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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관중도 상품, 팬이 느끼는 경험이 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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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관중도 상품, 팬이 느끼는 경험이 경기장"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2.18 2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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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축구산업 포럼'서 미국 MLS 성공비결 소개..."팬 지향적 마케팅, 리그 살찌우는 비결"

[스포츠Q 이세영 기자] 팬은 프로 구단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자. 존재 이유다. 팬이 있어야 구단도 존재하며 리그가 운영될 수 있다.

서른 살이 넘은 K리그가 10년 늦게 시작했지만 최근 비약적인 성과를 이룬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성공 비결을 들었다.

경향신문과 스포츠경향이 추최하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한 ‘한·미 축구산업 포럼’이 18일 한양대학교 한양종합기술원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찰리 신 MLS 사무국 이사가 18일 서울 한양대학교 한양종합기술연구원에서 열린 한·미 축구산업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찰리 신 MLS 사무국 이사와 테일러 그레이엄 시애틀 사운더스 마케팅실장, 미켈 스트로제 밴쿠버 화이트삭스 마케팅실장, 곽대희 미시간대 교수, 정성훈 스포츠경기장 전문 설계회사 로세티 이사 등이 발표자로 나섰고 국내외 축구 관계자 300명이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팬 참여도 극대화를 통한 수익 창출을 위한 MLS의 전략 소개’다. 축구단은 팬들의 것이며 팬을 위할 줄 알아야 수익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다섯 발표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팬’을 외치며 “팬 지향적인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MLS 고속 성장 비결은 '공격적인 투자'

첫 발표자로 나선 찰리 신 MLS 사무국 전략·기획·연구팀 실장은 MLS가 성장을 이루기 위해 내세운 전략과 그 과정을 밝혔다.

MLS는 K리그보다 10년 늦은 1993년 출범했다. 한때 미국 프로야구(MLB)와 미국 프로농구(NBA) 등에 밀리며 팀 창단과 해체가 자주 발생했고 리그가 축소되거나 중단된 적도 있지만, 지금은 팀이 19개나 있고 올시즌 관중수도 K리그(180만명)의 3배가 넘는 618만명에 달한다. 특히 시애틀 사운더스의 경우 한 경기 평균 4만3784명이나 들어서 여느 유럽 빅리그 구단 부럽지 않은 성과를 이뤘다.

신 실장은 “내년에 1개 팀이 창단할 예정이고 2017년에는 애틀랜타에도 팀이 생겨 총 22개 구단이 된다. 2020년까지 24개 구단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지금도 다양한 지역에서 샌안토니오 등 신생 구단을 설립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발 빠르게 영입한 것도 초고속 성장의 비결이다. 현재 로비 킨(LA)과 저메인 데포(토론토), 팀 케이힐(뉴욕 레드불스) 등 유럽 빅리그에서 그라운드를 누볐던 수많은 스타들이 MLS를 수놓고 있다. 내년 시즌에는 프랑크 램파드와 다비드 비야(이상 뉴욕 시티), 그리고 카카(올랜도)가 MLS 무대에 입성한다.

아직 유럽에서 더 뛸 수 있는 선수들이 MLS로 대거 몰리는 이유는 리그 자체가 경쟁력 있고 미국을 포함한 북미지역도 축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또 MLS는 ‘관중도 하나의 상품’이라는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팬 중심의 마케팅을 하려 애썼다. 일반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서포터스를 보기 위함이었다.

신 실장은 “포틀랜드 구단주는 이런 현상에 입각해 정기적으로 구단 서포터스와 만나 면담을 했다. 구단이 지역 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MLS의 성장 비결은 바로 미디어다. 처음에는 콘텐츠를 알리기 위해 거의 무료로 중계권을 양도했던 MLS는 꾸준한 노출로 인기를 얻은 뒤 대박을 터뜨렸다. 내년 9000만 달러(980억9010만원)를 받고 ESPN, FOX TV와 계약을 한 것.

신 실장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 중계는 프로리그가 발전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일단 노출이 돼야 팬들을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그레이엄 시애틀 사운더스의 마케팅 실장이 18일 서울 한양대학교 한양종합기술연구원에서 열린 한·미 축구산업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 "팬들의 목소리 적극 반영해야"

현지 구단 관계자들도 현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마케팅 전략을 전수했다. 그레이엄 시애틀 마케팅 실장은 다양한 방법으로 시즌권을 가진 관중들을 유치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팬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그는 “우리는 팀의 이름을 정할 때부터 투표를 실시했다”며 “경기가 열리는 90분 동안 팬들도 선수들과 같이 호흡하기를 주문했다. 그것을 유도하는 데 스카프가 요긴하게 쓰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애틀 팬들은 경기 내내 스카프를 목에 두르거나 들고 흔드는 등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아울러 음악의 도시인 시애틀의 특성에 맞게 경기가 열리기 90분 전 경기장 주변에서 밴드 공연도 열었다. 그레이엄 실장은 “구단과 서포터스가 하나가 돼 이벤트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이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였다.

스트로제 밴쿠버 마케팅 팀장은 팀을 인식하는 팬의 라이프 스타일을 다섯 단계로 구분했다.

‘무인식(아무것도 모르는 단계)→접촉 시도(1년에 한두 번 경기 관람)→간헐적인 접촉(하프 시즌권 구입)→팬(시즌권 구입)→지지자(다른 팬 유치)’가 바로 그것이다.

스트로제 팀장은 “팬들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다. 팬들은 그저 22명의 남자들이 공을 차는 것을 보러 오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를 경험하기 위해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18일 서울 한양대학교 한양종합기술연구원에서 열린 한·미 축구산업 포럼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 팀 중심의 팬, 팬 중심의 경기장

곽대희 미시간대 교수는 팬들이 연고팀을 ‘나의 팀’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마케팅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어 있는 관중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우리 팬이 누구인지,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타깃을 잡아야 하는 팬이 누구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는 것.

곽 교수는 “K리그 홈페이지에 ‘토크 어바웃 K리그’라는 말이 있더라”며 “그런데 리그보다는 팀을 앞세워야 관중 유치에 도움이 된다.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에 있는 팀들이 연고에 뿌리내려서 ‘이 클럽이 나의 클럽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성훈 로세티 이사는 팬 중심의 경기장을 만들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 단순히 경기를 보는 공간만이 경기장이 아니라 경기를 보기 위해 집에서 나온 순간부터 경기장이 된다는 것이다.

정 이사는 “팬이 그날 느끼는 경험이 경기장이라고 생각한다”며 “경기장은 그 커뮤니티에 들어와서 팬들과 함께 사는 것이다. 인천에 있는 경기장이 포항에 있는 경기장과 달라야 한다. 왜냐하면 다른 커뮤니티에는 다른 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기장으로 향하는 순간부터 소비가 시작된다. 경기장 주변 시설들과 내부 시설이 팬 중심으로 마련돼야함은 물론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경기만을 보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팀이 지더라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경기장, 하루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경기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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