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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 탐방](3) 더 히스테릭스 80년대 LA매탈 사운드 복원 '21세기와 접속'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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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 탐방](3) 더 히스테릭스 80년대 LA매탈 사운드 복원 '21세기와 접속' (下)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12.27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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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박영웅 · 사진 노민규 기자 ] 21세기는 록음악의 계보가 사실상 끊겼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 시대다. 90년대 기존 주류 음악이었던 LA매탈 사운드를 혁파하고 대안으로 자리 잡았던 얼터너티브 록음악이 더 이상은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런 힘겨운 현상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이 바로 홍대 인디록신이다. 홍대 인디록신은 현재 얼터너티브를 고수하는 쪽과 가벼운 통기타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 '더 히스테릭스'는 1980년대의 LA메탈 사운드를 되살리며 자신들만의 개성있는 음악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거꾸로 80년대 주류 록음악이었던 LA 매탈 사운드를 중심으로 활동을 선언한 그룹이 있다. 지난 7월 8일 1집 정규앨범 'Take It Sleazy'를 발매한 더 히스테릭스(이하 히스테릭스)다.

이들은 마치 80년대를 주름잡던 머틀리 크루가 귀환한 것 같은 느낌을 줄 만큼 강렬하고 웅장한 사운드를 추구하고 있다. 어찌 보면 구식 음악을 다시 하는 그룹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는 대부분이 꺼리는 예전의 음악을 통해, 오히려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음악 세계가 평가받아야 하는 이유다.

◆ 묵은지 같은 장르의 도전, 우린 유행을 쫓지 않는다

일단 사운드는 강렬했다. 강렬하다는 의미가 최근 유행하는 록음악들의 단순하게 거친 사운드와는 내용이 다르다. 80년대 록음악들이 갖추던 전개와 사운드적 완벽함이 담겨 있는 강렬함이었다.

직접 들어보니 그들이 말하려는 80년대 LA 매탈 사운드의 복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요리도 신선한 것을 먹으면 좋죠. 하지만 꼭 맛있는 음식이 새롭고 신선한 것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죠. 묵은지를 보세요. 깊은 맛이 있죠. 우리의 음악도 그래요. 얼터너티브 열풍을 몰고 온 너바나가 해비메탈을 죽이고 등장한 지 20년이 넘었어요. 이젠 이들 얼터너티브가 싫증이 나고 있어요. 역으로 이젠 우리 LA 매탈 사운드가 더 신선할 수 있죠."

 

이들은 특이한 음악적 색깔만큼이나 추구하는 음악관도 확실했다.

"우린 유행을 좇지 않아요. 독창성이 갖춰진 음악을 만드는 것이 우리 밴드의 목표예요. 보세요. 90년대 초반 너바나가 나올 때도 독창적이었어요.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어 제대로만 할 수 있다면 팬들의 인기는 시대와는 상관없다고 봐요."

◆ 이브 출신 김세헌, 대중적 음악을 해봤기에 가요적인 한계 넘기 가능

히스테릭스의 멤버를 이끌고 있는 리더는 우리도 잘 알고 있는 밴드 이브와 걸의 보컬이었던 김세헌이다. 리드 기타 역시 이브 출신의 정유화다. 이들은 누구보다 대중의 중심에서 음악을 해왔던 인물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주저 없이 히스테릭스의 음악에서 가요적인 느낌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

"가요 느낌을 배제하고 있어요. 가요 느낌은 너무 뻔한 거예요. 우리도 돈 좀 벌고 대중적 관심을 끌려면 이른바 '뽕 삘 나는' 발라드를 부르면 되죠. 하지만 이런 느낌을 추구하다 보면 히스테릭스의 근본 정신은 무너지는 겁니다."

"대중적 열성 팬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보다 더욱 취약해요. 너무 많이 해봐서…. 우리는 이런 부분을 더욱 잘 알죠. 심지어 우린 인기 아이돌 HOT와 경쟁도 한 사람들인데(웃음). 가요적 느낌의 음악을 오래 했으니 이제는 히스테릭스만의 도전이 담긴 독창적 록을 펼칠 겁니다. (김세헌)"

 

◆ '영어가사'에 담긴 이들의 세밀함과 비범한 목표

히스테릭스 1집 앨범은 80년대 강렬한 매탈 음향을 기반으로 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전곡 모두 영어가사를 담고 있다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언어로도 완벽한 음악적 느낌을 담기 힘든데 '영어가사'라는 특이한 시도를 했다. 여기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홍대신의 크기가 얼마나 될 것 같아요? 기자님께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작아요. 하지만 이렇게 파이는 작은데 이를 놓고 치열한 밥그릇 싸움이 일어나고 있죠."

