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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보증책임' 이정협, 변화의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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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보증책임' 이정협, 변화의 아이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22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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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에서도 주로 교체로 활약…'열정과 배고픈 선수' 찾던 슈틸리케 깜짝 발탁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이정협(23·상주 상무)이 과연 한국축구 변화의 '아이콘'이 될까. 울리 슈틸리케(60)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승부수를 던질 정도로 기량은 인정받았다. 얼마나 국제 무대에서 통하느냐만이 의문부호다.

이정협은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아시안컵 최종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뽑은 23명 대표팀 선수 명단에 들었다. 23명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A매치 경험이 없는 선수다.

이정협은 지난 10일에도 깜짝 발탁의 주인공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이 발표한 제주도 서귀포 전지훈련 참가 대표팀 선발 기자회견에서 이정협을 "흥미로운 선수"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슈틸리케 감독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유망주 정도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의 소속팀인 상주의 경기를 다섯 차례나 참관하면서 이정협을 확인했다.

▲ 이정협(왼쪽, 9번)이 지난 21일 제주 강창학구장에서 열린 자체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이정협은 186cm, 76kg의 전형적인 타깃맨으로 이동국, 김신욱, 박주영을 대신해 원톱으로 아시안컵에 출전할 전망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슈틸리케 감독은 제주 전지훈련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열정과 배고픈 선수가 필요하다. 그런 선수가 있다면 경험과 나이에 상관없이 발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배고픈 선수'가 바로 이정협이었다.

◆ "출전시간 동안 매우 흥미로운 움직임 보여준 선수" 슈틸리케 눈도장

슈틸리케 감독은 끝까지 이동국(35·전북 현대)과 김신욱(26·울산 현대)을 기다렸다. 타깃맨 역할을 해줄 원톱 공격수 가운데 이동국과 김신욱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동국과 김신욱은 끝내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했다. 이동국은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서도 뛰었지만 K리그 클래식 경기 도중 발생한 부상이 완치되지 않았다. 김신욱 역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당했던 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29·알 샤밥)으로 눈길을 돌렸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인 것은 확인했지만 소속팀에서도 득점을 올리지 못했고 중동 원정 2연전에서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다시 K리그로 향했고 고심 끝에 뽑은 선수가 바로 이정협이다.

동래고와 숭실대 출신인 이정협은 지난해 부산에서 데뷔한 뒤 K리그 클래식 27경기에서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하지만 풀타임을 뛴 것은 2경기에 지나지 않았고 교체로 출전한 경기수가 10경기나 됐다.

▲ 이정협이 지난 17일 제주 서귀포 시민운동장에서 가진 제주 전지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이정협은 소속팀 상주 상무에서 주로 백업으로 출전해왔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다섯 차례나 이정협의 경기 모습을 보고 대표팀으로 불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부산 시절 이정기라는 이름으로 활약했던 그는 심기일전을 위해 개명까지 한 뒤 상무에 입대했다. 올 시즌 역시 상주에서 뛰면서도 풀타임은 두 차례에 그쳤다. 25경기에 나와 교체 출전이 11차례였다. 4골을 넣긴 했지만 상주의 주포는 아니다. 전형적인 백업 공격수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는 20~25분 정도만 뛰었지만 출전시간 동안 매우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여준 선수"라며 이정협에 대해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 대표팀 훈련 재밌다던 이정협, 변화의 선봉장이 되다

이정협은 "처음 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내 이름이 맞는지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던 깜짝 발탁이었다.

이정협은 일주일 동안 제주도에서 진행한 대표팀 훈련도 성실하게 받았다. 차두리(34·FC 서울)과 함께 훈련하는 것도 신기하게 생각했던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배고픈 선수'처럼 훈련을 받았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처음 대표팀에 들어온 선수들은 대부분 슈틸리케 감독이 내년 동아시안컵을 생각하고 뽑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정협도 마찬가지였다"며 "그러나 대부분 한번 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는데 이 가운데 이정협이 가장 성실했다"고 귀띔했다.

이정협은 지난 21일 강창학구장에서 벌어진 자체평가전에서 선제골을 넣기도 했지만 아시안컵 출전까지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이정협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일주일 동안 정말 흥미롭고 개인적으로 얻은 것이 많은 훈련을 받았다. 선후배들과 함께 선의의 경쟁을 벌인 것이 뜻깊었다"며 "그러나 이번만 기회는 아니다. 소속팀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친다면 대표팀 기회는 언제든지 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기회는 불과 하루만에 찾아왔다. 자신의 눈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하는 듯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을 빼고 이정협을 포함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어떻게 보면 모험이나 다름없는 발탁이다.

▲ 이정협(오른쪽)이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 시민운동장에서 가진 제주 전지훈련에서 장현수(가운데)를 등지고 공을 몰고 있다. 이정협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뽑은 '깜짝 카드'로 아시안컵에 출전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을 뽑아 출전시키게 되면 결과에 대한 책임은 선수에게 가기 때문에 감독은 편하다"며 "그러나 이정협이 경기장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주느냐에 대한 책임은 감독인 내게 달려있다"고 밝혔다. 이정협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안컵에 출전하면서 슬로건을 '변화하라(Time for Change)'로 정했다. 55년만의 아시안컵 우승도 중요하지만 브라질 월드컵 졸전으로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가 한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태를 버리고 변화의 물결을 타야 한다는 뜻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 슬로건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선봉장으로 이정협을 세웠다.

슈틸리케 감독은 예전 외국인 감독처럼 '단기 과외선생님'이 아니다. 러시아 월드컵까지 길게 보며 영입한 지도자다. 대한축구협회나 슈틸리케 감독을 선택한 기술위원회 역시 한국 축구의 근본적인 발전과 변화를 지향한다는 명분으로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했다.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축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숨은 진주 찾기에 나섰고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정협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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