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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비장한 손흥민 "월드컵서 망신당할 수도 있다", 에이스가 짊어진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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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비장한 손흥민 "월드컵서 망신당할 수도 있다", 에이스가 짊어진 책임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5.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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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망신을 당할 수도 잇다고 생각한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전을 코앞에 둔 한국 축구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의 발언이다. 과감하고 솔직한 발언이어서 그 배경에 더욱 시선이 쏠린다.

손흥민은 15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아디다스 더 베이스 서울 풋살장에서 아디다스와 후원 연장 계약식을 체결한 뒤 월드컵 출전 소감 등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 [용산=스포츠Q 주현희 기자] 손흥민이 15일 아디다스와 후원 연장 계약식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월드컵 출전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대표 선수로서 기를 살려주기보다는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며 “브라질에서 너무 안 좋은 결과를 거뒀는데, 나라를 대표해 나갔는데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창피했다. 그보다 더 노력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년 전 브라질 대회에 출전한 손흥민은 자신감이 넘쳤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바이어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이후에도 두 자리수 골을 터뜨리며 기세를 높이던 터였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1무 2패, 시체말로 ‘광탈’이었다. 알제리전 월드컵 데뷔골을 터뜨렸지만 팀이 2-4로 진 뒤 손흥민은 펑펑 울었다. 그는 “경기 때는 물론이고 누굴 만나도 웃으려고 하는데 유일하게 울 때가 경기에서 졌을 때”라며 “유독 대표팀에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그 자체가 창피하고 죄송스러운 일이다. 웃는 얼굴을 보고 국민들이 덩달아 웃을 수 있다면 좋겠다” 전했다.

이어 “브라질 월드컵의 경험이 기대와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었다면 이번엔 좀 더 조심스럽고 걱정이 앞선다”며 “한국이 최약체라고 생각해야 하고 그만큼 더 준비해야 한다. 자신감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무대는 아니다. 많은 선수들이 이 부분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저부터도 그럴 것”이라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축구의 상황은 좋지 않다. 각 대륙을 대표하는 32개 팀이 나서는 꿈의 대회지만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61위다. FIFA 랭킹이 각 팀의 실력을 절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아니지만 현재 한국 축구의 상황을 보여주기에는 무리가 없는 지표다.

 

▲ 축구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가운데)은 무거운 책임감과 한층 성숙해진 태도를 보였다. [사진=스포츠Q DB]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그럴 듯한 타이틀 속에는 역대 어느 때보다 힘겹게 아시아 예선을 통과한 이력이 숨어 있다. 감독 교체라는 강수까지 둬야 했다.

앞서 신태용 감독은 “최약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선수들에게 투지 넘치는 모습을 기대했다. 손흥민도 마찬가지였다. “실력이 안 좋다고 생각되면 두 발 더 뛰면 이길 수 있다. 퀄리티 차이는 있지만 멘탈과 피지컬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다”며 “많이 뛰고 서로 도와주고 팀으로서 뛰면 가능성이 있다. 11명이 경기장에 나서지만 12명처럼 뛰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응원을 당부했다. 이 또한 신태용 감독과 같음 마음이었다. 손흥민은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만큼 선수들도 이에 대해 많이 신경쓰고 있고 기대하시는 것만큼 보여주려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걱정은 당연하지만 아직 시작도 안 했기 때문에 당연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는 건 이르다. 응원이 더 필요할 때다. 선수들도 결과가 안 좋았을 때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잘 안다. 쉽지 않겠지만 그 전까지는 좀 더 힘을 실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이 한 마디를 남겼다. “나라를 위해 이 한 몸 바칠 준비가 돼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토록 비장함이 넘치는 손흥민을 본 적이 없다. 한층 성장한 만큼 가슴에 단 태극마크에 대한 책임감도 더욱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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