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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7년의 밤' 원작의 폭력성은 그대로·인물 특성은 변화… 장동건 이미지 변신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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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7년의 밤' 원작의 폭력성은 그대로·인물 특성은 변화… 장동건 이미지 변신 성공?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8.03.22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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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아무래도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모양이다.

정유정 작가의 베스트셀러, ‘광해’의 추창민 감독, 장동건 류승룡 송새벽 고경표 등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출연.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 영화 ‘7년의 밤’이 베일을 벗었다.

예비 관객들이 기대했던 장동건의 이미지 변신, 고경표와 송새벽의 힘 있는 연기력, 세령 마을 재현은 영화의 볼거리로 꼽을만 하다. 그러나 영화 ‘7년의 밤’은 원작의 장점을 제대로 살려내지도, 단점을 완벽하게 가려내지도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영화 '7년의 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유정 작가의 소설 ‘7년의 밤’은 발표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베스트셀러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의 시선을 가지고 7년 전 세령이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오영제(장동건)의 것이 되기도 하고 최현수(류승룡), 안승환(송새벽), 최서원(고경표)의 것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강은주(문정희)의 시선으로도 이야기를 전개하며 인물들의 균형을 맞추고, 퍼즐을 맞춰 나간다.

그러나 영화 ‘7년의 밤’에서는 각 인물의 시선을 잘라내 최현수와 오영제의 시선으로만 사건을 바라보게 만든다. 이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는 좋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 결정으로 ‘7년의 밤’은 특유의 스릴러적인 면모보다 드라마적 요소가 더욱 부각되고, 원작에서는 크게 느낄 수 없었던 ‘비틀린 부성애’만 남게됐다.

류승룡은 극한 상황에 몰리자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아내를 폭행하고, 장동건은 사이코패스 기질을 보이며 아이와 아내를 상습적으로 구타해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이 보여주는 행위의 끝에는 반성이 아닌 자기 연민만 남는다. 

류승룡은 아들 고경표를 앞세워 어쩔 수 없었다 말하고, 장동건은 자신이 만든 세계가 무너진 것을 끝내 참지 못한다. 작품에서는 범죄자에 대한 연민을 남기는 것이 아닌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없다.

 

영화 '7년의 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또한 영화를 이끌어가는 동력인 ‘비틀린 부성애’는 일정 부분 불완전한 느낌이다. 오영제와 최현수가 만들어낸 일련의 사건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는 피해자가 완전히 배제돼 있기 때문에 더욱 두드러진다. 두 사람의 선택들로 인해 계속해서 피해자들이 생겨나지만 영화는 이들을 조명하지 않는다.

소설 ‘7년의 밤’은 ‘살인자의 자식’으로 평생을 살아 온 서원이의 삶과 심리를 조명한다. 서원이의 성장 과정은 친척들의 외면과 학내 괴롭힘 뿐 아니라 편의점 앞 고집스러운 모습,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짐 등으로 표현되며 인물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러나 영화는 오영제와 최현수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이 이야기를 삭제한다. 중심에 있어야 할 서원이는 자연스럽게 원 밖으로 밀려난다.

결국 영화 속 세령과 서원의 이야기는 ‘부성애’ 안에 머물게 된다. 두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며 본질적 문제인 ‘가정폭력’ 등 조금 더 무겁고 큰 이야기들은 철저하게 배제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 ‘7년의 밤’ 속 송새벽과 고경표의 관계성이 헐겁게 그려지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원작 속 두 사람은 세령 마을에서 첫 인연을 맺게 되며 한 공간을 공유한다. 두 사람은 세령이와 관련된 비밀들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존재로 자리 잡는다.

 

영화 '7년의 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때문에 친척들에게 버림받은 서원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승환이라는 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영화는 세령 마을을 재현하며 승환과 서원의 공간을 분리했다. 두 사람의 공간 분리는 관객들에게 두 사람의 정서적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데 일조한다. 이는 승환의 행동이 단순히 동정심이나 연민, 죄책감 등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고, 두 사람의 관계에 의문을 더한다.

캐릭터들의 거리감이 느껴지는데도 불구하고 영화 ‘7년의 밤’ 속 고경표와 송새벽은 꽤 충실하게 연기를 이어간다. 두 사람 모두 느긋하면서도 서늘한 분위기를 담아내며 류승룡과 장동건의 대립이 만들어 놓은 뜨거운 공기를 바꿔 놓는다. 두 사람 모두 터질 듯 터지지 않는 감정 연기를 선보이기도 해 캐릭터가 가진 불안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영화 ‘7년의 밤’은 폭력과 살인이 중심 이야기 속에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류승룡 장동건의 대립 장면은 15세 관람가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적나라하고 과격하게 표현된다. 물론, 원작 소설 역시 폭력적이고 잔인하다. 그러나 영화는 최근 한국 영화가 답습하고 있는 ‘불필요한 폭력성’을 그대로 담아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영화 '7년의 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7년의 밤’의 가장 큰 장점은 사건의 배경이 되는 세령 마을을 재현해 낸 것이다. 세령댐과 짙은 안개, 수몰된 이전의 세령 마을 등의 이미지를 완벽에 가깝게 만들어낸 ‘7년의 밤’은 작품 특유의 분위기를 오프닝에서부터 어필하는데 성공한다.

‘7년의 밤’의 음악 역시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과하지 않으면서 긴장감을 적당히 유발하는 음악 사용은 자연스럽게 관객들을 집중시킨다. 또한 편집과 음악사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작품의 템포를 조절하는 추창민 감독의 연출력도 돋보인다.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장동건의 이미지 변신도 눈길을 끈다. 면도칼로 M자 이마를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영화 후반부에는 치열한 싸움의 흔적이 얼굴을 감싼다. 젠틀하고 깔끔한 이미지의 장동건이 이제껏 보여주지 못했던 캐릭터를 만났다는 점도 ‘7년의 밤’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7년의 밤’은 오는 2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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