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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그녀의 일상 뒤흔든 '두 번의 낮과 한 번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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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그녀의 일상 뒤흔든 '두 번의 낮과 한 번의 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2.1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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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내일을 위한 시간’의 원제는 ‘Two Days, One Night(이틀 낮, 하루 밤)’이다. 이틀 낮과 하루 밤에 걸친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의 일상을 다루고 있으나 정확하게는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오전까지 한 개인의 인생을 뒤흔든 사건을 고요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영화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로 공개된 벨기에 출신 다르덴 형제의 신작이다. 각본과 연출, 제작을 함께하는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사실주의적 시각으로 담아내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거장이다. ‘로제타’ ‘아들’ ‘자전거 탄 소년’ 등의 영화는 매번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칸영화제는 형제 감독에게 2회나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겼다.

 

우울증으로 휴직한 뒤 복직을 앞둔 산드라는 인건비 절감을 꾀한 사장의 제안으로 산드라의 복직을 부결하는 대신 1000유로의 보너스를 선택하게 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다. 이 와중에 작업반장은 동료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기까지 했다. 투표의 불공정성이 제기되고 월요일 아침 재투표가 결정된다. 일자리를 되찾고 싶은 산드라는 주말 동안 16명의 동료들을 찾아가 보너스 대신 자신을 선택해달라고 설득하기로 결심한다. 각자의 사정 때문에 외면하는 이들, 마음을 바꿔 지지해주는 동료들도 나타난다. 과연 재투표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내일을 위한 시간’은 불법 체류자들의 노동력 착취를 다뤘던 다르덴 형제의 전작 ‘약속’(1996)이 연상되는가 하면 ‘미생’ ‘땅콩리턴’으로 압축되는 한국의 열악한 노동현실이 포개진다. 휴직기간 중임에도 하루아침에 해고 위기로 내몰리는 불안한 노동자의 삶, 돈을 미끼로 노동자 사이에 분열을 조장하는 물신화된 작업장의 비인간적 상황은 공감을 자아낸다.

 

영화의 스토리와 메시지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드는 동인은 다르덴 형제 감독의 절제된 연출력과 여배우 마리옹 꼬띠아르의 연기다. 이틀에 걸쳐 전화통화를 하거나 동료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위축된 표정으로 “나를 위해 투표해 달라” “지지해주지 못한다 해도 이해한다. 강요하려는 게 아니다”는 말을 반복하는 설정은 지독히도 단순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서스펜스는 묘하게 점층된다.

대학생 자식의 학비, 이혼 후 남자친구와 새 출발하기 위한 비용, 1년치 가스비와 전기세, 정직원이 되고픈 계약직 직원의 불암감 등 외면하는 이들의 속사정들은 쉽게 선악을 가르지 못하게 한다. 어렵사리 한명 한명 지지자들을 모아가고, 왜 불난을 일으키느냐며 주먹을 휘두르는 동료까지 등장하면 현실은 악몽이 되고, 영화는 긴장의 촉수로 관객의 숨통을 조여온다.

 

머리를 질끈 동여맨 채 후줄근한 몇벌의 옷만으로 등장하는 마리옹 꼬띠아르는 목소리를 높이거나 절규하지 않는다. 신경안정제 한 통을 다 털어놓은 순간에도 남편에게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나 한 통 다 먹었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 어떤 연기보다 격정적이다. 뉴욕비평가협회, 보스턴비평가협회, 유럽영화상, 크리틱스 초이스는 그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내일을 위한 시간’의 엔딩은 더 이상의 대안이 없을 만큼 현실적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지만 든든한 연대를 확인하며 자존감을 찾아가는 한 노동자의 모습은 가슴이 뻐근해지는 체험을 선사한다. 내년 1월1일 개봉.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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