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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6강 가능성 희박, 손흥민 골-기성용·문선민·황희찬 투혼은 빛났다 [한국 멕시코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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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6강 가능성 희박, 손흥민 골-기성용·문선민·황희찬 투혼은 빛났다 [한국 멕시코 하이라이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6.24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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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선수들의 눈물을 기억해 달라. 방송 중이라 같이 울진 못했지만 가슴으로 울었다.”

안정환 MBC해설위원이 경기를 지켜본 뒤 한 말이다. 그만큼 이날 경기 보인 태극전사들의 투혼과 경기력은 훌륭했다. 멕시코가 결코 넘지 못할 상대가 아니란 걸 보여줬다. 그렇기에 더욱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한국과 멕시코는 23일 자정(24일 0시)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을 치렀다. 결과는 1-2 패배.

 

 

2패를 떠안은 한국의 16강 진출은 경우의 수를 따져 봐도 가능한 시나리오가 많지 않다. 벼랑 끝에 내몰렸다. 자력 진출은 불가능하다.

필승을 다짐한 스웨덴전에선 선제골을 내주지 않는 것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수비는 계획대로 잘 이뤄졌지만 페널티킥으로 아쉽게 실점했고 공격에선 세밀함이 부족했다. 유효슛 0개는 한국의 답답했던 공격을 한눈에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이판사판’으로 나서겠다던 신태용 감독은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고 그 결과 한국은 점유율에선 41%-59%로 밀리면서도 17개의 슛을 날리며 멕시코(13개)에 우위를 점했다. 유효슛도 6개로 멕시코(5개)보다 많았다.

포메이션은 플랜A 4-4-2였지만 선수구성은 예상 외였다. 투톱 손흥민의 짝은 황희찬이 아닌 이재성이었고 이승우가 아닌 문선민이 선발로 나섰다.

용병술은 적중했다. 문선민과 황희찬은 측면에서 활발히 움직이며 멕시코의 수비진을 흔들었고 수비적으로 많은 기여를 했다. 손흥민은 보다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피치를 누볐다.

그러나 수비에서 나온 몇 차례 아쉬운 장면이 승부를 갈랐다. 전반 25분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장현수가 태클을 했지만 크로스가 그의 손에 맞으며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상황 판단이 아쉬웠다. 자리를 지키기만 했어도 됐을 것으로 보였지만 무리한 시도가 독이 됐다.

 

 

실점 후에도 한국은 위축되지 않고 당당히 멕시코에 맞섰다. 특히 후반엔 아쉬운 장면이 속출했다. 후반 6분 역습에서 문선민이 날린 터닝슛이 상대 수비 손에 맞았지만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몸에 손이 붙어있어 공의 진행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판단이었지만 한국 입장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손흥민과 기성용 등이 공격에서 과감한 슛으로 멕시코의 골문을 두드렸다. 후반 12분엔 페널티 지역에서 제대로 클리어링이 못했지만 멕시코의 강력한 슛을 조현우가 믿기지 않는 선방으로 걷어냈다.

황희찬은 후반 14분 수비 최후방까지 내려와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투혼을 보였다. 거듭된 공격을 펼치던 중 수비 뒷공간이 뚫리기도 했지만 이르빙 로사노의 역습에서 기성용이 태클로 위기를 지워냈다.

후반 16분 콤비네이션 플레이도 인상적이었다. 손흥민이 찔러 넣은 공을 김민우가 받아 달려드는 손흥민에게 내줬고 이 과정에서 슛이 나왔지만 몸을 날린 상대 수비에 막혔다.

후반 18분 주세종을 빼고 이승우가 투입했다. 골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공격적인 교체였다. 그러나 전열을 정비하기도 전 또 골을 내줬다. 후반 19분 기성용이 하프라인 위에서 상대 수비를 제쳐내는 과정에서 파울성 태클이 나왔다. 그러나 주심은 경기를 속개했고 그 결과 멕시코의 빠른 역습에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에게 골을 내줬다. 장현수가 다시 한 번 판단미스로 태클을 한 것도 아쉬웠다.

 

 

후반 29분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황희찬이 상대 패스미스를 낚아채 기회를 잡았지만 슛 대신 패스를 택했다. 손흥민이 달려들었지만 그 사이 상대 수비가 커버를 들어와 또 기회를 놓쳤다.

후반 추가시간 2분 그토록 기다린 만회골이 터져나왔다. 빽빽한 수비라인 틈 속에서 손흥민이 기회를 노렸다. 아크 오른쪽에서 왼발로 한 번 쳐 놓은 뒤 강력한 슛을 날렸다. 멕시코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의 시야에서 다소 가려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알았더라도 쉽게 막아내기는 힘든 궤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은 멕시코의 편이었다. 결국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고 선수들은 경기장에 드러누웠다.

기성용은 후반 막판 다리를 절뚝거리며 제대로 뛰지 못했고 손흥민은 만회골 이후 두 손으로 무릎에 짚으며 숨을 헐떡였다. 그만큼 많이 뛰었다. 투혼을 다한 결과였다.

경기 후 안정환 위원은 “이렇게 잘 할 수 있는데 왜 스웨덴전에선 그랬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아탄식하면서도 “선수들의 눈물 기억해 달라. 방송 중이라 같이 울진 못하고 가슴으로 울었다”고 선수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벼랑 끝에 몰린 한국 축구다. 그러나 스웨던전과 달리 당당히 맞서싸운 태극전사들의 투혼으로 비판 일색이었던 축구 팬들의 마음도 다소 돌려 놓을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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