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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손예진의 윤진아, 호평과 혹평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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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Q]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손예진의 윤진아, 호평과 혹평 사이
  • 김혜원 기자
  • 승인 2018.05.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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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혜원 기자] 지난 19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자체 최고 시청률로 대미를 장식했다. 이와 함께 주인공 윤진아 역으로 등장한 손예진은 '연상녀' 신드롬을 만들어내며 '멜로퀸'의 명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드라마 후반부 캐릭터 붕괴와 맞물려 많은 시청자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드라마 방영 초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여자 주인공 손예진이 그간 쉽게 볼 수 있었던 성고착화적 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손예진은 언제 일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여유 있고 비현실적인 기존의 드라마 속 직장 생활과 다르게 '열심히' 일을 하는 일개미형 인물이다.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손예진 [사진=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스틸컷]

 

회사의 존망이 걸린 거대한 프로젝트를 위해 창의력을 빛내는 것이 아니라, 직장인으로서 월급을 받기 위해 맡은 바 임무를 묵묵히 해 나간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모든 난관은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 극 중 손예진을 도와주는 것 역시 한 직장에서 생활하는 선배다. 

자칫 퍼석퍼석하기까지 한 일상 속에서 손예진은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 살아간다. '밥 잘 사주는 누나'의 안판석PD는 그 장면을 담백하게 표현했다. 주인공의 삶을 직접 조명하고, 사랑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내다 버릴 수 있을 만큼 직장의 무게가 가볍지 않음을 표현한다.

그래서 손예진이 연기한 윤진아는 20·30대 여성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손예진의 비현실적인 비주얼은 작품이 드라마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켰지만, 극 중 윤진아에게 벌어지는 일들은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겪는 그런 '사소한 고난'이었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현실과 맞닿아있으니, 감정의 몰입은 더욱 수월해진다. 수치스럽고, 모멸감을 느끼지만 참아야 하는 수많은 순간들이 모여 '윤진아'의 하루를 만들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여기에 결혼을 독촉하는 엄마, 이별 후 폭력을 일삼는 전 남자친구 등 우리 주변에 산재한 고민을 풀어냈다.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손예진 [사진=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화면 캡쳐]

 

하지만 극이 이렇게만 흘러간다면 '다큐멘터리'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현실적인 누나의 삶에 연하남이라는 연애 소재를 첨가했다. 물론 연애 역시 극적이진 않다. 매니러즘에 빠져 방황하는 '누나'가 밥 사주고 싶은 친구의 '동생'을 만나 호감을 느끼고, 가끔 데이트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문제는 손예진이 연하남 서준희(정해인 분)과 사랑을 시작하고부터다. 주체적이고 똑 부러지던 손예진이 어느 순간부터 정해인에게 끌려다니기 시작한다. 단순히 연애의 주도권의 문제가 아니다. 백마를 탄 왕자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던 손예진에게 어느 순간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하려는 '연하 왕자'가 등장한 셈이다.

위기에 처한 손예진을 정해인이 구해주는 구도가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은 답답함 뿐 아니라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잃게 됐다. 등장인물들은 되려 연애 전보다 어리숙한 판단을 이어갔다. 여기서 시청자들은 염증을 느끼게 된다. 위기의 순간 남자 주인공에게 구원을 받는 여자 주인공들은 그간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방영 초 현실과 비현실의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극 말미 캐릭터의 매력이 희석되며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더 이상 시청자들은 위기 상황에 대처 능력을 상실하고, 오매불망 남자 주인공만을 기다리는 여자 주인공을 원하지 않는다. 현실에는 자신의 몫을 해내는 수 많은 '여성'들이 존재하며 그들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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