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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막Q] 뮤지컬 '이블데드' B급이면 어때요? A급만큼 유쾌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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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막Q] 뮤지컬 '이블데드' B급이면 어때요? A급만큼 유쾌한데!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8.06.19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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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우리는 B B B급 인생 A급이 되고 싶은, 우리는 비비 비정상들 정상에 서고 싶은”

2012년 방송된 한 청춘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어딘가 부족한 자신들을 ‘B급 인생’이라 표현했다. 그리고 이 작품 속에서 B급 인생을 살던 주인공은 A급으로 분류되던 이들 못지않은 성장을 보여준다. 비단 드라마 속 캐릭터 뿐 아니라 영화나 뮤지컬에도 B급 작품으로 분류되는 것들이 있다. 때때로 B급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더 큰 감동과 재미를 선사할 때가 있다.

 

뮤지컬 '이블데드' [사진= (주)쇼보트 제공]

 

뮤지컬 ‘이블데드’ 역시 스스로 B급이라 외치지만 화려하고 오랜 전통을 지닌 뮤지컬에 뒤지지 않는 즐거운 시간을 관객들에게 선물한다.

지난 1981년 샘 레이미 감독은 영화 ‘이블데드’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샘 레이미의 ‘이블데드’는 기존 공포영화가 가지고 있던 틀을 바꿔 놓았다는 평을 받았다. 좀비를 소재로 한 스플래터 무비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영화에서나 볼법한 재기발랄함, 사운드를 완벽하게 활용한 시퀀스들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영화는 뮤지컬로 재탄생됐다. 캐나다에서는 2003년, 국내에서는 2008년 초연된 뮤지컬 ‘이블데드’는 영화 속 흐름을 가져 오면서도 보다 세련된 전개를 이어간다.

‘이블데드’는 애쉬와 스캇, 셸리, 린다, 셰런 네 사람의 등장과 동시에 이야기를 시작한다. 1막 초반 캐릭터들의 특성을 보여주고, 외딴 곳에 위치한 오두막에 도착해 의문의 테이프를 들을 때까지의 전개는 무난한 템포로 이어진다. 

그러나 캐릭터가 순차적으로 좀비로 변해가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특히 ‘이블데드’는 록 음악을 기반으로 한 넘버를 사용하기 때문에 후반부 흐름이 더욱 빠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뮤지컬 '이블데드' [사진= (주)쇼보트 제공]

 

넘버의 유쾌함과 더불어 애쉬를 제외한 스캇, 셸리, 린다, 셰런이 보여주는 좀비 캐릭터는 관객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가장 주목해야 할 캐릭터는 애쉬의 여동생 셰런이다. 다소 엉뚱하지만 겁 많고 순수한 셰런은 좀비로 변하고 난 뒤 과격하고 19금 발언들을 거침없이 내 뱉는 인물로 변화하며 이중적인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셰런 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색다른 모습들을 보여준다. 2막에 등장하는 제이크와 애드, 애니는 진한 웃음을 선사하는 인물들이다. 제이크는 원작 영화를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를 꺼내 놓고, 애드는 존재감 없는 ‘조연 좀비’지만 아이러니하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애니는 애쉬와 다소 갑작스러운 러브라인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사실 뮤지컬 ‘이블데드’에는 개연성이 없다. 캐릭터 행동의 인과 관계도 명확하지 않고, 뜬금없는 행동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관객들 모두 이 이상한 전개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는다. 배우들도 자신들이 보여주는 흐름이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다. 이같은 부조리한 상황이 바로 ‘이블데드’만의 또 다른 매력이다.

 

뮤지컬 '이블데드' [사진= (주)쇼보트 제공]

 

뮤지컬 ‘이블데드’는 깊은 숲 속과 외딴 오두막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이야기를 펼친다. 한정적인 공간이 주는 답답함은 소소한 소품들과 화려한 조명으로 일부 해소된다. 또한 밴드 라이브로 연주되는 흥겨운 넘버들과 좀비들의 군무는 절로 몸을 들썩이게 하는 요소가 되고, ‘이블데드’의 2막에서는 좀비로 변한 배우들이 직접 스플레터석으로 내려 와 피를 뿌리는 등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하기도 한다.

‘이블데드’는 좀비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뮤지컬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더해 재탄생됐다. 기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독특한 웃음 포인트들을 잃지 않는 ‘이블데드’는 B급 작품이지만 A급 못지않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김정우, 김대현, 서경수, 우찬, 유권, 김려원, 김히어라, 서예림, 원종환, 육현욱, 문장원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이블데드’는 오는 8월 26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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