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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아시안컵 '변화의 도전', 슈틸리케호의 남은 퍼즐조각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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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아시안컵 '변화의 도전', 슈틸리케호의 남은 퍼즐조각 셋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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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커 전무, 공격 극대화 최대 고민…월드컵 당시 지적됐던 허술한 수비도 문제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슈틸리케호'가 변화된 한국 축구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변화하라(Time for Change)'는 슬로건을 내걸고 55년만의 우승이라는 야심찬 도전에 나서지만 산적한 문제가 너무나 많다. 그런데 시간은 없다.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AFC 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27일 결전지 호주로 장도에 오른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이 부상없이 정상 컨디션으로 대회를 치른다면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했지만 결승전까지 가고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것이 만만치 않다.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지금 있는 23명의 선수들로 최적의 조합을 짜내 최상의 전력을 구축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대표팀에는 정통 스트라이커도 없고 지난 여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지적됐던 허술한 수비 문제도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미 주위에서는 4강 또는 그 이상의 성적을 바라는 분위기다. 주위 기대는 크고 주어진 환경은 그리 좋지 못하다. 게다가 이제 평가전은 단 한번만 남았기 때문에 테스트를 할 시간도 없다. 다음달 10일 벌어지는 오만과 첫 경기까지 보름 정도 남았을 뿐이다.

슈틸리케호가 짧은 시간에 전력에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묘책을 진단해 본다.

▲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55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27일 호주로 떠난다. 대표팀은 다음달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치른 뒤 10일 오만과 첫 경기를 시작으로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한다. 사진은 제주 전지훈련에 앞서 슈틸리케 감독의 지시를 듣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원톱 자신없다는 손흥민, 그래도 시프트는 유효하다

현재 대표팀에는 정통 스트라이커가 없다. 이정협(23·상주 상무)이 뽑히긴 했지만 그는 아직까지 A매치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새내기다. 물론 깜짝 활약을 보여줄 수는 있겠지만 상주에서도 주로 조커로 활용되는 선수이기에 슈틸리케 감독이 아무리 변화를 강조한다고 해도 주전 원톱으로 내보내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이근호(29·엘 자이시)나 조영철(25·카타르SC) 등를 활용하는 제로톱 전술을 쓸 수밖에 없다. 이근호나 조영철 모두 골 감각이 있는 선수이긴 하지만 정통 스트라이커 또는 원톱 자원으로 활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 때문에 손흥민(22·바이어 레버쿠젠)을 원톱으로 써보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손흥민의 공격수 기용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선수 본인이 부정적이다. 손흥민은 지난 23일 팬미팅 자리에서 "솔직히 원톱은 부담이 있다. 그 위치에서는 내 플레이를 하지 못할 것 같다"며 "내 자리는 왼쪽 윙포워드와 대표팀 왼쪽이다. 원톱보다 측면에 서는 것이 편하다. 이청용(26·볼턴 원더러스)과 경기 중 스위칭을 많이 하기 때문에 오른쪽도 상관없다"고 밝혔다.

손흥민을 붙박이 원톱으로 놓을 수 없다면 '손흥민 시프트'는 가능하다. 본인 스스로도 스위칭을 많이 한다고 했기 때문에 붙박이보다는 손흥민을 프리롤로 활용하면서 공격 움직임을 활발하게 할 수 있다.

▲ 손흥민(오른쪽)은 정통 스트라이커가 없어 고민인 대표팀의 득점력을 높여줄 자원이다. 한때 원톱 기용론도 제기됐지만 손흥민이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하지만 이청용이나 '가짜 9번' 선수와 활발하게 스위칭하는 '손흥민 시프트'는 가능하다. [사진=스포츠Q DB]

이 경우 손흥민이 이청용 또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나 '가짜 9번'과 자유롭게 스위치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구자철(25·마인츠05)가 점쳐지고 '가짜 9번'은 조영철, 이근호 가운데 한 명이 될 수 있다. 특히 이근호는 측면 공격자원으로도 활용되기 때문에 손흥민-이근호-이청용이 서로 돌아가며 스위칭을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조영철은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제로톱 전술에 최적화된 공격수"라고 평가했다. 파라과이전에서 김민우(24·사간 도스)과 남태희(23·레퀴야), 이청용과 이미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감은 충분하다.

