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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팬심 유혹하는 '61점 소녀' 신지현 공격본능, '끼는 못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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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팬심 유혹하는 '61점 소녀' 신지현 공격본능, '끼는 못말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2.26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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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년만에 주전 포인트가드로 도약…'욕심 많은' 신지현의 좌충우돌 WKBL 적응기

[300자 Tip!] 신세계 쿨캣을 인수하며 2012년 9월 새롭게 창단한 부천 하나외환은 두 시즌 동안 승리보다는 패배에 익숙했다. 2012~2013시즌 최하위 구리 KDB생명에 1경기 앞서 간신히 꼴찌를 면했지만, 지난 시즌 8승27패로 최하위로 떨어졌다. 선수 구성에서 변화가 필요했던 하나외환은 파격적인 리빌딩을 단행했다. 김지윤과 허윤자, 양정옥, 김나연 등 베테랑에서 김정은, 강이슬, 김이슬, 신지현 등 젊은 선수들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보통 리빌딩을 하면 당장의 성적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나외환은 수년간 하위권에 처져 있으면서도 수준급 신인선수들을 모아 성적 향상까지 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프로 데뷔 2년 만에 주전 포인트가드로 도약한 신지현(19)이 있다.

[스포츠Q 글 이세영·사진 최대성 기자] 배우 김재원을 좋아하고 드라마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평범한 열아홉 소녀이지만 코트에 서면 승부사로 변신한다.

하나외환 포인트가드 신지현이 곱상한 외모뿐만 아니라 실력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아직 프로 2년차에 불과하지만 정확한 슛과 빠른 드리블, 동료를 살려주는 패스로 일취월장했다. 최근 경기에서는 재치 있는 스틸 능력까지 추가했다.

요즘 들어 들려오는 주위의 칭찬에 신지현은 “시즌 초반에는 생각이 많아서 내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차분해졌다”며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를 하니 경기력이 좋아졌다. 그래서 칭찬을 해주시는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 고교시절 한 경기 61득점으로 주목받은 신지현은 이제 프로에서 최고의 포인트가드를 꿈꾼다.

예쁘장한 외모에 실력까지 좋으니 눈여겨보는 사람들이 늘어날 터. 경기가 끝나면 사인회를 열어야 할 정도로 많은 팬들이 줄을 선다.

또 팬들은 신지현의 플레이를 담은 영상도 자체 제작하며 사랑을 보내고 있다.

팬들이 만드는 스페셜 영상은 축구선수들의 활약상을 담는게 흔한데, 신지현은 여자프로농구선수로서 다수의 영상을 갖고 있다. 이에 신지현은 “영상을 만들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만 일단 내가 지금보다 농구를 잘해야 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 그녀를 웃게 한 인터뷰 영상 하나

올시즌 신지현의 인기를 대변해주는 것이 또 있다. 바로 한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인터뷰 영상이다.

신지현은 지난 10일 용인 삼성과 원정경기에서 3점슛 3개 포함, 13점 6어시스트 4스틸을 기록했다. 그의 활약 속에 하나외환은 삼성을 86-83으로 꺾고 8연패에서 벗어났다.

보통 여자프로농구 수훈선수 인터뷰 영상 조회수는 1000~2000건이지만, 신지현의 인터뷰는 2만건을 훌쩍 넘었다. 그만큼 많은 팬들이 올시즌 신지현의 플레이에 열광하고 있다는 뜻.

신지현은 영상 하나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줄 예상하지 못했단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봐주실 줄은 몰랐어요. 어리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지현이 취재진의 요청으로 최근 화제가 됐던 셀카 3종세트를 보여줬다.

◆ 대기록 깨졌지만 영원한 '61점 소녀'

'61점 소녀'. 프로 데뷔 때부터 신지현을 따라다닌 별명이다.

신지현은 선일여고 3학년 시절인 지난해 1월 경북 경산에서 열린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총재배 대회에서 대전여상을 상대로 무려 61점을 폭발, 농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는 2005년 중고농구연맹이 전산화를 시작한 이후 남녀 통틀어 한경기 최다 득점 기록이다.

이날 신지현은 골밑과 외곽을 넘나들며 점수를 쌓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투 기회도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당시 저와 함께 득점원 역할을 했던 센터가 있었는데 5반칙으로 퇴장을 당했어요. 경기가 박빙으로 흘러갔기 때문에 동료들이 저에게 의지했지요. 그날따라 슛이 잘 들어갔고 자유투 득점이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61점을 넣은 것 같습니다.(웃음)”

하지만 신지현의 기록은 1년 뒤 숭의여고 가드 김진영에 의해 깨졌다. 그는 지난 3월 28일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 양구대회 마산여고와 조별예선에서 66점을 넣었다.

자신이 세운 이정표가 1년 만에 무너져 아쉬웠을 터. 신지현은 “기록이 깨져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다”며 “그래도 고교 후배들이 숭의여고전에서 그 선수(김진영)를 2점으로 막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심 기특했다”고 말했다.

