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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부상병동' 넥센히어로즈 '난세영웅', 김규민이 사랑받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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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부상병동' 넥센히어로즈 '난세영웅', 김규민이 사랑받는 이유는?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5.1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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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서건창, 박병호에 이정후까지. 넥센 히어로즈가 부상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김규민(25)이라는 ‘난세영웅’의 등장은 넥센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휘문고 졸업 후 2012년 입단했지만 지난해 1군에서 14경기를 뛴 게 전부인 무명 선수는 올 시즌 반란을 도모하고 있다. 12경기에서 타율 0.396(48타수 19안타) 출루율 0.442 장타율 0.521 OPS(출루율+장타율) 0.963. 규정타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리그 상위권에 해당하는 타격 지표를 작성하고 있다.

 

▲ 13일 두산 베어스전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를 하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 김규민.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수치로 보이는 것만으로 김규민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할 수 없다. 지난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치른 두산 베어스전은 김규민의 참 가치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한 판이었다.

이날 타석에선 볼넷과 몸에 맞는 공 하나씩을 얻어냈지만 2타수 무안타 안타를 뽑아내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1군 등록 이후 이어진 연속 안타 기록이 11경기에서 마감됐다.

그러나 야구는 타격이 전부가 아니다. 김규민이 왜 자신이 중용되는 지를 다방면에서 보여줬다. 양 팀이 0-0으로 맞선 3회말 두산 선두타자로 나선 오재원의 타구가 먹혔다. 우익수 김규민은 빠른 스피드로 달려나오더니 몸을 날려 타구를 낚아챘다. 두산 측 관중석에선 한숨이 넥센 측에선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경기를 중계하던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양준혁 해설위원은 “대단한 수비다. 무조건 안타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떨어지는 타구를 저렇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처럼 잡아내기는 어렵다”고 평했고 정민철 위원은 “판단도 좋았고 뛰어난 신체조건의 도움을 받은 수비”라고 보탰다.

올 시즌 뛰어난 투구에도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최원태는 모자를 벗어 고마움을 표했고 안타를 도둑맞은 오재원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 최원태(오른쪽)가 호수비를 펼친 김규민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경기 후 만난 김규민은 “사실 스타트가 늦었다. 왼손 타자고 우익수에 있으면 타이밍이 헷갈린다. 2군에선 타구음으로 판단하는데 1군은 관중소리가 커서 판단이 어렵다”면서도 “한 발 정도 늦었는데 그냥 뛰어 들어가면 안타가 될 것 같았고 0-0에서 아웃카운트를 늘려야 했기에 확신은 없었지만 몸을 날렸다”고 상황을 복기했다.

1루수와 외야수를 오가며 다재다능함을 보이고 있는 김규민은 “외야는 공이 아무리 빨라도 체공시간이 있는 반면 1루는 타구가 빨라 조금 두려움이 있다. 아무래도 외야 수비가 편하긴 하다”면서도 “홍원기 코치님께 많이 훈련을 받고 있다. 이젠 둘 다 편하다”고 말했다.

4회초 공격에서 또 한 번 김규민의 가치가 빛났다.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김규민은 마이클 초이스의 깊숙한 타구를 지켜보더니 이내 1루로 돌아가 태그업 플레이를 시도했고 쏜살같이 2루로 파고들었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스피드와 재치를 살린 번뜩이는 플레이였다.

정민철 위원은 “경력에 비해 경기 읽는 시야도 좋다”고 말했고 양준혁 위원은 “보통 저러면 2루쪽으로 가 있는데 잡을 것 같으니 1루로 귀루해 저런 플레이를 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앞서 “스피드가 무엇보다 자신 있다”던 김규민은 “처음엔 맞자마자 빠질 것 같아 반까지 나갔다가 (박)건우 형이 따라가는 걸 보니 확실히 잡을 것 같아 태그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 김규민은 4회엔 재치 넘치는 태그업 플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또 한 번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김규민은 6회 조시 린드블럼에게 파울팁 삼진을 당한 뒤 방망이를 홈 플레이트에 내려쳤다. 분한 감정이 멀리서도 잘 느껴졌다. “앞서 린드블럼의 슬라이더에 파울도 못하고 헛스윙을 3번이나 했다. 1군 올라온 후 변화구 대처 능력 좋아졌다고 인터뷰했는데 오늘도 슬라이더가 못 칠 정도는 아니었는데 가운데 오는 공을 헛스윙하니 열이 받았다”고 전했다.

타격은 물론이고 뛰어난 수비와 센스 있는 주루플레이까지.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다. 승리를 위한 뜨거운 열정. 이 같은 점에 넥센 팬들은 김규민에게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살려내야만 한다는 절박함 때문일까. 김규민은 “절박함이 아니라 열심히 뛰면 안타, 득점이 안 될 것도 된다”며 이날 칭찬을 들은 양준혁 해설위원을 떠올렸다 “양준혁 선배가 예전에 전력질주의 중요성에 대한 말이 기억난다. 열심히 뛰어서 내야 안타도 벌써 2개나 나왔다. 그게 아니었으면 타율이 3할 중반대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를 향한 애정은 팬들만의 것이 아니다. 팀에서도 보물 같은 존재가 됐다. 선배들과 코칭스태프들의 칭찬이 줄을 잇는다. 김규민은 “야구 많이 늘었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며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잘한다 잘한다’ 해주시는데 당연히 힘이 많이 된다. 욕하는 거보단 낫지 않겠나”라고 웃었다.

뛰어난 실력과 능숙한 인터뷰 능력까지 마치 베테랑 선수를 보는 듯하다. 경기에 앞서 장정석 감독은 박병호와 서건창이 6월에야 돌아올 것 같다고 전했다. 아직 멀게만 느껴지지만 5월만 잘 넘긴다면 주전급으로 성장한 김규민에 리그 대표 타자들까지 더해져 넥센이 더욱 탄탄한 전력을 바탕으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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