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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판 2018 프로야구 순위싸움, '불펜 관리'가 변수다 [SQ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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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판 2018 프로야구 순위싸움, '불펜 관리'가 변수다 [SQ이슈]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8.04.30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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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1. 지난 4월 27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NC 다이노스전에서 9회말 두산 투수 함덕주가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자, 야구팬들은 “함덕주가 최근 너무 자주 등판하는데 또 올라올 기세다”라며 우려를 보냈다.

#2. 야구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데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성적이 잘 나오는 것도 좋지만 선수들이 오랫동안 꾸준히 활약하길 원한다. 이에 일부 열혈 야구팬은 ‘자체 혹사지수표’를 만들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공유하고 있다.

 

 

2018 프로야구(KBO리그)의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올 시즌 유난히 연승-연패가 잦아 흐름을 한 번 타기 시작하면 순위가 급상승할 수도, 단단히 꼬이면 순위가 뚝 떨어질 수도 있다. 4위 KT 위즈(15승 16패)부터 9위 롯데 자이언츠(12승 17패)까지 격차가 2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KBO리그의 ‘타고투저’ 흐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2시즌만 해도 리그 평균자책점은 3.82로 매우 좋았지만, 이듬해부터 큰 폭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2013년 4.32, 2014년 5.21, 2016년 5.17, 2017년 4.97로 투수들의 힘이 떨어지면서 팬들은 한 팀이 10점 이상이 나는 경기를 자주 보게 됐다.

특히 선발투수들의 부진이 도드라졌다. 2013년 4.35였던 리그 선발 평균자책점이 이듬해 5.23으로 점프했고, 2016년 5.29, 2017년 4.88로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선발투수가 예전만 못한 퍼포먼스를 보여줌에 따라 그 부담은 고스란히 불펜진으로 넘어갔다. 2014시즌 이후로 불펜진에 과부하가 걸리는 구단이 많아졌다.

대표적으로 김성근 감독이 지휘한 2015년과 2016년의 한화 이글스를 들 수 있는데, 권혁이 2015년 112이닝, 이듬해 95⅓이닝을 던져 2년 연속 불펜 이닝 1위를 기록했다. 박정진도 2015년 96이닝(불펜 이닝 2위), 2016년 83이닝(5위)을 던져 우려를 자아냈다. 한화는 2016년 불펜 이닝 10걸에 무려 5명이 포함됐다(권혁, 송창식, 박정진, 정우람, 심수창). 2년 후인 현재 1군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선수는 정우람밖에 없다. 불펜 혹사 논란이 발생한 한화는 2015년과 이듬해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위의 사례는 불펜이 중심이 되는 야구를 하면 언젠가는 탈이 난다는 것을 방증한다. 많은 불펜투수들을 동원하는 이른 바 ‘짜내는 야구’를 할 경우 혹사 위험성이 커지고 성적도 잡기 어렵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스프링캠프 때 연마한 투심 패스트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던 송은범(한화·22⅔이닝으로 불펜 이닝 1위)은 등판이 잦아지면서 구위가 뚝 떨어졌다. 이는 성적 하락으로 직결됐다. 송은범은 4월 들어 12차례 마운드에 올랐는데, 그가 한 달 동안 두 자릿수 등판 횟수를 기록한 건 10경기에 나선 2013년 6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그는 이달 11일부터 17일까지 하루걸러 하루 마운드에 올랐고, 17~18일에는 연투했다. 그리고 25일부터 29일까지 또 하루걸러 하루 등판했다. 등판 횟수가 많아짐에 따라 팔에 피로도가 쌓이면서 성적이 나빠졌다. 17일까지 1.56이었던 평균자책점은 3.18까지 치솟았다. 공교롭게도 송은범의 부진과 함께 한화의 순위도 내려갔다.

두산 필승 계투조가 예전만한 다양성을 갖추지 못함에 따라, 함덕주와 곽빈의 피로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둘은 리그에서 4번째로 많은 17⅓이닝을 투구했다. 그 중에서도 루키 곽빈은 연투가 무려 6번이나 된다. 함덕주도 5번의 연투를 기록했다. 팀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두산 팬들은 영건 계투진의 어깨가 상하지는 않을지, 그와 함께 순위가 떨어지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선발투수들의 힘이 떨어지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문제지만, 팬들은 “지도자들이 한두 명의 불펜투수들에게만 의지하는 것 같다”며 “불펜이 건강하게 돌아갈 때 팀 성적도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BO리그 개막이 40여일 정도 지난 시점에서 10개 구단들이 불펜을 얼마나 영리하게 관리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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