그래서 국외진출만이 이런 치열하고 협소한 생존 싸움의 돌파구라고 생각했어요. 음악 역시 전곡에 외국어 가사를 도입했고 국제적인 느낌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반드시 한국말로 노래를 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다고 생각해요. 록음악은 본래 세계적 음악이니까요."

(즉흥 질문) 그렇다면 국외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잡혀있는지가 궁금했다.

"내년 2월께 2집 앨범을 내고 일본에서 공연을 준비 중에 있어요. 사실 중국에서 섭외가 들어왔었죠.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 거부했어요. 1집 앨범을 내고 우리만의 음악적 완성도를 갖추자는 취지였어요."
 

 

◆ 돈이 아닌 음악 "그냥 좋아서 하는 겁니다"

히스테릭스는 그들이 결성된 이유에 대해 "음악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인기와 돈은 부질없는 것이었다. 오로지 음악, 본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면서 '퀄러티' 높이겠다는 열망만이 폭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흔히 '누가 얼마나 대단한 음악을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해요. 하지만 우리에겐 부질없는 것들이죠. 특히 이런 협소한 우리나라 인디레이블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죠."

"단지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겁니다. 그렇기에 밴드로서 톱은 안 돼도 좋아요. 우리의 독창성, 남들이 이젠 하지 않는 80년대 LA 매탈 사운드를 통해 팬들로부터 인정받는 음악을 한다면 충분합니다. "

 

(즉흥 질문) 그래도 돈은 중요하다. 음악으로 돈을 벌 생각은 전혀 없느냐는 끈질긴 질문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솔직히 기본적인 자금이 너무 없으면 안 되죠. 하지만 돈을 일방적으로 추구하면 안 된다는 소리입니다. 이미 우리 멤버들은 밴드와 돈이라는 부분에 대해 수동적인 해탈을 한 것 같아요. 너무 힘들다 보니 스스로 해탈을 했다고 해야 하나.(웃음)"

마지막으로 팀의 중심이자 보컬인 김세헌에 대한 이미지를 멤버들에게 물었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유명한 형임에도 소위 말하는 연예인 병이 전혀 없는 형이에요. 너무 소탈해서 과연 저 형이 인기 가수였었느냐는 사실을 잊고 지낼 정도죠. 그게 인간 김세헌 그리고 히스테릭스의 매력 아닐까요?"

[취재 후기] 실제 이들의 연습장면을 살펴봤다. 누구 한 명도 큰소리를 내는 법이 없었다. 리더 김세헌은 동생들을 인품있게 대했고 동생들도 형님 김세헌을 존경의 모습으로 대했다. '화목한 더 히스테릭스' 여기서 나오는 힘이 이들의 음악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아닐까?

◆ 공연 후기 '강렬했던 40분'

이날 운 좋게도 히스테릭스가 유명 홍대 클럽에서 공연하는 날이었다. 80년대 스타일답게 화려한 비주얼과 퍼포먼스는 공연장 전체를 압도했다. 앞뒤에 나오는 밴드들조차 엄지를 치켜세울 정도로 강렬한 무대 자체였다.

▲ 더 히스테릭스 실제 공연장면

깔끔하게 떨어지는 기타 반주는 물론이고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히스테릭스의 연주력은, 이들이 홍대신에서 손가락 안에 든다는 평가가 왜 나오는지를 잘 보여줬다.

▲ 더 히스테릭스 클럽 FF 대기실 장면

특히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보컬 김세헌의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와 창법이었다. 4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김세헌은 여전히 살아있는 야생마와 같았다. 히스테릭스 그들의 건승을 기원해 본다. <끝> 

[인디레이블 탐방](3) 인디 슈퍼그룹 '더 히스테릭스' 그들의 '투잡'은 이런 것 (上) 도 함께 보세요.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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