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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FA광풍 끝나자 잇따른 '예비FA' 대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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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FA광풍 끝나자 잇따른 '예비FA' 대박, 왜?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1.06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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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락·오재원·김현수 등 2016년 FA 전성시대…까다로운 보상규정이 원인

[스포츠Q 이세영 기자]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오기 1년을 남겨둔 가운데 이른바 '예비 FA'의 연봉 대박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 시즌 FA가 되는 선수들은 연봉 인상이 되어 좋고 구단은 1년 뒤 경쟁 구단에 선수를 뺏기지 않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연봉 인상이다.

두산은 지난 5일 김현수(27·두산)와 7억5000만원에 올해 재계약을 맺었다. 김현수의 연봉은 지난해 연봉 4억5000만원에서 3억원 인상된 팀내 최고 인상액이다.

또 하루 전에는 오재원(30)도 연봉 4억원을 받았다.지난해 1억7000만원에서 두 배가 넘는 2억3000만원 인상이다.

이들 외에도 넥센은 손승락(33)과 유한준에게 돈다발을 안겨줬다. 지난해 4억3000만원을 받았던 손승락은 1억원이 오른 5억3000만원이 됐고 유한준(34) 역시 1억1500만원에서 2억8000만원으로 배 이상이 올랐다.

630억6000만원의 돈잔치로 끝난 2015년 FA 시장에 이어 올시즌이 끝나고 FA가 되는 선수들의 '쩐의 전쟁'이 일찌감치 시작됐다.

◆ '연봉 200%+선수 또는 연봉 300%' 보상금 규정, 예비 FA 프리미엄의 이유

이미 예비 FA들의 연봉 대폭 인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FA 제도가 도입됐을 때부터 있어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단들의 내부 단속이다. 전년도 활약이 두드러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년 경쟁 구단에 뺏기지 않으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한국야구위원회의 FA 규정에 따르면 FA를 영입하는 팀은 이전 소속팀에 직전 연도 연봉의 300%를 줘야 한다. 예를 들어 올 시즌이 끝난 뒤 김현수를 데려가려는 팀은 두산에 7억5000만원의 300%인 22억50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보호선수 20인 외 1명을 보상선수로 준다고 하더라도 연봉의 200%를 줘야 하기 때문에 15억원을 내줘야 한다.

만약 보상선수 없이 김현수를 데려가려는 팀은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김현수의 올해 연봉을 고려해 4년 다년 계약으로 계약금 40억원, 연봉 10억원이라고 한다면 80억원에 보상금까지 더해 100억이 넘는 지출을 해야 한다. 김현수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한 선수에게 100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팀에는 여간 부담이 아니다.

결국 FA가 될 스타선수의 유출을 막는 방법은 막대한 보상금 지출을 꺼리도록 하는 것. 결국 직전 연도에 해당 선수에게 많은 연봉을 안기면 된다. FA로 다시 소속팀 SK와 계약한 최정(28) 역시 2013년 5억2000만원에서 지난해 7억원으로 연봉이 오르기도 했다.

소속팀으로서는 FA를 앞둔 선수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장치를 마련하면서 다가오는 FA 시장에서 경쟁팀에 선수를 내주지 않는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올시즌 부상 속에서 팀의 통합 4연패에 공헌한 박석민도 예비 FA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스포츠Q DB]

◆ 보상 규정에 스타만 함박웃음, 일부 선수에겐 족쇄

예비 FA들이 잇따라 함박웃음을 터뜨린 가운데 앞으로 남은 2016년 FA들에게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아직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거물급 예비 FA로는 박석민(30·삼성)과 이동현(32·LG), 이택근(35·넥센) 등이 있다. 2016시즌 이후 FA 자격을 취득하는 손아섭(27·롯데)도 연봉 대박이 예상된다.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선수는 박석민이다. 지난해 타율 0.315 27홈런 72타점을 기록한 그는 3년 연속 타율 3할을 쳤다. 숙원이었던 골든글러브도 품에 안았다. 비록 부상 때문에 시즌 막판 출장하지 못했지만 박석민은 지난해 최강이었던 팀 중심타선에 무게감을 더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내년 시즌 이후 FA가 되는 손아섭의 올해 연봉도 관심사다. 2010년 데뷔 첫 규정타석 3할을 기록한 그는 5년 연속 3할 타율을 찍었고 장타력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또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최다안타 1위에 올랐을 정도로 안타 생산능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일부 선수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섣불리 FA 시장에 나갔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SK로 돌아간 나주환(31)이 좋은 예다. 지난해 2억원의 연봉을 받았던 나주환은 자신의 몸값을 알아본다며 FA 시장에 나갔다가 아무런 소득도 얻어내지 못했다. 보상금이 최대 6억원에 불과(?)하지만 이마저도 구단들이 꺼린 것이다.

나주환은 결국 SK와 옵션 1년 포함 2년에 연봉 2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자신의 연봉은 지켰지만 FA를 통해 자신의 몸값을 대폭 올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 대부분인 것과 비교한다면 사실상 '쪽박'이다.

◆ 당장 지키는 것은 좋지만 FA 계약 때는?

구단 입장에서도 좋을 것이 없다. 당장 지키는 것은 성공했지만 막상 FA 계약 때가 되면 이 역시 구단들에 부담이 된다. 직전 연도 연봉을 대폭 올려놨으니 FA를 통해 받는 연봉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FA 인플레'의 이유다.

지난해 연봉 7억원의 연봉을 받았던 최정은 계약금 42억원과 연봉 44억원 등 86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올해와 2016년은 연봉 10억원, 2017년과 2018년에는 12억원을 보장받는 조건이다. 2013년에 5억2000만원이었던 선수가 불과 2년만에 두배 가까이 올랐다.

두산과 계약한 장원준(30)도 마찬가지다. 장원준은 경찰청에 입대하기 전이 받았던 마지막 해인 2011년 연봉 2억원의 선수였다가 지난해 롯데로부터 3억2000만원을 받았다. 급기야 두산과 4년 84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연봉이 10억원으로 세 배 넘게 뛰었다.

이 때문에 FA 규정에 손을 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프로야구처럼 선수의 활약이나 성적에 따라 등급을 매겨 보상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경우 스타가 아닌 중간급 선수는 보상금의 부담없이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어 어느 정도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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