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3:09 (목)
LA다저스 류현진, 오타니 못지않은 존재감 '퍼펙트 제구+영리함'의 산물
상태바
LA다저스 류현진, 오타니 못지않은 존재감 '퍼펙트 제구+영리함'의 산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4.11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시즌 첫 등판 부진으로 걱정이 컸다. 상대는 우타자를 줄줄이 내세우며 대비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1·LA 다저스)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최고 수준의 투구로 건재함을 알렸다.

류현진은 1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2018 미국 메이저리그(MLB) 인터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1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팀이 4-0으로 앞선 상황에서 내려간 류현진은 불펜 투수들이 실점없이 경기를 마쳐 시즌 첫 승을 챙겼다.

 

▲ LA 다저스 류현진이 11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 6이닝 무실점 호투로 구단에서 선정한 경기 수훈 선수로 선정됐다. [사진=LA 다저스 공식 트위터 캡처]

 

한국프로야구(KBO리그)를 정복하고 2013년 MLB로 건너온 류현진은 첫 두 시즌 28승을 챙기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이후 어깨에 이상이 생겼고 꼬박 2년을 수술과 재활로 보내야 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126⅔이닝을 소화하며 5승 9패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 만족스런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올 시즌엔 출발이 좋지 않았다. 시범경기 4차례 등판에서 매 경기 실점했다. 평균자책점이 7.04에 달했다. 시범경기 성적이 참고용이기는 하지만 지난 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마저 3⅔이닝 3실점하며 흔들렸다. 당시 제구가 불안했고 뭐 하나 크게 만족스럽게 없었다는 점에서 걱정을 키웠다.

그러나 이날 처음 상대하는 오클랜드를 상대로도 압도적인 피칭을 펼쳤다. 류현진이 6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1피안타 이하로 막은 건 지난해 8월 7일 뉴욕 메츠전(7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이후 이날이 2번째였다.

탈삼진 페이스는 당시보다도 좋았다. 이날도 속구 구속은 89마일(143㎞)~91마일(146㎞)을 오갈 정도로 크게 빠르지 않았다. 90구를 던진 류현진은 속구(36구)를 기본으로 컷 패스트볼(커터, 25구), 체인지업(13구), 슬라이더(1구)를 고루 섞었는데 날카로운 변화구가 속구의 위력을 살렸다.

특히 커터가 일품이었다. 1회초 시작부터 제드 라우리와 크리스 데이비스를 루킹 삼진으로 잡아냈는데 두 공 모두 타자 바깥 쪽 존을 파고드는 백도어성 커터였다.

1회말 공격에서 크리스 테일러의 투런 홈런으로 2점을 등에 업은 류현진은 2회 맷 올슨을 상대로 2-0으로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속구로 파울, 낙차 큰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해낸 뒤 다시 바깥 쪽 존에 걸치는 낮은 커브로 루킹 삼진을 이끌어 냈다. 주 무기로 알려진 체인지업이 아닌 커터와 생소한 커브를 구석구석으로 던져대는 류현진의 투구를 오클랜드 타자들은 지켜봐야만 했다.

3회초엔 제이크 스몰린스키를 3구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구 커브, 2구 커터를 모두 높게 던져 타자의 눈을 현혹한 류현진은 시속 91마일(146㎞) 하이 패스트볼로 타자의 헛스윙을 이끌어내는 영리함을 보였다. 1회에 이어 다시 타석에 선 마커스 시미언에겐 높은 커터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1회 낮은 커터로 삼진의 희생양이 됐던 데이비스는 4회 높은 커터로 다시 한 번 루킹 삼진으로 돌아서야 했다. 6회엔 트레이스 톰슨을 낮은 체인지업, 시미언을 바깥 쪽 커터로 헛스윙 삼진을 선사했다.

 

 

오클랜드 타자들의 방망이가 헛돌 수밖에 없었다. 멀어 보이는 공은 파고들어 존 안으로 들어왔고 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방망이를 내면 여지없이 공의 궤적은 예상과 달리 날아들었다.

완벽한 제구가 뒷받침이 됐기에 가능했다. 5회 스테판 피스코티에게 이날 유일한 안타를 맞았을 때 커브가 가운데로 몰렸던 게 옥에 티였을 뿐, 한 가운데로 향하는 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좌우상하 스트라이크 존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투구 존이 공이 형성됐다.

타석에서도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못지않은 맹활약을 펼쳤다. 2회말 타석에서 7구 승부 끝에 침착히 볼넷을 얻어낸 류현진은 4회 2사 1루에선 기다렸다는 듯이 시속 88.2마일(141.9㎞) 속구를 받아쳐 좌전 안타를 만들었다. 후속타 불발로 추가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팀이 2-0으로 앞선 6회말 다저스의 공격이 길어졌다. 맷 캠프가 솔로폴르 날렸고 코디 벨린저가 우전 안타, 로건 포사이드가 1타점 2루타를 날려 4-0이 됐고 오스틴 반스가 볼넷으로 걸어 나가 무사 1,2루 기회가 이어졌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추가점을 내기 위해 류현진을 대신해 작 피더슨을 내보냈다. 그러나 결과는 삼진, 이어 크리스 테일러가 병살타를 치며 기회가 아쉽게 날아갔다.

다행히 류현진의 뒤를 이은 토니 싱그라니, 로스 스트리플링, 켄리 잰슨이 릴레이 무실점 투구를 펼쳐 류현진은 시즌 첫 승을 챙기게 됐다. 이와 함께 평균자책점도 7.36에서 2.79로 크게 떨어졌다.

시즌 초반 8경기에서 2승 6패로 주춤하던 다저스는 2연승을 달리며 4승 6패를 기록,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애리조나(8승 3패)와 승차를 3.5경기로 좁혔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