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09:36 (목)
[Q리뷰] '독전', 화려한 연출 속 흐릿해진 개연성...'이해영표 느와르는?'
상태바
[Q리뷰] '독전', 화려한 연출 속 흐릿해진 개연성...'이해영표 느와르는?'
  • 김혜원 기자
  • 승인 2018.05.16 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UP&DOWN

UP
- 폭발적인 에너지 만든 배우들의 시너지
- 섬세한 미장센과 세련된 영상미

DOWN
- 숨이 찰 정도로 휘몰아치는 전개에 따른 피로도 과잉
- 몰입을 방해하는 등장인물의 부족한 '전사'
-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라 보기 어려운 그로테스크한 연출

 

[스포츠Q(큐) 김혜원 기자] 폭발적인 에너지를 약속한 영화 ‘독전’이 베일을 벗었다. 조진웅, 류준열, 차승원, 김성령, 故 김주혁, 박해준 등 자신만의 독자적인 배우 인생을 걸어온 배우들의 조합으로 일찍이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독전'은 '천하장사 마돈나', '품행제로', '아라한 장풍대작전',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온 이해영 감독과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로 충무로 대표 극작가로 등극한 정서경 작가의 협업으로 탄탄한 시나리오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과연 베일을 벗은 영화 '독전'은 어떤 모습일까?

 

# 스타트라인까지 ‘Just 10 minutes’

 

영화 '독전' 스틸 이미지 [사진= (주)용필름 제공]

 

'독전'은 홍콩 영화계 거장 두치 펑 감독의 '마약 전쟁'을 리메이크 한 작품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령 마약 조직의 보스 '이 선생'을 잡기 위한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영화는 극의 촉매로 등장한 '오연옥'(김성령 분)이 불을 붙인 순간부터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처럼 빠르게 달려나간다. 마치 게임을 연상시키는 극의 구조는 강인한 캐릭터들의 끊임없는 등장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독전’은 극을 이끄는 두 명의 주인공, 형사 '원호'(조진웅 분)와 마약 조직원 '락'(류준열)의 서사에 주목하지 않는다. 인물들의 서사는 철저하게 배제된다. 원호가 아시아 최대 마약조직의 보스 ‘이 선생’에게 품는 적의와 집착의 근원조차 알 수 없다.

철저히 사건 중심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빠르게 흘러간다. 의문의 폭발 사고가 발생하고,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인물들이 결탁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겨우 ‘10분’이다. 만약 영화의 앞부분을 놓쳤다면, 등장인물들이 ‘왜 한 배를 탔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쉼표 없이 달려 관객들까지 환각 상태로 만들곤 한다.

 

# 아쉬운 '전사' 대체한 조진웅X故 김주혁의 연기력, 그러나...

 

영화 '독전' 스틸 이미지 [사진=(주)용필름 제공]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이해영 감독은 관객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주기 위해 캐릭터 서사를 과감히 생략했다고 밝혔다. 극을 이끌어가는 두 명의 주인공 조진웅과 류준열 역시 턱없이 부족한 ‘전사’를 보인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왜?”, “어떻게?”라는 의문을 던지기 충분하다.

배우들은 전사의 부족함을 연기력으로 대체했다. ‘이 선생’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내건 형사 원호 역의 조진웅은 불확실한 도박을 한 인물의 위태로운 심리를 선 굵은 형사 안에 담아냈다. 그뿐 아니라 자칫 과잉되기 쉬운 ‘환각 상태’의 연기를 작위적이지 않게 표현하며, 극에 무게감을 더했다.   

이와 함께 통제 불능 악역 ‘진하림’으로 변신한 김주혁의 연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물론 ‘약물 중독 상태’라는 표현으로도 극단적인 캐릭터의 설정은 다소 의문을 자아낸다. 하지만 김주혁은 극에 압도적인 긴장감을 부여하는 것만으로 악역으로서의 몫을 다했다.

캐릭터 활용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약 조직의 유일한 생존자로 극의 열쇠가 되는 ‘락’ 역의 류준열이다. 무표정과 침묵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류준열은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으며 날뛰는 캐릭터들 사이에서 점차 존재감이 흐릿해졌다.

영화 속에서 지워진 것은 류준열의 존재감뿐만이 아니다. 흔히 이런 영화가 그렇듯이 여성 캐릭터들 모두 생동감을 상실했다. ‘독전’ 속 여성 캐릭터들은 오직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폭력적인 언어과 선정적 행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평면적인 캐릭터들로 인해 되려 무감각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 폭력으로 점철된 그로테스크한 연출

 

영화 '독전' 스틸 이미지 [사진=(주)용필름 제공]

 

‘독전’ 속 등장인물은 누구도 선(善)을 행하지 않는다. 형사인 주인공 원호조차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어린 소녀를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는다. 잔혹한 폭력에 두려움을 표하는 인물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마약에 끊임없이 노출된 인물들은 도덕의 경계가 무너지고, 인간으로서 두려움을 상실한다. ‘환각 상태’에서 통증을 느낄 리 없으니 폭력의 수위는 점차 높아진다. 영화 속 ‘독한 인물’들은 수라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인간이라 하기엔 악마에 가깝다.

영화 독전의 장르는 범죄 ‘액션’보다 범죄 ‘폭력’에 가까워 보인다.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위계를 통해 한쪽의 일방적인 폭행이 자행된다. 물론 권력의 구도가 역전되는 순간, 폭력의 대상 역시 달라진다.

영화가 최종장에 돌입하면 등장인물들은 마치 ‘누가 더 잔인할 수 있는가?’ 경쟁 하듯 기괴한 악행을 펼친다.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고 믿기 어려운 그로테스크한 연출로 점철된 폭력성과 이미지 과잉은 되려 피로도를 높인다.

이해영 감독은 ‘자극을 위한 자극을 지양했다’고 말했지만, 관객들 역시 같은 생각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영화 '독전' 스틸 이미지 [사진=(주)용필름 제공]

 

이해영 감독은 ‘독전’이 단순한 범죄 액션 영화에 그치지 않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끊임없이 복기할 수 있는 바둑과 같은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는 흐름에 따라 말의 가치가 변하는 ‘체스’를 닮았다. 이는 개연성의 공백을 의미한다. 과연 독전이 섬세한 미장센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이해영 감독의 바람처럼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