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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프로야구 올스타전] 강백호·박치국·노수광·오재원, 별들의 전쟁 '신스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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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프로야구 올스타전] 강백호·박치국·노수광·오재원, 별들의 전쟁 '신스틸러'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8.07.1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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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이세영·사진 울산=주현희 기자] 이대호가 1번 타자로 등장하고 홍성흔이 우스꽝스러운 수염을 달고 타석에 서는 게 올스타전이다. 정규 경기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 올스타전에서는 벌어진다. 전반기 동안 뜨거운 성원을 안겨준 팬들에게 보답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선수들은 팬들을 위해서라면 올스타전에서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14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별들의 전쟁’에 초대된 선수들은 재치 넘치는 퍼포먼스와 놀라운 플레이로 야구팬들이 입을 떡 벌리게 했다. 드림 올스타, 나눔 올스타 할 것 없는 ‘신 스틸러’들의 향연에 웃음과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 강백호가 14일 올스타전에서 6회초 구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이날 가장 이목을 끈 선수는 마운드에 선 드림 강백호(KT 위즈)였다.

6회초 드림 올스타 6번째 투수로 등판한 강백호는 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은 강백호는 서울고 시절 투타를 겸비한 선수로 주목을 받았다.

우투좌타인 강백호는 장타력을 갖춘 포수로 활약했으며,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게 가능하다. 투수로도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구사한 강백호는 ‘한국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로 불렸다.

지명 직후에도 그의 투타 겸업을 고려했던 KT는 강백호가 타자에 전념하도록 했다. 올 시즌 주전 외야수로서 맹활약한 강백호는 올스타전에서 프로 무대 투수 데뷔전을 갖는 영광을 안았다.

6회초 강백호가 마운드에서 몸을 풀자, 팬들의 함성이 그라운드를 가득 메웠다. 올스타전에서 타자가 투수로 등판한 것은 1985년 서군 올스타로 나선 김성한(해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첫 타자 오지환(LG)과 마주한 강백호는 최고 시속 150㎞에 달하는 강속구를 씽씽 던졌다. 결국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어 오지환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대타로 나선 이용규(한화)를 상대한 강백호는 볼 3개를 연거푸 던졌지만, 풀카운트로 승부를 끌고간 뒤 삼진을 추가했다. 이번엔 체인지업으로 타자를 제압했다.

강백호는 후속타자 김현수 타석 때 박치국(두산)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자신이 시즌 내내 서던 포지션인 좌익수 자리로 달려나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흡사 고등학교 시절의 모습을 다시 보는 듯 했다.

타석에서도 존재감을 높였다. 6회말 무사 1, 3루에서 처음으로 올스타전 타석에 섰는데 이때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는 7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선 내야안타를 쳐 올스타전 첫 안타를 신고했다.

 

▲ 박치국(왼쪽)이 14일 올스타전에서 6회말 적시타를 친 뒤 김한수 삼성 감독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이날 두산 우완 투수 박치국도 드림이 0-5로 뒤진 6회말 무사 2루에서 타자로 나서 우전 안타를 작렬, 팀이 동점을 만드는 데 발판을 놨다.

삼성 오른손 투수 장필준도 7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등장해 팬들에 색다른 재미를 줬다. 결과는 2루수 땅볼이었다.

박치국, 장필준의 투수 타자 출장은 1985년 김성한(서군), 같은 해 삼미의 장명부(서군)에 이어 역대 3, 4번째다.

 

▲ 노수광이 14일 올스타전에서 오토바이 헬멧을 착용한 뒤 2회말 첫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박건우의 부상으로 대체 선수로서 올스타전에 나선 나눔 노수광(SK)은 첫 타석에서 오토바이 헬멧을 착용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드림의 8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노수광은 2회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타석에 섰다. 자신의 별명인 ‘노토바이’를 의식한 퍼포먼스였던 것.

노수광은 타격 준비를 위해 고개를 숙였다가 헬멧 앞 고글이 떨어져 스탠드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 오재원(오른쪽)이 14일 올스타전에서 3회초 김하성을 혼내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드림 오재원(두산)은 고교 후배인 나눔 김하성(넥센)과 유쾌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김하성이 3회초 3-0을 만드는 좌월 솔로 홈런을 쳤는데, 2루 베이스를 도는 순간 오재원이 김하성을 불러 세웠다. 그리고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혼내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이에 호응해 김하성도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뒤 다시 베이스를 돌았다.

평소 같으면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는 야탑고 11년 선후배의 즉석 이색 퍼포먼스였다.

이날 3타수 2안타(2홈런) 4타점 3득점 맹활약을 펼치며 생애 첫 ‘미스터 올스타(MVP)’에 선정된 김하성은 방송사 인터뷰에서 “베이스를 도는데, 선배님이 ‘차렷. 열중 쉬어’라고 하셨다. 고교 선후배 관계라 자연스레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 같다”며 웃었다.

경기 후 화려한 불꽃이 문수야구장 하늘을 수놓았다. 각기 다른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어깨동무를 하며 축제를 즐겼다. 1년에 단 한 번 웃으며 경기할 수 있는 올스타전은 화합의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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