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아르헨티나 스쿼드의 현실이 리오넬 메시의 출중한 능력을 가렸다.”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놓인 아르헨티나의 수장 호르헤 삼파올리가 경기 후 남긴 말이다. 메시(바르셀로나)를 감싸기 위한 발언이었을지는 몰라도 가뜩이나 가라앉아 있는 선수단의 사기에는 악영향을 미쳤다.
아르헨티나는 22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 리그 D조 2차전에서 0-3으로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2경기에서 1승도 챙기지 못한 채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린 아르헨티나다. 설상가상 삼파올리의 실언으로 인해 분위기는 바닥을 치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이토록 부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모두 담겨 있는 발언이었다.
4년 전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맹활약 속에 월드컵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독일에 연장 후반 결승골을 내줬지만 메시는 이례적으로 준우승팀 골든슈(대회 최우수선수)를 수상하며 위세를 떨쳤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준비과정부터 험난했다. 메시의 활약은 승패와 직결됐다. 남미 예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아르헨티나는 에콰도르와 최종전에서 메시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가까스로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이후 치른 평가전에서도 아르헨티나는 힘을 내지 못했다. 최종전에서 맞붙을 나이지리아에 2-4로 졌고 스페인엔 1-6 패배로 수모를 겪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가 이렇게까지 무너질 줄은 몰랐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아이슬란드에 1-1로 비겼지만 상대의 수비가 워낙 강력했다고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크로아티아에 맞은 펀치는 너무도 강력했다.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오기가 힘든 치명타였다.
메시는 풀타임을 소화하며 단 7.6㎞만을 뛰었다. 시간당 뛴 거리를 계산해보면 양 팀 골키퍼를 제외하고 이날 경기 중 가장 적은 거리를 오갔다. 공격수임에도 최고 속도는 시속 27.43㎞에 불과했다. 선발 출전한 아르헨티나 선수들 중 단 2명을 제외하고 모두 메시보다 빠른 속도로 전력질주를 했다. 전후반을 통틀어 슛은 단 하나에 불과했고 패스는 전체 505개 중 31개에 그쳤다.
이러한 통계는 메시를 평가할 때 절대적 기준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하거나 팀이 패할 경우 이러한 구체적 자료들은 메시를 비판하는 잣대가 되곤 한다.
그러나 그보다 큰 문제는 이러한 메시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으로 감싸고만 도는 삼파올리 감독의 태도다. 팀을 이끌어야 할 감독부터 얼마나 메시에 대한 의존증이 심한지를 알 수 있는 발언이었다. 아르헨티나 소속 메시가 아닌 메시의 아르헨티나인 셈이다.
아르헨티나는 메시를 비롯해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 시티), 곤살로 이과인, 파울로 디발라(이상 유벤투스), 앙헬 디 마리아(파리생제르맹) 등 화려한 공격진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들은 전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메시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고 선수들도 메시를 지나치게 의식하며 플레이 하는 탓에 조직력이 좀처럼 발휘되지 않는다.
각 소속팀에서 ‘한 가닥’하는 선수들이기에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이날 삼파올리의 발언은 선수들의 불만을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아르헨티나 매체 TyC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이날 삼파올리의 발언 후 그의 경질을 요구하고 나섰다. 나이지리아와 최종전에서 그의 지휘를 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 요구조건이었다.
최종전에서 나이지리아를 꺾는다고 16강 진출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아이슬란드가 남은 2경기에서 1승만 챙겨도 16강행이 어려워진다. 이날 크로아티아에 3골을 내주며 패해 골득실에서도 유리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승만을 바라보고 대표팀 은퇴도 번복하고 월드컵에 나선 메시지만 흔들리는 대표팀과 함께 웃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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