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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머리해안의 미스터리 '왜 그걸 못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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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머리해안의 미스터리 '왜 그걸 못 봐?'
  • 이두영 편집위원
  • 승인 2014.03.11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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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해안절경 '생생정보통'에 소개돼

유채꽃 피는 봄이 최고래요

엿가락이 켜켜이 쌓인 형상을 닮은 해식지형이 해안을 빙 두르고 있습니다. 거친 파도와 바람에 180만년 묵은 사암 절벽이 이리 깎이고 저리 파여 탄성을 자아냅니다. 쭈글쭈글, 울퉁불퉁, 자글자글하게 구멍이 뚫린 표면은 화산 폭발 이후 겪은 인고의 고통을 웅변합니다. 그러나 횡으로 늘어진 절벽의 주름에서는 장중한 힘이 느껴집니다. 살아 있는 내장의 꿈틀거림처럼, 웅비하는 용의 근육처럼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이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목록에 오른 제주 용머리해안(천연기념물 제 526호)의 모습입니다.

 

▲ 용머리해안.

 

▲ 용머리해안.

미스터리가 한번 헤맨 그곳!

10일 KBS ‘생생정보통, 미션! 사진 속 장소를 찾아라’를 보니 미스터리가 이번에는 용머리해안의 구멍이 뚫린 바위 사진을 들고 해당 장소를 찾아 나섰네요. 먹성 좋아 보이는 젊은이가 카메라를 들고 현지인에게 장소를 탐문하고 급히 돌아서서 가려다 고기를 굽는다는 말을 듣고 돌아서는 장면을 보고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그 때 딱 어울리는 말입니다. 마른 귤나무에 불을 지펴 삼겹살을 구워 먹는 장면에서 강렬한 식욕이 발동했습니다. 삼겹살을 멸치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독특하더군요.

사실 남도 지방이나 제주도에서는 멸치를 음식에 매우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멸치소스를 묻힌 삼겹살! 제주 가면 꼭 한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미스터리는 용머리해안에 가서도 사진 속 장면을 찾지 못하고 비슷한 해식지형이 있는 서귀포 해안까지 갔다가 되돌아 오더군요. 용머리해안만 가면 금방 찾을 수 있는데 말이죠.

 

▲ KBS2 생생정보통 화면 캡처.
▲ KBS2 생생정보통 화면 캡처.

 

용머리해안은 용이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을 띤 곳으로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있습니다. 그릇을 엎어놓은 듯 봉곳하게 융기한 산방산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용이 바다로 내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180만 년 전에 바다에서 솟구친 화산쇄설물이 쌓여 식으면서 거대한 층을 이뤘고 오랜 시간 바람과 파도의 영향으로 침식이 심화돼 오늘날과 같은 경이로운 비경이 탄생했습니다. 화산 분출물로 이뤄져 구멍이 뻥뻥 뚫린 암석을 ‘응회암’이라고 하지요. 이처럼 쭈글쭈글하고 거대한 응회암층은 제주도에서도 보기 드뭅니다.

 

네덜란드 상인 하멜이 표류한 곳

이곳은 조선 효종 4년(1653년)에 네덜란드인 하멜이 동인도회사 동료 36명과 함께 일본으로 가다가 태풍을 피해 표류한 장소입니다. 하멜의 방문을 기리는 기념비와 선박, 벤치 등이 현재 해안 이곳저곳에 설치돼 눈요깃거리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지드래곤의 인기곡처럼 ‘삐딱하게’ 보자면, 이방인이 험한 풍랑을 피해 어쩔 수 없이 상륙했다가 인간 대접을 못 받고 억류됐던 것을, 대단한 인물이 방문한 것처럼 미화하는 것 같아 살짝 웃음이 나옵니다.

하멜은 13여 년 동안 조선에 머무르는 동안 어떻게 하면 탈출할까 애를 쓰다가 번번이 실패하고 고된 노역과 홀대를 참아내며 암울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유명한 하멜표류기도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한 서류작성 차원이었다고 합니다. 누가 하멜의 조선 탈출기를 영화로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봄이면 산방산 밑 들판에 유채꽃 향기가 물씬 납니다. 해안 절경도 좋지만 유채꽃밭을 거닐며 평생 추억에 남을 기념사진도 찍어 보시지요. 결혼을 앞둔 연인이든,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부부든 상관없습니다. 유채꽃밭에 들어 ‘김치~!’ 하고 보십시오. 이런 기념사진 한 장이 살아가는 내내 두 사람에게 보약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유채밭 입장료 받는다고 푸념하지 마시고 애써 키운 농부에게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걸으십시오.

 

▲ 용머리해안.
▲ 용머리해안.

 

▲ 용머리해안.
▲ 용머리해안의 절벽.
▲ 용머리해안.
▲ 용머리해안.
▲ 용머리해안.

 

만조나 기상악화로 출입통제하는 날 많으니 참고하세요

그런데 안타까운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용머리해안은 국내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상승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으로 해가 갈수록 물에 더 잠기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웃는 말이지만 하멜의 저주는 아니겠지요?

2013년의 해수면은 1970년에 비해 22.7cm 상승했습니다. 40여년 만에 해수면이 한 뼘이나 올랐다니 그 속도가 너무 빠르네요. 계속되는 수면 상승으로 2008년에는 안전한 관람을 위해 산책로에 다리까지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 물에 잠기는 날이 많아 해안 전체의 출입이 금지되는 날이 늘고 있습니다.

만조나 일시적 기상악화로 잠시 출입이 통제되는 날을 합하면 1년에 200일 정도 출입이 통제되는 일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국보급 풍광이 점점 바다에 잠기고 있어 많이 아쉽습니다. 용머리해안 서쪽에는 2012년에 기후변화홍보관이 마련돼 이산화탄소 저감 노력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꼭 들러 보시기 바랍니다. <끝>

 

▲ 용머리해안.

 

▲ 용머리해안의 서쪽.

 

▲ 산방연대에서 내려다본 용머리해안. 연대는 낮에는 주로 연기로, 밤에는 불을 피워 급한 소식을 전하던 통신시설로 기능은 봉수대와 같지만, 봉수대가 산꼭대기에 설치된 반면 연대는 낮은 산지나 해안에 설치된 점이 다릅니다.

 

▲ 용머리해안의 하멜 기념비.
▲ 용머리해안의 하멜상선 전시관.

 

▲ 맑은 공기 마시며 용머리해안에서 말을 타 볼 수도 있습니다.

 

▲ 산방산과 유채꽃.

 

▲ 용머리해안 동쪽 해안선이 제법 멋있지요?
▲ 산방산 아래 도로입니다. 봄이면 이 부근 유채밭이 노란색으로 물듭니다.

 

▲ 옛 소련의 개혁을 이끈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1991년 봄에 제주도를 방문한 것을 기려 조성한 기념물입니다.

 

 

▲ 용머리해안을 봤으면 송악산에 가지 않을 수가 없지요. 송악산은 멋진 산책로와 시원스럽다고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는 전망,거대한 분화구 등이 볼만합니다. 사진은 도중의 해변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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