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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강만수 감독 뜨거운 눈물에 담긴 '믿음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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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강만수 감독 뜨거운 눈물에 담긴 '믿음 리더십'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2.24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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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대한항공전서 10연패 탈출…팀 불안한 미래 등 잇따른 악재 속에서 이뤄낸 값진 승리

[스포츠Q 이세영 기자]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셨는데 그동안 너무 못 이겨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1970~80년대 거포로서 아시아를 호령했던 강만수(59) 아산 우리카드 감독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느낀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해 나온 눈물이었다.

강 감독이 이끄는 우리카드는 23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인천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로 이겼다. 지난달 5일 안산 OK저축은행전 이후 길고긴 10연패의 터널을 탈출해 무려 48일 만에 거둔 승리. 시즌 성적은 2승15패 승점 10으로 여전히 최하위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우리카드다.

▲ 강만수 감독(가운데)이 23일 대한항공과 원정경기에서 3-1 승리가 확정되자 팔을 번쩍 들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우리카드 한새 제공]

이날 우리카드는 외국인 공격수 까메호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국내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신으뜸과 김정환, 최홍석이 18점씩을 올렸고 박진우도 중앙에서 블로킹 5개를 포함 11점을 지원 사격했다. 4세트 듀스 접전을 끝낸 순간, 우리카드 선수들과 강만수 감독은 팔을 번쩍 들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 후 강만수 감독은 방송 인터뷰 도중 만감이 교차한 듯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 아시아의 거포, 무관의 제왕이 되기까지

선수로서는 화려한 시절을 보냈지만 지휘봉을 잡고 나서는 영광을 누린 시간이 많지 않았다.

성지공고와 한양대를 나온 강만수 감독은 선수 시절 국가대표 레프트 공격수로 뛰며 한국을 대표하는 강 스파이커로 명성을 떨쳤다.

성지공고 3학년 때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됐는데, 이때 별명이 ‘아시아의 거포’였다. 국내는 물론, 국제대회에서 활약이 돋보였다.

강 감독은 1973년 모스크바 유니버시아드에서 동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 은메달,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동메달, 1984년 LA 올림픽 5위 등 화려한 족적을 남겼다.

▲ 우리카드 선수들이 23일 대한항공전 승리가 확정되자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우리카드 한새 제공]

하지만 지도자로서 정상에 선 순간은 많지 않았다. 무관의 제왕, 2인자라는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녔다.

금성통신과 현대자동차서비스를 가쳐 일본에서 활동하다가 현역 은퇴한 강만수 감독은 1993년부터 친정팀 현대자동차서비스 사령탑을 맡았다.

첫 단추는 잘 끼웠다. 1993년 대통령배에서 고려증권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것. 이 대회에서 강 감독은 강성형이라는 스타를 배출했고 자신도 최우수지도자상을 받았다.

슈퍼리그에서도 한 차례 정상에 올랐다. 1994~1995 슈퍼리그에서 LG화재를 꺾고 우승컵을 들었다. 초대 우승팀이 된 현대자동차서비스는 적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강만수 감독의 우승은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1996년 챔프전에서 고려증권에 지며 준우승에 머문 현대자동차서비스는 이듬해 삼성화재의 창단과 함께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2001년까지 2위만 네 번, 3위도 한 차례 기록했다.

2000~2001시즌을 이후로 현대자동차서비스 지휘봉을 내려놓은 강만수 감독은 2009년 한국전력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그해 8승28패, 그 다음시즌은 10승20패로 부진했다. 결국 그는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 '믿음의 배구', 10연패 탈출의 원동력

강만수 감독이 세 번째로 맡은 팀은 지난해 드림식스를 인수한 우리카드였다. 신영석, 안준찬, 박상하, 최홍석, 김정환 등 국내선수 라인업만 보면 충분히 정상을 도전할 수 있는 팀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후반기 급격한 페이스 저하로 4위에 만족해야 했던 우리카드는 올시즌 신영석과 안준찬이 군 입대로 빠져 더 큰 시련을 겪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까메호마저 부상으로 빠진 우리카드는 무려 한 달 반 동안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10연패. 강만수 감독의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감독은 경기 중 선수들을 질책하지 않았다. 잘 되는 부분은 칭찬하고 잘 되지 않는 부분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며 스스로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왔다.

대한항공전을 마친 후 강 감독은 “코트 밖에서 선수들에게 조언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안 되는 부분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는데, 선수들이 내가 한 주문을 잘 들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자와 선수는 믿음으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나무란다고 해서 선수가 잘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아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선수들을 잘 다독여야 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라고 덧붙였다.

붉게 물든 눈과 울먹이는 목소리에서도 위기에 빠진 구단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올시즌을 끝으로 우리카드는 배구단 운영에서 손을 뗀다. 당장 내년 시즌부터 한새군단을 이끌 팀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계속되는 패배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선수들이 동요하고 있지만 강만수 감독은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인수기업이 나타날 것이라 확신했다.

강 감독은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선배와 같은 마음으로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다. 관중과 언론이 항상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열심히 한다면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해 선수들이 장하다”며 “오늘 경기를 계기로 선수들이 한 발 전진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강만수 감독의 눈물이 성탄을 앞둔 배구 코트를 훈훈하게 달궜다. 이 눈물이 그동안 패배에 익숙했던 우리카드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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