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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한국결산 ⑨] 황금세대 기다리는 한국 축구, 감독 만능주의 넘어설 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7.12 14:17 | 최종수정 2018.09.20 15: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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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8년 만에 값진 승리를 거두며 대회를 마감했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세계최강 독일을 격파하며 많은 감동을 안겨줬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에만 도취돼 있을 수는 없다. 스포츠Q는 이번 대회 한국 축구가 남긴 의미와 보완점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새겨본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4년 전 처참한 실패를 겪었던 한국 축구는 뼈저린 반성을 하며 몰라보게 달라질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야심차게 영입한 외국인 감독은 속 빈 강정이었고 결국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월드컵 개막 1년여를 앞두고 소방수를 투입해야 했다.

 

▲ 한국 축구 선수단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축구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1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다고만 볼 수는 없다. 신태용 감독의 전술에 대한 아쉬움도 분명했다. 부상 선수들이 속출했다고는 하지만 마지막 평가전까지 실험을 거쳤고 힘겹게 한 시즌을 마친 선수들을 대상으로 고강도 체력훈련을 하기도 했다.

게다가 멕시코전 가능성을 보인 뒤 독일을 상대로 '카잔의 기적'을 일으켰기에 스웨덴전 유효슛 0개로 부진했던 것이 더욱 뼈아팠다. 신 감독이 지나치게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온 탓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이 같은 부분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회는 이미 평가를 마쳤다고 밝혔다. 후임자와 계약 난항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신 감독의 유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의 부진은 단순히 감독의 역량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더 나아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한국은 그 세대들의 유산으로 2010년 남아공 대회 원정 16강이라는 쾌거를 이뤄냈지만 4년 전 브라질에선 1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조별리그 탈락, 이번엔 독일을 상대로 기적 같은 승리를 챙겼지만 결과는 역시 16강 실패였다.

과연 한국 축구는 2002년 이후 16년 동안 어떤 발전을 이뤘을까. 고유의 색깔을 확립했거나 유스시스템의 괄목할 발전을 이뤘다거나 혹은 K리그의 자생력을 키워냈을까.

안타깝게도 어느 하나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유럽 축구 중계의 보편화와 2002년 성공으로 국내 축구 팬들의 눈높이는 한없이 높아졌지만 정작 이러한 한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국 축구는 조별리그 탈락이 당연한 나라가 된 것이다. 해외에선 독일을 꺾었다는 것이 화제지, 한국의 16강 진출 실패는 특별할 것 없는, 어찌 보면 당연한 소식이었다. 이것이 한국 축구의 현실이고 한국 축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일 수 있다. 발전이 없다는 점이다.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가운데)이 기자간담회에 홍명보 협회 전무 이사(오른쪽), 김판곤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과 함께 참여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2002년 4강 신화의 주역 박지성 SBS 축구 해설위원은 독일전을 마친 뒤 작심발언을 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 이 틀을 깨야 한다. 어떻게 해서라도, 누구의 희생을 감수하면서라도 전반적으로 제대로 된 기반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지금까지 무엇을 바꾸겠다면서 팬들에게는 이렇게 바꿨다고 이야기했지만 그것이 정말 미래의 한국 축구를 위한 길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또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보이지 않는, 우리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그 벽을 허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벽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축구협회도 비난받을 것은 당연히 받고 (잘못을) 고쳐나가야 한다”면서도 “뿐만 아니라 축구협회와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있는 기관 등의 희생도 절실하다. 자신들은 희생을 하지 않고 좋은 것만 찾겠다는 생각을 좀 버리고 지금의 희생은 나중으 위해서는 우리에게 결국 이익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보다는 한국 축구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면서 한국 축구가 앞으로 10년, 20년, 30년 더 성장해서 세계축구와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 부진했던 특정 선수 혹은 감독을 향한 말이 아니었다. 일명 축구계 '어른'들을 향한 따끔한 일침이었다.

지난해 11월 혁신을 기치로 내건 대한축구협회의 유스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는 그에겐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발언이지만 박지성은 용기 있고 확신에 차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축구계가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기 위해 협회를, 유관 기관을 이끌어서는 한국 축구의 발전이 없다. 한국 축구는 지금까지 줄곧 이러한 흐름 속에 흘러왔고 그렇기에 매번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월드컵 등 큰 대회가 끝나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만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는 태도를 보여온 게 한국 축구의 현실이었다. 이제는 더 거시적인 시각과 희생적인 자세로 한국 축구의 진정한 발전을 도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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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기자  oranc317@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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