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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자우림 정규 10집, 열 트랙에 담은 20년 내공 '밴드 사운드의 정수를 드러내다'
  • 홍영준 기자
  • 승인 2018.06.22 08:00 | 최종수정 2018.06.22 08: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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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1997년 영화 ‘꽃을 든 남자’ OST 수록곡 ‘헤이 헤이 헤이(Hey Hey Hey)’로 데뷔한 자우림은 같은해 정규 1집 앨범을 낸 뒤 지금까지 승승장구했다. 별다른 위기 없이 자신의 길을 그들만의 속도로 걸어왔다.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아 선공개 싱글을 발매한 자우림은 올해 정규 10집을 발매하며 20년의 사이클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성했다. 이선규는 이날 “처음 앨범을 냈을 땐 옥탑방에서 우리끼리 데모 테이프 만들고 CD 한장 있었으면 좋겠단 말을 했다”면서 20주년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대를 풍미한 밴드 자우림이 생각하는 자신만의 음악세계는 무엇일까?

[스포츠Q(큐) 홍영준 기자] '10'은 십진법에서 완성을 뜻하는 숫자다. 디지털 시대의 이진법에서도 1과 0은 의미가 남다르다. 1은 완성을, 0은 시작을 의미한다.

무려 5년 만에 정규 앨범을 다시 들고 돌아온 밴드 자우림이 자신만의 사운드를 완성한 앨범을 발매했다. 20주년을 싱글 하나로 건너 뛰고 발매한 이번 정규 10집 앨범에 대해 자우림 멤버들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학동로에 위치한 카페 지르베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21주년을 맞이한 밴드 자우림은 여전히 겸손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질문에 응했다.

 

밴드 자우림 [사진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 완성된 자우림 사운드의 정수, 10번째 정규 앨범에 오롯이 담았다

자우림 멤버들은 자신의 음악 세계를 스스로 3기로 구분 지었다. 정규 1집 '퍼플 하트(Purple Heart)'부터 3집 '자우림 더 원더랜드(Jaurim, the Wonderland)'에 이르는 시기를 첫 번째로, 정규 4집 '자우림04(Jaurim 04)'부터 정규 9집 '굿바이, 그리프(Goodbye, grief.)'에 이르는 11년의 세월을 두 번째 시기로, 그리고 이번에 발매한 앨범을 세 번째 시기로 규정했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짧은 기간 동안 쏟아낸 52트랙의 곡들을 “멋 모르던 시절”이라고 자평한 이들은 “음악을 잘 모르고 약점을 숨겼던 시도들이 적지 않았다”면서 “우리다운 소리를 내기 위해서 노력했던 시기”라고 전했다.

2002년 발매한 정규 4집 '자우림04(Jaurim 04)'을 계기로 자우림은 스스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소위 말하는 밴드 사운드를 추구하기 시작한 것. 스스로 “날것 같은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이걸 완성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멤버들은 2013년 10월 발매한 정규 9집 '굿바이, 그리프(Goodbye, grief.)'를 두고 “자우림만의 방식으로 밴드 사운드를 완성해낸 앨범”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다음 앨범을 발매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건 자명한 일이다. 다시 정규 앨범을 내기까지 5년이 걸렸다. 자우림은 “9집 이후 다음 앨범의 사운드를 고민했다”면서 “이제 다시 우리의 것들을 넣자는 생각으로 정규 10집을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선공개된 10번 트랙 ‘엑소엑소(XOXO)’를 포함해 열 곡이 담긴 이번 앨범에 대해 김진만은 “멤버들끼리 3집과 9집을 섞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고 전했다. 자신들만의 사운드를 완성한 정규 3집과 밴드 사운드를 완성한 9집의 느낌이 묘하게 어우러진 이번 앨범을 두고 MBC FM4U ‘배철수의 음악 캠프’로 이름을 알린 배순탁 작가는 “자우림이 지난 세월 동안 들려줬던 음악을 집대성하고 싶다는 욕망이 담겼다”고 소개했다.

 

자우림 정규 10집 '자우림' [사진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 1번 광견시대(狂犬時代)부터 10번 '엑소엑소(XOXO)'까지 지나칠 수 없는 트랙 리스트

트랙 배치부터 신중한 선택을 했다고 밝힌 김진만은 “솔직히 1,2,3번 트랙까지 듣다보면 궁금해져서 끝까지 안 듣고는 못 배기는 순서로 짰다”며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그는 “이번 앨범은 꼭 CD로 들어줬으면 좋겠다”면서 “트랙 사이 빈 시간도 0.1초 단위로 세심하게 조정했다”고 강조했다.

시작부터 귀를 사로잡은 1번 트랙 광견시대(狂犬時代)는 곡명처럼 강렬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분노가 느껴지는 해당 곡에 대해 김윤아는 “우리가 메시지를 던졌다기 보단,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졌단 느낌을 받았다”면서 “사회가 억눌려 있지만 이건 하나 둘 조정해서 될 문제는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초봉, 취업이 어려운 20대, 퇴직을 앞둔 40대에 이르기까지 사회 구성원 모두 이유 모를 불안감과 사회적 분노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런 게 커지는 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 곡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느낌으로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2번부터 4번까지는 멤버들의 개인적인 추천이 이어졌다. 2번 트랙 수록곡 ‘아는 아이’를 추천한 김윤아는 “가장 짧은 시간에 완성한 곡”이라며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영감을 받은 어느날 미리 노랫말을 완성했다고 밝힌 김윤아는 작곡을 치과에서 했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일정이 있어 마취 없이 조심스럽게 치과 치료를 받았는데 누워서 무서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면서 “잡념을 떨쳐내기 위해 누워서 음정을 입히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김윤아는 “뭔가 쭉 해온 사람이 예전 방식을 고수하면 그게 퇴보의 시작이란 생각으로 가사를 썼다”는 설명과 함께 “치료의 통증이 남아 있는 곡”이란 농담도 덧붙였다.

