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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변해야할 시기, 이정협이 바로 그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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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변해야할 시기, 이정협이 바로 그 변화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22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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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최종엔트리 발탁 일성 "전형적인 타깃맨, 발탁은 내 책임…멀티 플레이어도 기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박주영(29·알 샤밥)을 뽑으면 책임이 선수에 가기 때문에 나는 편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변화의 시기다. 이정협(23·상주 상무) 발탁의 책임은 모두 내게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아시안컵 슬로건인 '변화하라(Time for Change)'에 가장 잘 맞는 선수가 바로 이정협이다."

울리 슈틸리케(60)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성적과 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출사표를 내놨다. 55년만에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면서도 변화의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대표팀 변화의 '아이콘'이 이정협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아시안컵 최종명단을 발표하면서 "박주영처럼 경험이 풍부한 선수는 출전의 기회를 받았을 때 책임감이 많이 부여될 것이다. 그 모든 책임은 선수에게 주어질 것이고 나는 편해질 것"이라며 "그러나 나는 변화를 택했다. 이정협이 출전한다면 그가 경기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책임은 감독인 내게 있다"고 말했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울리 슈틸리케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이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시안컵 23명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뒤 대회 목표를 밝히고 있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이 편하자고 준비가 덜 된 선수를 뽑기보다 자신의 눈을 믿고 이정협을 발탁하는 '승부수'를 던졌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특히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한국 축구의 모든 것을 이끌어가는 중책을 맡은 상황에서 이정협의 발탁은 한국 축구 변화의 첫 걸음이라는 평가다.

이어 슈틸리케 감독은 "조영철(25·카타르SC)은 제로톱으로 '가짜 9번'으로 효용 가치고 있고 이근호(29·엘 자이시) 역시 경험이 풍부하고 활동량이 뛰어나다"며 "이정협은 전형적인 타깃맨 역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과 일문일답.

- 수비진에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와 윤석영(24·퀸즈파크 레인저스)이 빠졌는데.

"홍정호는 최종 엔트리에서 가장 마지막에 제외한 선수다. 발등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다. 소속팀에서 3주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고 소견을 보내왔고 주말 경기에서도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윤석영은 주말에 통화했는데 허리와 발목이 좋지 않은 상태다. 윤석영은 주말 경기에도 선발 출전했지만 발목 부상을 입고 전반이 끝나기 전에 교체됐다. 여기에 허리쪽이 좋지 않다는 얘기도 들었다. 내 철학은 항상 선수의 건강을 생각하는 것이다. 소속팀인 퀸즈파크 레인저스가 일주일에 한번씩 경기를 치르고 주중에 치료와 재활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100% 컨디션이 아닌 선수를 사나흘에 한번씩 경기해야 하는 아시안컵에 출전시키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 박주영이 빠지고 이정협이 포함됐다.

"박주영의 제외로 이정협이 들어왔다. 이정협은 A매치 경험이 전혀 없고 소속팀에서도 선발이 아닌 주로 교체 요원으로 출전했다. 하지만 K리그 경기를 통해서 내가 직접 확인했고 제주 훈련에서도 충분히 기량을 입증했다. 박주영처럼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들어와 출전 기회를 잡는다면 그 선수가 모든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감독은 편하다. 그러나 박주영을 빼고 이정협을 출전시킨다면 이정협이 경기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에 대한 책임은 감독인 내게 있다. 그동안 한국 축구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상세하게 알지 못하지만 어쨌든 우승까지 가진 못했다. 지금이야말로 변화를 줄 시기다. '변화하라(Time for Change)'라는 아시안컵 슬로건이 마음에 든다. 이정협은 바로 그 변화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울리 슈틸리케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이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시안컵 23명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뒤 통역관의 발언 때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을 하고 있다.

- 이정협의 역할은.

"이정협은 우리가 찾았던 전형적인 타깃맨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조영철은 제로톱으로 활용할 수 있고 이근호는 풍부한 경험이 있는데다 활동량이 뛰어나다. 대표팀 공격자원에는 비슷한 유형의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이동국(35·전북 현대)과 김신욱(26·울산 현대)을 끝까지 생각에 두고 있었지만 부상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아 부르지 못했다. 이정협이 이들을 대신할 것이다."