◆ 월드컵 당시 뚫렸던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조합은

지난 여름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당시 기성용(25·스완지 시티)과 한국영(24·카타르SC)이 조합을 이뤘지만 별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중앙 수비진의 허점과 맞물려 수비형 미드필더가 전혀 안정을 이뤄내지 못했다. 그 결과 알제리에 4골을 내주면서 완패하는 등 3경기에서 6골을 내줬다.

당시 기성용이 공격쪽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중앙 수비진과 간격이 벌어지곤 했다. 이는 상대팀의 속공을 불러왔고 중앙이 계속 뚫리면서 대량실점을 불러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자원을 많이 뽑았다. 기성용이 스완지 시티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그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짝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기존 한국영과 함께 박주호(27·마인츠05)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원래 왼쪽 풀백으로 수비가 강한 박주호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아 무실점 수비를 이끌었다. 박주호는 소속팀에서도 왼쪽 풀백 대신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인정받고 있다.

▲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수비 미드필더로 기용됐던 박주호는 아시안컵에서도 기성용과 함께 호흡을 맞출 파트너로 손꼽히고 있다. 대표팀은 기성용을 붙박이로 두고 박주호와 한국영, 이명주, 장현수 등 다양한 조합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사진=스포츠Q DB]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호와 함께 이명주(24·알 아인)도 생각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명주는 공격력도 뛰어나지만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박주호와 이명주의 조합에 따라 기성용의 역할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박주호가 선다면 기성용이 조금 공격쪽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박주호가 아래에서 든든하게 수비를 맡아주기 때문에 기성용이 공격으로 올라가는 것도 부담이 덜하다. 이명주가 선다면 기성용은 올라가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수비에 무게감을 줄 수 있다.

한국영과 장현수(23·광저우 부리)도 슈틸리케 감독이 눈여겨보고 있다. 한국영은 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파라과이전에서 풀타임을 기용시켜본 경험이 있다. 당시 파라과이에 2-0으로 이겨 무실점을 이끌었다. 장현수는 중앙 수비수가 주 포지션이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 미드필더도 가능하다"며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 중앙 수비 최적 조합은, 곽태휘 주전으로 도약할까

현재 대표팀에는 곽태휘(33·알 힐랄)와 김주영(26·FC 서울), 김영권(24·광저우 에버그란데), 장현수가 자리하고 있다. 네 명의 중앙 수비수를 가지고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선수는 곽태휘다. 포백 수비진에서 차두리(34·FC 서울)를 제외하면 모두 20대다. 특히 중앙 수비수는 경험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20대 선수의 조합은 부담스럽다.

무엇보다도 곽태휘는 중동팀에서 몸담으면서 중동 선수들과 격돌해본 경험이 많다. 곽태휘는 공중 장악력도 뛰어나고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까지 지녔기 때문에 다양한 공격 전술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전 중앙수비수로 곽태휘가 떠오르고 있다. 경험이 풍부해 노련한데다 중동에서 뛰고 있어 중동 선수들에 최적화된 선수로 꼽히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곽태휘와 호흡을 맞출 파트너는 김영권이 유력하다. 김영권은 브라질 월드컵에 다녀올 정도로 이미 능력을 일찌감치 인정받은 선수다.

그러나 김영권이 너무 앞쪽으로 중심을 뒀다가 카운터 어택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아 슈틸리케 감독에게 큰 신뢰를 받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김영권에게 높은 점수를 매기지 않았다면 인천 아시안게임 중앙 수비수로 무실점 우승으로 이끈 장현수가 깜짝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

김주영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장현수는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볼 수 있어 만일 사태를 대비해 벤치에 남겨둘 수 있다. 이 경우 올시즌 서울의 중앙 수비를 든든히 지켰던 김주영이 발탁될 수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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