 좋아해요. 사교성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선배님들께도 쑥스러움 없이 먼저 다가가 여쭤보는 편이에요. 그러면 정말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해 주시거든요. 회사 분들이나 부모님도 저를 소속 배우나 아들이라기보다는 '화면 속 연기자'로 봐 주셔서, 제가 혹시라도 거만해질 수 있는 걸, 옆에서 항상 잡아주세요. '내일도 칸타빌레'에서도 초반의 페이스를 유지하라고 말씀해 주신 덕에 긴장을 놓지 않을 수 있었어요."

자신의 연기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먼저 나서는 데는 무엇보다 용기가 필요할 듯했다. 박보검은 그 비결로 자신감을 꼽았다.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기대하지 않은 답이 나오더라도 인정하는 객관적인 마음도 있어야 할 것 같고요. 겁은 나지만, 여쭤봐서 제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얻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뭐든 안 해보고 하는 후회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 싱어송라이터 꿈꿨던 소년, 음악‧연기 다 잡는 날, 올까요?

박보검은 원래 가수를 꿈꿨다. 피아노를 치며 노래 부르는 영상을 회사에 보냈고, 배우에 더 어울릴 것 같다는 말에 연기를 시작했다. 어릴 때 배운 피아노로 교회에서 반주도 하는 '교회 오빠'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체르니 30번까지 배웠는데, '내일도 칸타빌레'에서 설내일이 손등을 맞는 것처럼, 저도 선생님께 손등을 맞았어요. 어린 마음에 싫어서 그만뒀죠. 조금 싫어도 견뎌냈다면 차유진처럼 할 수 있었겠죠? 하하. 그런데 제가 어렸을 때는 피아노 치는 남자들이 별로 없었는데 이제 피아노 치는 남자들이 많아졌어요."

지금은 대학교 뮤지컬학과에 재학 중이다. 아직은 이론을 배우고 있어 뮤지컬 무대에 서 보지는 못했지만, 음악만 듣기보다 요즘에는 전체적인 무대 연출이나 안무, 퍼포먼스 등 종합적인 것을 보는 쪽으로 시야를 넓혔고, 학교 친구들이 잘 하는 걸 보고 자극을 받기도 한다.

"최근에 같은 회사의 고창석 선배님이 출연한 뮤지컬 '킹키부츠'를 봤어요. 객석까지 들썩이게 하는 유쾌한 내용인데요. '내가 저런 무대에서 공연을 하면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상상만으로도 떨렸어요. 가족들, 지인들이 좌석에 앉아있으면 벅차기도 할 것 같고, 여러가지 기분이 들 것 같아요."

 

◆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박보검이 반듯하게 자란 데에는, 대화가 자유롭고 사랑이 가득한 가족과 함께 지낸 덕이 컸다. 부모님, 그리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누나, 형 밑의 막내로 자랐다. 가치관에는 가족과 박보검의 이름('보배로운 칼')을 지어 준 교회 목사님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 때문인지 "사춘기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방문 쾅 닫고 그런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반항적이거나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아버지께서는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깨달은 지혜를 많이 알려 주세요. 평소 제가 마음에 새기는 말도 집의 가훈에서 따 온 것도 많아요. '오늘을 마지막 날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자', '정직하고 분명하면 떳떳하고 당당하다',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배움의 끝은 실천이다' 등등. 말의 힘이 대단한 게, 이런 말들을 입 밖으로 내서 하면 정말 실현이 되더라고요.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하게 되면 감사한 일이 많이 생기는 것처럼요. 어르신들 말씀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아요. 하하."

박보검이 앞으로 되고 싶은 배우는 연기를 잘 하는 배우, 멋있는 배우도 아니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라는 특별한 답이 나왔다.

"저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박보검이 나오는 작품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말을 들으면 좋겠어요. 제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저 또한 진실하고 정직한 사람이 되고 싶고요."

 

[취재후기] 조용한 목소리. 답변 전에는 미간을 좁히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고, 칭찬에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바르게 자란 박보검의 성장과 이 배우의 발견이 반갑다.

앞서 아역 연기로 시청자들로부터 눈도장을 찍었기에 박보검을 여전히 '아역 배우'로 알고 있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소중함을 말했다.

"아역 연기자로만 알지 않을까, 그런 데에 부담감은 없었어요. 제가 맡은 역할을 소중하게 여기고 연기하면 배울 수 있는 게 많더라고요. 아역도 이 나이가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요. 제가 했던 작품들은 다 감사하고 소중해요."

현재를 소중하게 여기고 감사할 줄 아는 배우. 박보검은 앞으로 영화 '코인로커걸', '반짝반짝 두근두근'의 개봉 또한 앞두고 있다. '선한 영향을 끼치는 배우'가 되기 위해, 이름 뜻처럼 '보배로운 칼'로 쓰일 날을 위해, 스물 한 살의 박보검은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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