- 현재 대표팀에서 제일 골 감각이 좋은 선수가 손흥민(22·바이어 레버쿠젠)인데 손흥민을 공격수로 활용할 생각은.

"좋은 의견이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보고 있다. 다음달 4일에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갖게 되는데 여러 전술을 구사해볼 생각이다. 어떤 전술과 어떤 조합으로 아시안컵을 치를지는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치르고 난 뒤 결정하겠다."

- 이명주(24·알 아인)가 다시 들어왔는데.

"평가전은 20명 내외를 소집하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기회를 잡을 수는 없다. 이명주를 그동안 제외했던 이유다. 그러나 이명주는 소속팀인 알 아인에서 모든 경기에 출전하며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알 아인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리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선수의 자질도 뛰어나고 경험도 있다. 중앙 미드필더로서 수비와 공격에 모두 도움이 되는 선수다."

- 윤석영이 빠졌는데 그러면 박주호(27·마인츠05)가 붙박이 왼쪽 풀백이 되는 것인가.

"김진수(22·호펜하임)가 있지 않나. 김진수가 왼쪽 풀백으로 가고 박주호가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들어갈 수 있는 조합이 있다. 박주호는 왼쪽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모두 가능한 선수다. 또 장현수(23·광저우 푸리)도 중앙 수비가 주 포지션이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합격점을 받았다. 기성용(25·스완지 시티)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겠지만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대표팀을 지휘하면서 멀티 플레이어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많을수록 좋은데 이번 대표팀에는 박주호나 장현수 등 멀티 플레이어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울리 슈틸리케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이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 한교원(24·전북 현대)에 대해서도 평가를 한다면.

"한교원은 전지훈련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어린 선수지만 열정이 많고 노력이 뛰어나다. 사실 기술적으로는 약간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때로는 열정이 너무 넘쳐 가끔씩 냉정함을 잃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선수들이 대표팀에 들어오면 분위기를 살려준다. 직접 비교는 아니지만 독일에서는 토마스 뮐러(25·바이에른 뮌헨)가 왜 대표팀 선수로 뽑히는지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꾸준히 대표팀에 포함되고 출전 기회를 잡으면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 득점도 한다. 이런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긍정의 에너지를 퍼뜨린다. 전체 분위기를 위해서도 유익하다."

- 아시안컵의 목표는.

"내가 무슨 말을 하기를 원하는지 잘 안다. 그동안 대표팀을 맡고 경기를 치르면서 한발짝씩 앞으로 나아간다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늘 잊지 않았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 가운데 세번째다. 이 의미는 우리 앞에 두 나라(이란, 일본)만 있다는 의미다. 우승을 목표로 하고 호주에 입성할 각오지만 이 목표는 이란, 일본도 같을 것이다. 우리가 아시안컵에 출전하면서 6경기 동안 모든 선수들이 100%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 끝으로 인사말을 전한다면.

"대표팀과 국민들의 단합이 잘 되어야 한다. 대표팀 선수들은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신해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희생해가면서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국민들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국민들 역시 대표팀을 많이 성원해주고 응원해준다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호주에 한국 교민들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 역시 응원을 부탁한다. 우승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말로)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
▲ GK = 김승규(24·울산 현대)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 정성룡(29·수원 삼성)
▲ DF = 차두리(34) 김주영(26·이상 FC 서울) 장현수(23·광저우 푸리) 김창수(29·가시와 레이솔) 김영권(24·광저우 에버그란데) 곽태휘(33·알 힐랄) 김진수(22·호펜하임) 박주호(27·마인츠05)
▲ MF = 기성용(25·스완지 시티) 이청용(26·볼턴 원더러스) 손흥민(22·바이어 레버쿠젠) 한국영(24·카타르SC) 남태희(23·레퀴야) 구자철(25·마인츠05) 김민우(24·사간 도스) 한교원(24·전북 현대) 이명주(24·알 아인)
▲ FW = 조영철(25·카타르SC) 이근호(29·엘 자이시) 이정협(23·상주 상무)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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