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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시대적 변화 수용, 한국형 에이전트 제도 정착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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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시대적 변화 수용, 한국형 에이전트 제도 정착시켜야"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12.29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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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29일 선수 권익보호 위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정착 포럼 개최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스포츠 에이전트는 선수를 대신해서 연봉 협상과 입단 및 이적 업무, 광고 계약 등을 대신하는 직업 혹은 사람을 의미한다. 선수들이 보다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역할로, 프로 스포츠 산업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스포츠 선진국인 미국은 메이저리그(MLB)와 미국프로풋볼(NFL) 등 큰 시장을 형성한 종목이 에이전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4대 프로 스포츠 가운데 축구만 에이전트 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는 29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정착 포럼’을 개최, 한국형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이윤남 변호사가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정착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스포츠법 커뮤니티가 공동 주관한 이날 포럼에는 이규혁 등 운동선수와 지도자, 변호사, 교수, 구단 및 팀 관계자, 스포츠 에이전트 등 각계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는 스포츠 에이전트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김도균 교수(경희대 체육대학원)와 전근표 사무국장(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 이윤남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김영진 본부장(IB월드와이드)이 발제자로 나섰다.

아울러 스포티즌 심찬구 대표, 이운재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축구국가대표팀 코치, 대한체육회 강래혁 변호사, 문화체육관광부 이용욱 사무관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 시대적 변화, 에이전트 제도 도입 부른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도균 교수는 한국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도입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은 박찬호와 박세리, 박지성, 김연아 등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를 배출했지만 스포츠 선진국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경기장 시설과 스포츠 용품·장비, 선수 인권 및 권익 보호가 선진국 수준에 이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과거 엘리트 선수와 지도자의 경기력 성과에 치우쳐 있던 관심이 최근 선수와 지도자의 인권, 처우 개선 등으로 확대되는 시대적 요청을 반영해 경기력 향상과 더불어 건전한 스포츠 환경을 조성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권익이란 선수들의 권리와 그에 따르는 이익, 즉 선수의 기본 권리를 의미하는데, 그 권익을 보장해주는 사람이 바로 에이전트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에 이어 토론에 나선 심찬구 대표는 국민들이 스포츠를 통해 요구하는 덕목이 바뀌면서 에이전트 제도가 필요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29일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정착 포럼'에 참석한 이들이 이윤남 변호사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과거 스포츠가 과거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성적지상주의를 추구했다면, 지금은 국민 다수가 결과에 관계없이 즐기려 하는 콘텐츠로 변모했다는 것.

심 대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스포츠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며 “스포츠 산업의 핵심 자산이 선수라는 것을 인식하고 국가의 정책적 개입이 전제되는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와 한화 이글스에서 현역 생활을 했던 전근표 사무국장은 현장에서 바라보는 에이전트의 시각과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해 구단과 동등한 입장이 아닌 상태로 연봉 계약을 맺은 삼성 라이온즈 투수 안지만의 인터뷰를 인용한 그는 “선수를 ‘을’이 아닌 파트너로 인정하지 못하는 구단의 태도 때문에 선수들이 이적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에이전트를 통한 선수와 구단 간 동등한 입지가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이운재 코치는 에이전트 제도의 부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대호(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사례를 들며 “아무리 슈퍼스타라고 할지라도 구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 선수라고 하면 팬들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권리를 챙기지 못할 수 있다”며 “에이전트는 선수들이 구단에 대해 동등한 지위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반드시 정착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 한국형 에이전트 제도 정착시키려면?

현재 한국에는 에이전트 제도를 규율하는 법규 자체가 없다. 이는 ‘을’의 입장에 있는 선수의 권익이 보호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이윤남 변호사는 “한국형 에이전트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미국은 MLB와 NFL, NBA(미국프로농구) 등 굵직굵직한 프로 스포츠에 에이전트 제도가 마련돼 있다. MLB와 NFL은 개인에게만 자격을 인정하며 법인으로 신청할 수 없다. MLB의 경우 일반 자격과 제한 자격이 분리돼 운용되며 NFL은 필기시험을 통과해야만 자격이 주어진다.

이 변호사는 에이전트 제도를 무조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미국의 방식을 그대로 들여오기 보다는 한국형 에이전트 제도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며 “금품 제공 등 부당 접촉 방지 규정을 도입하고 표준 에이전트 계약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강래혁 변호사가 29일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정착 포럼'에서 토론 발표를 하고 있다.

이어 “선수들이 과도한 부담을지지 않게 할 수수료 제한 규정과 선수들의 에이전트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복수의 선수를 대리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자격 미달 에이전트를 방지하기 위해 에이전트 자격 요건을 엄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나온 강래혁 변호사는 프로 스포츠와 엘리트 스포츠의 에이전트 도입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향후 국내에서 프로 종목의 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의 에이전트를 구분해 도입할 것인지, 프로와 엘리트 스포츠의 구분 없이 통일해 에이전트를 제도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윈윈 효과' 낳는 에이전트 제도

선수와 에이전트의 관계는 단순한 제로섬의 계약 관계가 아닌 서로 이해하는 고도의 신뢰관계다.

김영진 본부장은 “에이전트 업무를 하면서 법적인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선수에 대한 애정과 성실성, 준법정신, 선수와 명확한 관계 설정 등 도덕적 기반까지 두루 갖춰야 서로 이득을 볼 수 있는 기초가 형성된다”며 “구단과 각 경기단체 연맹이 스타플레이어 한 명이 해당 스포츠 전체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에이전트를 마케팅 파트너로 받아들여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이전트는 선수의 연봉 및 이적 계약 협상을 하며 후원과 광고 계약, 성과 보너스에 대한 배분, 선수 출연 이벤트의 개발, 머천다이징과 라이선싱, 방송 출연 및 강연 일정을 짜는 등 여러 가지 업무를 수행한다.

김 본부장은 “에이전트는 선수뿐만 아니라 구단(연맹), 미디어, 팬, 기업(후원사·광고주)과 ‘윈윈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인식의 전환이 선행돼야 모두가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김영진 IB 월드와이드 본부장이 29일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정착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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