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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4) 연남동 덤앤더머 '유머코드'로 음악신세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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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4) 연남동 덤앤더머 '유머코드'로 음악신세계 말하다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1.03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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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박영웅 기자 · 사진 노민규 기자] 도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포츠Q가 야심차게 기획 중인 인디레이블 탐방 네 번째 순서다.

인디신 1세대 그룹 중 가장 큰 파급력과 힘을 가진 밴드를 꼽자면 단연 '내 귀에 도청장치'가 1순위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음악성으로나 멤버 개개인의 실력 부분에서 확실한 획을 그은 그룹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 귀의 도청장치'가 자식 같은 그룹을 탄생시켰다. 바로 연남동 덤앤더머다.

연남동 덤앤더머는 내 귀의 도청장치의 베이시스트 황의준과 기타리스트 김태진이 주축이 돼 세션맨들인 서경석, 현상익 등이 합류하며 결성된 그룹이다. 이들은 매우 특이한 음악적 색깔을 가지고 있다.

 

◆ 유머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다

연남동 덤앤더머의 음악은 '유머'라는 기본 틀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 멜로디, 재치있는 가사, 심지어 섹드립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야한 가사 등이 좋은 예다.

내 귀에 도청장치라는 인디계 레전드급 밴드의 멤버들인데, 이들이 이런 음악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미있는 가사와 가벼운 멜로디, 야한 가사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요. 하나하나 설명하면 유머는 우리 밴드의 핵심이죠. 우리가 현재 함께 몸담은 '내 귀의 도청장치'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곡들이죠." (황의준)

"원래 노래는 슬픔이 들어 있는 곡들이 힘이 있는데 사실이죠. 하지만 슬픔을 담은 곡은 너무 만들기 힘들어요. 이렇다 보니 슬픔을 담은 곡은 어설프면 애매해질 뿐이죠, 차라리 웃기는 것이 곡을 만들기도 쉽고 팬들에게 다가가기도 수월하죠. 그래서 우리는 유머 코드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문득 발라드 제작자들 존경의식이 느껴지네요." (김태진)

 

"멜로디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있어요. 사실 우리가 편곡 부분에서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어요. 각자의 기본적 연주능력은 뛰어나지만.(웃음) 그렇다 보니 멜로디를 쉽게 가고 가사에 비중을 싣고 있는 상황이죠." (황의준)

"야한 가사 부분은 솔직함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예요. 우리가 곡을 통해 말하려는 것은 솔직함입니다. 되지도 않는 섹드립이라는 분들의 비판도 있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낸 앨범들을 통해 공감을 원한 것이 아니라 솔직함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거죠."(황의준)

참고로 연남동 덤앤더머의 곡들은 직설적 가사와 야하고 재미있는 느낌이 대부분이다. 지난 2011년 발매된 1집 '우리는 날 것이다'의 경우 19금 판정을 받은 곡이 총 14곡 중 5곡에 이른다. 특히 노래 중 '너랑 하고 싶다'의 경우 '너랑 00하고 싶다'등의 가사가 그대로 들어 있다.

 

솔직한 가사를 통해 본인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은 2집부터는 코믹과 실험 쪽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19금 내용을 다룬 곡은 1곡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악을 접목한 '청풍명월', 인디 그룹 피아의 기타리스트 이야기를 코믹하게 다룬 '출동 헐랭이' 등 실험과 일상이라는 주제를 통해 더욱 업그레이드된 연남동 덤앤더머를 만들어 냈다.

(즉흥 질문) 그룹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듣자 아예 대놓고 물어봤다. '내 귀에 도청장치'와는 판이한, 이런 단순하면서 직설적인 연남동 덤앤더머 왜 만들었나?

"솔직히 내 귀의 도청장치에서 어렵고 실험적인 음악은 다 해봤어요. 그래서 안 해본 것을 해보기 위해 연남동 덤앤더머를 만들었죠. 솔직히 우리는 지금까지 한 게 제대로 없어서 더욱 기대되는 밴드죠."(김태진)

 

◆ 연남동 덤앤더머, 이들의 퍼포먼스를 주목하라

연남동 덤앤더머는 곡뿐만 아니라 퍼포먼스와 기획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관객의 재미를 위해서는 뭐든 한다는 기본적인 마인드를 깔고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해 많은 기획 공연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재미를 추구하다 보니 여러 기획의 퍼포먼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래서 우리는 무대 위에서 거리낌 없는 모습을 보여주죠. 다만 가족단위 관객들이 많은 행사의 경우 아름답고 건전한 노래를 부릅니다. 즉흥성이 뛰어난 그룹이죠."(웃음)

그뿐만 아니라 '연남동 덤앤더머'는 다른 인디 밴드들과 달리 행사를 중요시한다. 행사를 애초부터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 인디신에서 매우 특이한 사례다.

"취약한 홍대신에서 가난한 밴드들이 행사를 안 하고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행사에 일방적으로 몰입할수록 뮤지션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이 있죠. 결국, 행사는 인디 밴드들에게 잘만 활용하면 관객들을 넓히고 새로운 삶의 기회를 뿌려주는 단비와 같은 존재죠. 배척할 필요 없습니다."

▲ 김태진

◆ 뮤지션 아닌 '인간 연남동 덤앤더머'를 만나다

연남동 덤앤더머는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사람냄새 나는 밴드였다. 이들은 뮤지션이기 이전에 인간미 넘치는 형이자. 동생, 이웃이었다. 이들과 솔직한 릴레이 즉흥 인터뷰를 시도했다.

