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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브라질-아르헨티나 강호들 진땀, 러시아월드컵 대세 '안티풋볼' 아닌 '실리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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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브라질-아르헨티나 강호들 진땀, 러시아월드컵 대세 '안티풋볼' 아닌 '실리축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6.1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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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 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브라질과 독일, 프랑스, 아르헨티나가 나란히 고전했다. 이들의 공통점. 수치만 보면 상대를 압도한 듯 했으나 정작 결과는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실질적인 이득, 실리(實利)가 없었다는 말이다.

반대로 이들과 맞선 팀들은 달콤한 열매를 수확했다. 상대적 약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자세를 한껏 낮춰 수비적으로 맞서 얻어낸 결과다. 이 같은 스타일은 때론 비겁하다는 평가를 듣기도 하지만 강팀과 약팀의 차이가 분명한 월드컵에선 이 전략이 대세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심지어 성과까지 나는데, 굳이 이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지경이다.

 

 

2010년 초반 유럽 축구계엔 ‘안티풋볼’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원래부터 존재하던 표현이기는 했지만 다시 세상에 이름을 알린 것은 바르셀로나의 빈틈없는 패스 플레이와 이를 막아서려던 첼시의 극단적인 수비 전술에 의해서였다.

‘안티풋볼’이란 양 팀의 공격과 수비가 서로 원활히 이뤄지며 승부를 겨뤄야 하는 축구에서 무실점에만 포커스를 두고 극단적으로 수비만을 탄탄히 하는 것을 두고 비판하는 표현이다. 이러한 전술은 축구가 아니라는 뜻이다.

네덜란드의 전설이자 바르셀로나를 이끌기도 했던 요한 크루이프는 조세 무리뉴 당시 첼시 감독(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들고 나온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안티풋볼로 규정하며 비판하며 이 문제는 축구계에서도 이슈가 됐다.

크루이프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인 수비 중심 전술은 때론 보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잃게 만든다. 승점 1만 챙겨가자는 자세로 공격 의욕이 없는 자세를 견지한다면 이는 충분히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모든 스포츠가 승리를 목표로 한다는 대전제에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6일(한국시간) C조 프랑스는 호주와 격돌해 2-1로 이겼는데 그 과정에서 진땀을 빼야 했다.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3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를 거쳐 월드컵에 나선 호주는 전력의 열세를 인정하고 한껏 수비 라인을 끌어내리고 경기를 펼쳤고 협력 플레이와 뛰어난 체격조건을 활용한 제공권 경쟁으로 프랑스의 예봉을 꺾었다. 첫 경기 결과는 패배였지만 남은 2경기에서 희망을 볼 수 있는 경기였다.

D조 아르헨티나와 아이슬란드의 경기는 상반된 스타일의 정면충돌이었다. 인구 33만의 소국 아이슬란드는 작정하고 선 수비 후 역습 작전으로 맞섰다. 수비에선 몸을 날렸고 힘겹게 잡은 공격 기회에선 맹렬히 전진해 상대의 골문을 노렸다. 그 결과 월드컵에 처음 나선 아이슬란드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버티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1-1로 비겨 승점 1을 챙길 수 있었다.

메시는 경기 후 아이슬란드 선수들을 향해 “한 게 없었다”며 비판했지만 페널티킥을 실축하고 많은 활동량을 보이지 않은 그의 발언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되려 비판만 받았을 뿐이다.

 

 

이날 경기를 치른 E조 브라질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스위스와 1-1로 비겼다. 스위스는 브라질보다 4배 이상 많은 태클 등을 앞세운 수비로 3배 더 적은 슛을 날리고도 무승부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그 와중에 결정력은 브라질을 압도했다.

한국과 같은 F조 독일도 멕시코보다 점유율(60%-40%)도 더 높았고 패스 숫자(595-281)는 2배를 넘어설 정도로 경기를 주도했지만 0-1로 졌다. 독일은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이들은 모두 ‘안티풋볼’이라는 비아냥보다는 박수를 받았다. 약팀이라도 강팀을 잡아낼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준 것은 물론이고 수비 중심 전술이 소극적이라는 판단이 들기보다는 승리의 발판을 삼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판단이 들 정도로 공격 기회가 왔을 때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축구는 그 어떤 종목보다 이변이 자주 발생한다. 손보다 둔감한 발을 사용하는 스포츠고 22명이 피치를 누비는 까닭에 모두가 합심하지 않으면 누구도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약팀이 강팀을 꺾을 수 있고 그러한 장면을 보다 생생히, 집약적으로 볼 수 있는 게 월드컵이란 무대다. 실리축구의 한계가 어디까지 일지 이번 대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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