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00:35 (수)
[인터뷰] 데뷔 10년 송은채의 '노출학 개론'
상태바
[인터뷰] 데뷔 10년 송은채의 '노출학 개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1.06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최대성기자] 지난해 스크린에는 여배우의 수위 높은 노출이 빈번하게 이뤄졌다. ‘인간중독’의 임지연, ‘마담뺑덕’의 이솜, ‘봄’의 이유영 등이 이유 있는 노출로 입길에 오르내렸다. 성인 관객을 위한 영화에서, 격정적 베드신이나 필요한 장면에서, 배우의 누드는 자연스럽다. 최근 개봉한 ‘클라우즈 오브 쉴스마리아’에서 인적 없는 산속 호수에 뛰어드는 프랑스 중년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의 전라는 장면에 녹아드는 자연스러움으로 향기를 더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여배우가 이를 기피하고, 대중은 말초적 호기심의 와이파이를 켠다. 새해를 여는 첫 19금 사극 ‘어우동: 주인 없는 꽃’의 여주인공 송은채(30)는 자신의 노출에 거리낌이 없다. 개봉(15일)을 앞두고 만난 그의 이야기에 몸을 실었다.

 

◆ “노출 꺼리면 어우동 창피해하는 거라 편하게 도전”

영화는 고운 자태와 지성을 겸비한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의 혜인이 남편에게 배신당한 후 복수를 위해 왕조차 탐하고자 했던 최고 기녀 어우동으로 재탄생해 남성지배, 가부장제 사회에 파열음을 내는 내용이다.

조선 사회를 뒤흔든 역사적 스캔들을 스크린으로 소환한 영화에서 송은채는 방탕한 남편 이동(백도빈), 최고 권력자 성종(유장영)을 비롯해 여러 계급의 사내들과 정사를 나눈다. 천민 무공(여욱환)과는 신분을 초월한 애정을 가꿔 나간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노출을 감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OK를 했어요. 캐스팅 확정 이후 걱정했던 게 사실이죠. 저도 사람이고 여자잖아요. 첫 촬영에서 너무 화끈거리고 못하겠다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하려고 마음먹은 이상 창피해하면 어우동을 창피해하는 거라 그분께 죄송스러울 것 같았어요. 그 뒤부턴 편해졌어요. 한숨 돌릴 땐 누워서 셀카도 찍고 안방처럼 편하게 있었어요.”

드라마 ‘여인천하’의 정난정 역 강수연을 본 뒤 “저런 눈빛으로 연기하고 싶다”며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그로선 이 기회 아니면 언제 어우동을 연기해볼까 싶어 무조건 달려들었다. 그만큼 운명적인 작품이었다.

 

“노출이나 정사장면이 시나리오에 녹아 있다면 배우는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개인적으론 20대 마지막에 하는 작품이자 연기자로서 새로운 도전이라 떨리거나 수치스럽기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어내려 노력했어요.”

◆ 승마(충북), 서예(수원), 칠현금·한국무용(서울) 찍는 강행군

어우동은 여러 재능을 지닌 실존 인물이다. 정갈한 모습으로 서예와 난을 치는가 하면 기루각에서는 악기 연주와 춤으로 뭇 남성을 홀렸다. 이를 위해 고시 공부를 방불케 하는 과정을 거쳤다.

말 타는 장면을 위해 승마를 배우고 하루에 서예 2시간, 철현금 2시간, 한국무용 2시간을 공부했다. 새벽에 충북으로 내려가 승마, 경기도 수원으로 이동해 서예, 서울에 와서 칠현금과 한국무용을 연마하는 식으로 쳇바퀴를 돌며 2개월을 보냈다. 원래 한국무용을 전공했으나 오랜 시간 접었던 터라 다시금 몸에 익히는데 공을 들였다.

“처음엔 문란하고 가벼운 여자가 아닐까, 생각했다가 점차 알아가며 같은 여자로서 미안했어요. 죄인이라 기록이 대부분 삭제됐으나 시를 잘 쓰고 악기와 춤에 능한 분이죠. 관능이나 지적인 면에서 황진이와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어요. 신분 구분 없이 사람들과 두루 친하게 지낸 점은 당시로선 혁명적이고요. 자유로운 사고의 소유자라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여성운동가가 됐지 싶은, 존경할 만한 인물이에요.”

▲ '어우동: 주인 없는 꽃'에서 복면을 한 채 칠현금을 연주하는 송은채

품위와 절제의 혜인 그리고 이동의 아내에서 자유분방한 어우동으로 드라마틱한 변신을 그려내는 게 최대 숙제였다. 사랑한 남편으로부터 배신당한 슬픔, 분노로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촬영하며 감정이입이 너끈히 이뤄졌다. 그 순간 이후 송은채는 어우동이 됐다.

하이톤의 현대적 목소리를 사극톤에 맞추기 위해 목소리를 일부러 상하게 만들어 지금까지도 목소린 걸걸한 상태다. 기녀로 활동하는 장면에선 얼굴의 반을 천으로 가리고 있어야 했기에 감정연기가 만만치 않았다. 평소보다 2배의 감정을 잡아야 눈빛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 얼짱 유명세 타다 2005년 ‘몽정기2’로 데뷔...“국민엄마가 꿈”

고교시절 ‘얼짱’으로 유명했던 강은비는 35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2005년 영화 ‘몽정기2’로 데뷔했다.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17세 여고생을 소화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후 시트콤과 예능프로그램 출연하며 ‘제2의 한가인’ 소리를 들었다.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는 앳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당찬 미혼모 역할을 맡아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하지만 아역 이미지가 집요하게 따라 다녔다. 배우로서 방점을 찍는 데도 성공하진 못했다. 배우 인생 제2막을 연다는 의미에서 ‘송은채’로 개명했다. 본명 주은비까지 포함하면 3개의 이름을 단채 살아왔다.

“그동안은 강은비라는 이름을 알리기에 급급했어요. 제 언행으로 인해 대중과 언론에 비판글이 나왔고 구설수에 오르곤 했어요. 그런데 ‘어우동’을 하고나선 ‘연기가 좋네, 나쁘네’ 평가가 나와 기분이 좋아요. 10년 만에 절 연기자로 봐주시는 것 같아서.”

비판마저 행복으로 받아들이는 그의 절실함이 전해졌다. 연기 욕심도 많다. 조연, 단역을 가리지 않고 액션, 공포, 사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가다가 언젠가 윤미라, 김해숙과 같은 극중 국민 엄마가 되고 싶다.

“데뷔 때부터 엄마가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어쩔 땐 푸근하고, 또 어떨 땐 대가족을 부양하는 억척스러운 엄마. 그러기 위해 기존의 제 캐릭터를 깰 수 있는 여러 작품을 경험해 보고파요.”

 

[취재후기] 지금까지 공교롭게 짝사랑하는 역할만 해온 탓에 남자와 깊이 교감하는 첫 멜로, 첫 사극에서 부족함이 많았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부드러움, 강렬함의 표현이 모자랐다는 게 자가 진단이다. “이게 다 경험이고 공부니까 다음 작품에서 메우면 되지 않을까요?”. 어떤 질문에도 거리낌 없이 있는 그대로를 다 보여주면서 술술 말하는 지라 원고 분량이 많아진다. 2005년 1월 ‘몽정기2’로 데뷔한 여배우는 2015년 1월 ‘어우동: 주인 없는 꽃’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한 분야에서 10년의 세월을 버텨냈다는 건 분명 훈장이지 않을까.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