리더 이선규는 3번 트랙 ‘슬리핑 뷰티(Sleeping Beauty)’를 강추했다. 한 마디로 “자우림만 할 수 있는 음악”이라며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내비쳤다. 4번 트랙 ‘있지’를 추천한 베이시스트 김진만은 20년을 함께 해준 팬들을 언급했다. 

“자우림 음악을 잘 공감해주는 골수 팬들의 공통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갈구하는 게 있지만 실현될 수 없다는 걸 안다는 점이다”라고 전한 김진만은 “팬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다. 데모를 듣는데 가슴 한 구석이 가라앉더라”며 추천했다.

첫 방송으로 과감하게(?) KBS 2TV ‘뮤직뱅크’를 선택한 자우림의 김윤아는 “시청자들이 부담스럽지 않은 곡들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신중한 선택을 했다”며 5번 트랙 ‘영원히 영원히’와 6번 트랙 ‘기브 미 원 리즌(Give me one reason)’을 무대에서 부를 예정이라고 전했다. 

두 곡이 일종의 더블 타이틀 곡인 셈. “파괴적인 노래를 올릴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미소를 보인 김윤아는 “두 노래가 타이틀 곡으로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더블 타이틀 곡인 5,6번 트랙을 지나 7번 트랙 ‘싸이코 헤븐(Psycho heaven)’은 초창기 자우림의 분위기가 담겨 있는 곡이다. 이 곡을 만든 이선규는 “김윤아와 다르게 난 기타만 이용해 작곡을 한다. 그래서 밴드 사운드 친화적인 느낌이 짙다”며 “가사 중에 ‘신도림 역’이 나오는데 이는 우리 노래 ‘일탈’을 스스로 오마주 한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트랙에는 김윤아의 목소리와 이선규의 목소리가 함께 담겼다.

이쯤되면 김진만의 말처럼 앨범을 멈추기 어렵다. 배순탁 작가가 "무거우면서도 히스테릭한 깊이를 일궈냈다"고 평한 8번 트랙 ‘아더 원스 아이(Other one’s eye)’나 9번 트랙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를 듣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공개된 10번 트랙 ‘엑소엑소(XOXO)’까지 모두 소화하면 37분 37초의 시간이 순식간에 흐른다.

◆ 20주년 넘어선 자우림 ‘콘서트부터 페스티벌까지’ 활발한 활동 예고

1997년 데뷔 당시, 대선배 산울림의 20주년 축하 공연 무대에 올랐다고 회상한 리더 이선규는 “그때를 떠올리면 우리가 20년 넘게 활동했다는 사실은 비현실적”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20년을 넘게 활동하기까지 가장 감사한 사람들로 멤버들과 팬들을 꼽은 보컬 김윤아는 “어느정도 자기 분야에서 자리잡은 사람들이 그전과 같은 스탠스를 취하긴 어려운 거 같다”며 “김진만, 이선규가 늘 같은 태도를 유지한다는 사실이 무척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한 김윤아는 “우리 음악을 마치 자기 이야기인 것처럼 들어주는 팬들이 있다”면서 “몇년 전부터 진짜 감사한 부분이라고 느끼고 있다. 이걸 알고 들어주시는 분들이 없다면 우리끼리만 음악을 해야되는 거다. 우리는 운이 좋게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팬들을 향해 진심 어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올해 활동 계획에도 팬들을 향한 만남이 우선시됐다. 일단 내달 7일에 잡힌 단독 콘서트를 언급한 이들은 “신곡을 위주로 최대한 많이 부를 예정”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라이브 편곡은 CD와 다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 김진만은 “CD식으로 연주하다 보면 새로 라이브 편곡을 하는 경우가 많다. 더 ‘미친 노래’나 시원한 편곡이 된다”면서 “‘비긴 어게인’을 보신 분들을 위한 세트 리스트도 준비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콘서트 이후엔 다양한 페스티벌에 참가할 예정이다. 8월 열릴 '2018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물론, 같은 달 개최될 '2018 구례 자연 드림 락 페스티벌'과 9월로 예정된 '2018 렛츠락 페스티벌 vol.12'까지 참가가 예정돼 있다.

[취재 후기] 데뷔 20주년을 넘긴 밴드 자우림이 남긴 가장 깊은 잔상은 서로를 향한 배려였다. 인터뷰 내내 김윤아, 이선규, 김진만은 각자 멤버들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내며 애정을 뿜어냈다. 부득이하게 팀 활동을 중단한 구태훈에 대해 묻자, 아주 조심스러운 태도로 “음악을 하는 것과 사업은 다르다”면서 “일적인 어려움이 봉착했다”고 전했다. 팀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스스로 팀을 탈퇴했다는 구태훈에 대한 멤버들의 인간적인 믿음도 확고해 보였다.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속도로 20년을 걸어온 밴드 자우림이 존경을 표한 대선배 조용필처럼 50주년을 맞이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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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준 기자  hidden81@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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