▲ 슛을 시도하는 신지현. 그는 하루 세 차례 훈련을 소화하며 프로 무대에서 일취월장하고 있다.

◆ "가드이지만 공격본능은 숨길 수 없다"

두 번째 시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활약이다. 주전 포인트가드 박하나가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일찍 주전 자리를 잡게 됐지만 시즌 초반 시행착오를 겪은 이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소포모어(2년차) 징크스'에 빠질뻔한 상황을 스스로 헤쳐나가며 주전으로 도약한 것이다.

지난 시즌 28경기에 출장하며 264분 18초를 뛰었는데, 올시즌에는 15경기에서 360분 57초를 소화, 일찌감치 지난 시즌 출장시간을 넘어섰다.

단지 코트에 선 시간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올시즌 경기 당 5.73점을 올린 신지현은 1.93리바운드 2.73어시스트 1.27스틸을 기록했다. 어시스트 부문 7위, 스틸 부문에는 6위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모든 부문에서 성장세를 이뤘다.

“출전시간이 늘어나면서 책임감이 커졌어요. 감독님께서 저를 믿고 경기에 투입하셨기 때문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요.”

올시즌 특히 향상된 것은 외곽슛 능력과 스틸이다. 시즌 초반에는 오픈 찬스에서도 머뭇거리는 등 자신감이 결여된 면모를 보였지만 코트에 적응하면서 부족한 면을 채웠다.

10일 삼성전에서 3점슛 5개 가운데 3개를 넣은 신지현은 이후 경기에서도 3점슛 2개씩을 꼬박꼬박 넣으며 팀에 보탬이 됐다. 스틸도 최근 5경기 평균 2개를 기록하며 분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상대 포인트가드의 허점을 간파, 긴팔을 이용해 공을 낚아채는 능력은 신지현의 트레이드마크로 떠올랐다.

지난 4일 우리은행전에서는 데뷔 후 한 경기 최다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3점슛 3개 포함 23점을 올린 신지현은 팀의 59-67 패배 속에서도 공격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다. 이날 경기 해설을 한 정은순 KBSN 해설위원이 ‘득점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선수’라고 했을 정도다.

“공격을 하고 싶은 본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팀에서 포인트가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찬스도 봐줘야 합니다. 그래서 가드가 어려운 포지션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공격을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득점에 욕심이 있습니다.”

▲ 드리블과 슛, 스틸까지 다재다능한 능력을 갖춘 신지현은 신기성 코치, 정선민 코치의 지도 아래 차근차근 배워나가고 있다.

◆ 김정은-토마스 복귀, 반등의 시작

아직 최하위권이지만 하나외환은 부상 선수들이 속속 복귀해 도약을 노린다.

외국인 선수 엘리샤 토마스는 지난달 8일 구리 KDB생명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한 이후 한 달 만인 7일 춘천 우리은행전에서 복귀했다. 그는 이날 24점 1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고 이어진 경기에서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18일 청주 KB스타즈전에서는 29점 11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고 25일 KDB생명전에서도 34점 21리바운드로 괴력을 뽐냈다.

주득점원 김정은의 복귀도 반갑다. 지난달 12일 삼성과 원정경기에서 종아리 근육 부상을 입은 그는 2경기를 벤치에서 보낸 뒤 23일 KDB생명과 홈경기에 나섰지만 부상부위가 악화됐고 결국 이후 3주 넘게 코트에 들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복귀 후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며 반등에 앞장섰다. 복귀 첫 경기였던 15일 신한은행전에서 19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한 뒤 18일 KB스타즈전에서는 18점 9리바운드 3블록슛을 올리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절묘한 컷인 플레이와 속공이 돋보였다.

▲ 김정은과 토마스의 복귀로 재도약을 노리는 하나외환. 후반기에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기를 조율해야 하는 신지현 입장에서 부상 선수들의 복귀가 반갑기만 하다. 그는 “김정은과 토마스는 팀이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언니들”이라며 “언니들이 잘해주니 의지도 되고 내 경기력도 좋아지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올시즌 초반에 부상선수들이 많아 못 보여드린 게 많습니다. 남은 경기에서 언니들과 똘똘 뭉쳐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습니다. 지금처럼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프로 입단 2년 만에 주전 자리를 꿰찬 신지현이 다시금 농구화끈을 단단히 묶었다.

[취재후기] 자신이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물은 질문에 “전부”라고 말한 신지현은 농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선수다. 시즌 중에는 경기와 훈련, 비디오 분석밖에 모를 정도로 농구에 집중한다. 기존 신기성 코치와 지난 1일 부임한 정선민 코치는 신지현의 잠재력을 꺼내줄 든든한 멘토.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냈던 두 코치는 신지현을 어떻게 다듬어 나갈까. 향후 그녀의 발자취에 사뭇 관심이 모아진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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