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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떼고 쌍용 뗀 슈틸리케호, '신데렐라' 이정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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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떼고 쌍용 뗀 슈틸리케호, '신데렐라' 이정협이 있었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04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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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자책골에 A매치 데뷔전 데뷔 축포 이정협 쐐기골…아시안컵 최종 평가전 사우디에 2-0 승리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이기긴 이겼다. 하지만 썩 개운하지는 않다. 그래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깜짝 발탁한 이정협이 A매치 첫 경기에서 데뷔골을 넣는 수확도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4일 호주 시드니 퍼텍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시안컵 대비 최종 평가전에서 후반 22분 손흥민의 프리킥 크로스에 이은 오사마 하우사위의 자책골로 선제결승골을 만든 뒤 이정협이 후반 추가시간 쐐기골을 넣어 2-0으로 이겼다.

아시안컵 A조리그 1,2차전에서 만날 오만, 쿠웨이트를 대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스코어상으로 완승을 거둬 55년만의 우승 도전을 위한 출발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5년 7개월만에 만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역대 전적에서 17전 5승 7무 5패로 균형을 맞췄다. 한국 축구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이긴 것은 지난 2008년 11월에 벌어졌던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이근호와 박주영의 연속골로 2-0으로 이긴 뒤 6년 2개월만이다.

슈틸리케호는 새해 첫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 출범 이후 A매치 3승2패를 기록했다.

이날 대표팀은 차 떼고 쌍용까지 뗐다. 차두리는 가벼운 부상 때문에 쉬었고 소속팀 일정을 마치고 뒤늦게 합류한 이청용과 기성용도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며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기성용이 없는 자리는 박주호가 대신 메워 한국영과 함께 중원의 호흡을 맞췄고 오른쪽 풀백 차두리 자리는 김창수가 대신했다. 조영철은 이청용을 대신해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들어갔다.

결국 에이스는 손흥민이었다. 이근호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고 조영철과 함께 좌우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됐지만 경기 내내 공격을 주도한 것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뛰어다닌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전반 16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김창수의 크로스에 이은 구자철의 살짝 떨궈준 패스를 그대로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공은 골키퍼 왈리드 압둘라의 손을 맞고 크로스바를 때리고 튕겨 나왔다.

전반 23분에도 손흥민의 슛은 빛을 발했다. 김진수가 왼쪽에서 올린 공을 이근호의 가슴 트래핑 뒤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슛을 때렸고 공은 골키퍼의 손을 맞고 흘러나왔다.

그러나 손흥민의 슛 외에는 이렇다 할 기회를 맞지 못했다. 오히려 포백 수비의 뒷공간이 뚫리면서 결정적인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전반 8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오른쪽 크로스 상황 때 중앙 수비수 김주영이 잘못 걷어내면서 살렘 알 다우사리의 왼발 슛을 허용했다. 공은 크로스바 위로 넘어갔다.

또 전반 28분에는 사에드 알 무왈라드의 오른쪽 크로스가 김주영이 머리로 걷어낸다는 것이 나와프 알 아비드의 오버헤드킥에 걸렸다. 골키퍼 김진현이 팔을 쭉 뻗어 막지 않았더라면 골라인을 넘어갈 수도 있었다.

전반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무려 4명을 교체했다. 김진수, 이근호, 구자철, 김진현을 빼고 이명주, 한교원, 남태희, 김승규가 들어갔다. 교체에 따라 박주호는 김진수의 자리였던 왼쪽 풀백으로 갔고 이명주가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됐다. 남태희는 구자철의 자리인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갔다. 김진현은 골키퍼 테스트 차원에서 김승규와 교체됐다.

전반 답답했던 내용은 교체 선수 덕분에 풀리기 시작했다. 후반 17분 조영철의 크로스를 남태희가 헤딩슛으로 연결하며 사우디아라비아의 골문을 위협했다. 이어 5분 뒤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울로 얻은 왼쪽 터치라인 부근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손흥민이 차 올렸고 공은 살만 알 파라즈의 머리와 오사마 하우사위의 다리를 맞고 골문을 넘어갔다.

선제골을 넣는데 성공하자 공격의 물꼬가 어느정도 트이기 시작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더욱 공격의 고삐를 조이기 위해 조영철을 빼고 '신데렐라' 이정협을 투입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공격으로 맞섰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쪽은 한국이었다.

후반 추가시간 3분이 찍힌 가운데 한국은 골마우스 왼쪽을 돌파한 남태희의 크로스를 받은 김창수가 가운데로 패스했고 가운데에 박혀있던 이정협이 미끄러지듯 슬라이딩 슛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골문을 열었다. 자책골로 쑥스러운 승리를 챙길 뻔 했던 한국은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은 이정협의 골로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이정협은 A매치 데뷔전 골로 자신을 발탁해준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에 한껏 보답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마지막 평가전을 이긴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멜버른에서 오만과 A조리그 첫 경기를 갖는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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