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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모먼트] '끝내기 병살 유도' 한화이글스 서균, "미스터 제로? 신경 안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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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모먼트] '끝내기 병살 유도' 한화이글스 서균, "미스터 제로? 신경 안쓴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8.05.20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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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미스터 제로요? 잘 모르겠어요.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던지려 해요.”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를 승리했기에 얼떨떨할 법도 했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한화 이글스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 서균(26)이 프로 데뷔 첫 세이브를 챙긴 순간을 되짚었다.

서균은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18 KBO리그(프로야구) 원정경기서 9회말 팀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⅔이닝을 피안타 없이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올렸다. 청원고, 원광대를 졸업한 그는 2014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세이브를 수확했다.

 

 

이날 한화 마운드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전날까지 3연승을 달린 한화는 클로저 정우람이 사흘 연속 9회에 등판했기 때문에 이날은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경기 전 “오늘은 정우람이 나가지 않는다. 접전이 예상되지만 다른 투수들로 잘 막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발투수 키버스 샘슨이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뒤 7회를 지운 안영명(1이닝 무실점)까지는 잘 던졌다. 헌데, 2-1로 앞선 상황에서 세 번째 투수로 나온 송은범이 8회는 삼자범퇴로 막았지만 9회 급격하게 제구가 흔들렸다. 선두타자 채은성에게 볼넷을 내준 뒤 1사 1루에서 이천웅에게 초구에 안타를 맞았다. 1사 1, 3루 위기에 몰린 것.

한화는 지체 없이 마운드를 서균으로 교체했다. 얼떨결에 마무리를 맡게 된 서균은 긴장할 법도 했지만 우타자인 유강남의 몸쪽으로 연거푸 투심 패스트볼을 꽂아 넣었다.

2구 만에 효과를 봤다. 포수 최재훈이 요구한 몸쪽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서균의 힘이 실린 시속 138㎞ 투심은 가운데 낮은 코스로 들어갔고, 이것을 유강남이 끌어 쳤다. 유강남의 배트를 떠난 공은 3루 땅볼이 돼 5-4-3 병살타가 됐다.

한화의 이날 승리는 특별했다. 5월 이후를 기준으로 무려 3658일 만에 2위에 오른 것. 10년만의 2위 도약을 확정짓는 승리를 올 시즌 처음으로 필승조를 맡은 서균이 지켜냈다.

 

▲ 유강남을 병살타로 돌려세우며 팀 승리를 지킨 서균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사진=KBSN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경기 후에 만난 서균은 “의식적으로 몸쪽으로 붙이는 투구를 하려 했다. (최)재훈이 형이 몸쪽으로 던지라는 사인을 냈는데, 운 좋게 들어갔다”고 ‘끝내기 병살’을 유도한 순간을 떠올렸다.

이어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에는 긴장 됐는데, 막상 올라가니 긴장되지 않더라”며 “몇 번 심호흡을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서균의 이름을 수식하는 말이 있다. 바로 ‘미스터 제로’. 그는 이날까지 24경기(1세이브 7홀드) 동안 단 하나의 자책점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평균자책점(방어율)이 ‘0’이다.

“처음에는 4월까지만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5월이 한참 지났다. 언제까지 (평균자책점 0을) 유지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던지려 한다.”

서균은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해 준 한용덕 감독과 송진우 투수코치 등 코칭스태프에 감사 메시지를 전한 뒤 투수조 선배들의 이름도 한 명 한 명 열거하며 고개를 숙였다. “오늘 (정)우람이 형이 ‘네가 마지막에 나갈 것 같다’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게끔 해주셨다. 우람이형을 비롯해 (이)태양이형, (송)은범이형, (안)영명이형, (장)민재형 모두 ‘급하게 던지지 말고 천천히 던지라’고 조언해주신다. 정말 감사하다”고 웃어보였다.

짜릿한 승리의 대미를 장식한 서균에게 한화 팬들은 그의 이름을 힘차게 연호했다. 팬들의 목소리를 들었느냐고 묻자 “몸에 닭살이 돋았다”고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정신이 없어 세이브 공도 챙기지 못했다고 멋쩍게 웃은 서균은 “나 혼자 잘한 게 아니고 팀이 잘했기 때문에 2위에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순위를 지키고 싶다. 계속 잘해서 팀이 가을야구를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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