(즉흥 질문) 연남동 덤앤더머는 뭘 먹고 사는가? 솔직히 수입은 많아 보이질 않는다

"솔직히 수익은 입에 풀칠할 정도가 됩니다. 앨범 판매라든지 공연 행사 등이 많기 때문이죠. 거기에 황의준 형이나 저 같은 경우는 내 귀에 도청장치 멤버인 관계로 조금 더 낫고요."(김태진)

"그래서 우리는 먹고사는 문제를 더욱 좋게 해결하기 위해서 행사는 닥치는 대로 하려고 합니다. 어떤 작은 문제도 상관없어요. 우린 앞서 전국노래자랑 마포구 편도 나갔고 족발공연, 닭 공연 등을 추진했어요. 다만 족발과 닭은 팬들이 그렇게 잘 먹을 줄 몰랐어요. 너무 많이 와서 수익공연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빚을 졌어요.(웃음)"

▲ 황의준

(즉흥 질문) 내 귀에 도청장치라는 그룹의 이미지를 연남동 덤앤더머가 망친다는 일부 비판에 대해서는?

"내 귀에 도청장치는 혁이형이 사실상 이미지를 완성한 그룹이죠. 일부 평론가들은 우리에 대해 주구장창 섹드립. 편곡도 별로라는 비판을 하는 것도 사실 알아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이런 비난을 감수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중적인 공연을 시도하며 내 귀에 도청장치와는 경계를 두고 대중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 노력할 거에요."

(즉흥 질문) 멤버들이 자주 안 만난다는 소리에 대해서는?

"솔직히 음악으로서 멤버들이 잘 모이는 편은 아니예요. 하지만 술은 자주 먹어요. 우리는 술을 무척 좋아하니까요. 사실상 술을 매일 먹다 시피했었으니 매일 본 거 아니었나?(웃음)"

▲ 서경석

(즉흥 질문) 그렇다면 연남동 덤앤더머에게 술이란 무엇인가?

"인디신에 뜻밖에 술을 못 먹는 밴드가 많아요. 술을 못하는 인간들은 낯을 잘 가리죠. 친해지기가 힘들어요. 음악 하는 사람은 술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 거예요. 우린 그래요. 다만 노래는 술 먹고 안 만들어요. 창작의 고통을 술로써 푼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배제하는 것이죠."

(즉흥 질문) 연남동은 통기타 밴드지만 내 귀에 도청장치에서 황의준은 베이스, 김태진은 기타를 맡고 있다. 당신들에 대한 연주실력의 평가에 대해서는?

"난 원래 테크니컬 베이시스트를 좋아해요. 하지만 내 귀의 도청장치에서는 100%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죠. 일부에서는 제 연주를 단순하다고 보는 경향도 있는데 이건 잘못됐어요. 저도 사실은 테크니컬 베이시스트에요.(웃음)" (황의준)

"전 기타를 아래에 걸고 내려놓고 치는 것은 대한민국 다섯 손가락 안에 들죠.(웃음)" (김태진)

▲ 현상익

(즉흥 질문) 당신들이 만들고 싶은 팬층을 알고 싶다. 이 부분에서 연남동 덤앤더머는 대중 지향적인 밴드인지 마니아적인 밴드인지가 나올 테니까.

"이것은 너무 어려운 이야기네요. 분명한 것은 우리는 홍대에만 국한된 마니아적 팬들을 위한 밴드는 아니라는 것이에요. 시장이 너무 좁아요. 솔직히 홍대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다섯 중 둘은 기타를 메고 돌아다녀요. 이게 뭘 의미합니까? 홍대만으로는 팬을 끌어모으기 힘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꼬마들까지도 팬으로 만드는 그런 저력의 음악을 하고 싶어요."

◆ "음악적 완성도 높아진 3집 기대해도 좋다"

본인들의 음악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던 연남동 덤앤더머는 자신들의 목표와 앞으로 발매될 3집 앨범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쏟아 냈다.

"완성도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팬층의 스펙트럼도 넓히고 싶고. 그래서 최근에는 우리의 부족한 편곡 부분을 보완해줄 재진이라는 친구의 도움도 받고 있죠. 분명 3집은 음악적 완성도가 높아졌을 겁니다."

"이번 3집은 1집과 2집이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요소를 많이 사용한 데 반해서 조금은 진지해지고 발전된 연남동 덤앤더머의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그래서 3집에는 학생들의 가혹행위, 이혼에 대한 내용, 혼전 임신 문제 등을 다루는 진지한 곡들이 포진돼 있습니다. 꼭 기대해 주세요."

 

◆ 인디신 선배로서 한마디 "통합과 교류 고민할 때"

마지막으로 내 귀에 도청장치로 인디신 대선배이자 전설로 올라선 황의준, 김태진에게 현 인디 문화의 장단점을 부탁했다. 이들은 잠시 주저하다 진지하면서도 짧은 답변을 남겼다.

"우리나라 인디레이블 자체가 교류가 많지 않아요. 외부 관심 말고 인디 내부에서 풀어야 할 관심과 흐름이 있어야 해요. 제 말은 조금 어렵지만 통합과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죠, 서로의 라인으로 뭉쳐진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 인디레이블이 근본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인디신을 챙겨 주시는 선배님들 유희열, 윤도현 형님 같은 분들 감사합니다."

 

[취재 후기] 인터뷰 내내 이처럼 사람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유쾌한 밴드는 없었다. 그만큼 연륜 속에서 피어나는 유머가 뛰어난 밴드가 연남동 덤앤더머였다. 이들은 겸손했다. 내 귀에 도청장치 멤버라는 레전드급 이름값에도 함부로 인디신에 대해 평가를 하거나 판단하지 않았다. 이들은 올곧게 음악만을 생각했고 그곳에서 행복을 찾는 진정한 음악꾼이었다. '연남동 덤 앤드 더머'의 큰 성공을 기대해 본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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