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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수비 불안, 신태용 감독 스리백 욕심 내려놓을 때 [2018 러시아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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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수비 불안, 신태용 감독 스리백 욕심 내려놓을 때 [2018 러시아 월드컵]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3.3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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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플랜 A도 중요하지만 플랜 B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스리백은 하루 훈련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폴란드전을 마치고 귀국한 신태용(48) 축구대표팀 감독이 밝힌 스리백에 대한 생각이다. 실전에서 성공한 적이 없는 전술이지만 신 감독의 생각은 몇 개월 전과 변함이 없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최종 엔트리 발표만을 남기고 있다. 오는 5월 중순 경 명단 발표 뒤 선수들을 소집해선 국내와 유럽에서 2경기씩을 치르고 러시아 전지훈련지로 향한다.

 

▲ 신태용 감독은 유럽 원정을 마치고 입국한 자리에서도 스리백에 대한 욕심을 거두지 못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더 이상 시간적 여유가 없음을 의미한다. 명단 발표 이후엔 부상과 질병 등의 명확한 사유가 없으면 교체가 불가능하다. 새로운 멤버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엔트리 내의 테스트도 마찬가지다. 4경기가 남았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기엔 부담이 크다. 만약 실패할 경우 수정을 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고 문제점을 완전히 고쳐낼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신 감독의 생각엔 일리가 있다. 플랜 B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몇 개월 전으로 시계바늘을 돌려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신 감독은 한국이 조 최약체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강 팀을 상대하기 위해선 스리백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비에선 더 많은 수로 상대를 압박하고 공격할 땐 윙백의 활발한 오버래핑을 통해 역습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스리백 실험이 성공은커녕 가능성을 보인 경우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핑계거리는 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모로코전엔 수비의 핵심인 국내파가 제외됐었고 이번 폴란드전에도 김민재(전북 현대)의 갑작스런 부상, 마지막 테스트 기회를 가졌던 홍정호(전북)의 부진 등으로 계획대로 밀고나가지 못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 외의 선수들끼리도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이번 폴란드전만 보더라도 경기 도중 포백으로 시스템을 바꾼 뒤 훨씬 안정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가 빠졌는데도 말이다.

 

▲ 폴란드전 스리백으로 나섰던 대표팀은 초반부터 수비 불안에 시달리며 고전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플랜 B는 플랜 A가 완전히 갖춰져 있을 때 의미가 있는 전술이다. 한국의 플랜 A는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두 줄 수비와 속도감을 살린 빠른 공격인데 이 전술이 완성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전 2-0 승리, 세르비아전 1-1 무승부를 거두며 가능성을 나타낸 것은 맞지만 이후 정예 멤버로 이 전술을 다시 확인해볼 길이 없었다.

이번 유럽 원정이 절호의 기회였지만 신 감독은 북아일랜드전 4-3-3 시스템을 사용했고 폴란드전엔 3-4-3 전형을 선택했다. 결국 또 실험이었고 결과는 실패였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 신태용 감독을 ‘과학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자꾸 실험만을 시도한다는 이유에서다.

플랜 A가 제대로 서 있지 않은 상황에서 플랜 B를 앞세워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확실한 전술을 갖춘 뒤에야 플랜 B와 C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신 감독은 기적을 꿈꾼다. 플랜 A가 완벽하더라도 독일을 비롯해 멕시코와 스웨덴을 상대해내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욕은 금물이다. 우선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몸에 익히는 게 먼저다.

이번에 소중한 기회를 놓침으로써 최종 엔트리 발표 이후에도 4-4-2 전술 다듬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더 이상은 스리백에 대한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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