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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론자' 신태용, 이청용-이승우 되고 석현준-지동원 안 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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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론자' 신태용, 이청용-이승우 되고 석현준-지동원 안 되는 이유는?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5.1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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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경기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대표팀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뽑을 수 있다.”

지난해 7월 축구 대표팀의 소방수로 나선 신태용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이 같은 뜻을 나타냈다. 그리고 그 발언이 향하는 곳에는 이청용(30·크리스탈 팰리스)가 있었다.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모두 나서 골을 터뜨렸던 경험 풍부한 그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다.

신태용 감독은 14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명단발표 기자회견에서 28명의 선수를 발표했고 이 안에 이청용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

 

▲ 신태용 감독이 14일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청용은 독보적인 센스와 기술을 갖춰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해왔지만 최근 상황은 결코 좋지 않았다. 올 시즌 리그에서 단 7경기에 출전했는데 선발은 단 한 차례고 총 출전 시간은 130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벤치를 지켰고 그마저도 경기 당 출전시간은 채 20분을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신 감독은 이청용 카드에 대한 생각을 종종 나타냈다. 최근엔 로이 호지슨 크리스탈 팰리스 감독과 통화를 하며 이청용의 몸 상태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이청용 발탁이 논란이 될 지언정 파격적이지는 않은 이유다.

신 감독은 “유럽으로 출국할 때 명단 발표되기 때문에 그때까진 이청용도 100% 간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이청용은 2010, 2014년 두 차례 월드컵을 경험했고 개인 스킬이 타고난 선수다. 제가 가진 포메이션에서 이청용이 꼭 필요한 선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발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적지 않은 선수들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 “뛰지 못하는 선수는 뽑을 수 없다”는 원칙을 내세우곤 한다. 그에 비하면 신 감독은 ‘소신론’을 더욱 중시했다.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도 “이청용이 다른 팀에 간다면 뛸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팀에서 특히 잘하는 선수들과 포지션 겹쳐서 못 뛴 부분이 있다”며 “대표팀에 들어와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팀 분위기와 조직력을 같이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최종 명단에 들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의 발탁은 그야말론 ‘파격’이었다. 시즌 내내 소속팀에서 거의 벤치를 지켰기 때문이다. 최근 기회를 조금씩 늘려갔고 전날 경기에서는 첫 리그 선발 출전하기도 했지만 경기 감각과 성인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 만큼 능력을 증명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있다.

그럼에도 신 감독은 자신의 분석과 소신을 믿었다.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이승우의 번뜩이는 재능을 직접 지켜봤던 신 감독은 “이승우는 꾸준히 베로나에서 뛰나 안 뛰나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며 “누구보다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청용에게 풍부한 경험의 힘을 기대한다면 이승우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는 더욱 구체적이었다. 신 감독은 “지금 발전 가능성이 있어 뽑았지만 사실 이승우는 상대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민첩한 능력이 있는 선수다. 상대 위험 지역에서 파울을 얻는 동작 등을 통해 상대를 교란하는 그림을 그리게 됐다”며 “스웨덴 선수들의 장단점을 분석하다보니 이 선수가 요긴하게 쓰일 부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발탁하게 됐다”고 근거를 뒷받침했다.

반면 꾸준한 출전기회를 얻고 성과까지 내고 있는 석현준(27·트루아)과 지동원(27·다름슈타트)은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명단에 든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지 않는 한 승선이 불가능하다.

 

▲ 최근 기회를 늘려가고 있는 이승우(오른쪽)가 신태용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사진=헬라스 베로나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신 감독 부임 이후 활용해보기도 한 이들이지만 “그렇게 하다보면 예비 35명을 다 뽑아서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수비라인에 변동이 있어 더 많이 뽑은 것”이라며 “부상 선수들이 없었다면 23인으로 갈 생각이었다. 지동원과 석현준은 경기감각이 많이 올라왔지만 같이 해봐서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대체로는 뽑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신 감독이 기자회견 내내 강조한 것은 ‘자신의 축구’였다. 이청용과 이승우는 이에 잘 부합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에 뽑은 것이고 엄밀히 말해 지동원과 석현준은 이러한 면에서 다른 선수들 밀린 것이다.

4년 전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은 원칙을 깨고 소속팀에서 경기에 뛰지 못하는 박주영을 선발했고 결과가 좋지 못하자 축구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신태용 감독이 선발한 이청용과 이승우가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도 월드컵에선 부진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차이는 신 감독은 애초부터 그러한 원칙론을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 소속팀에서 많은 기회를 얻는 석현준과 지동원 대신 이청용과 이승우를 뽑아도 큰 비판을 하기 어려운 이유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이다. 단 결과에 대한 책임도 온전한 감독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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