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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삼성중공업 해체는 한국 럭비의 붕괴" 럭비인들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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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삼성중공업 해체는 한국 럭비의 붕괴" 럭비인들의 절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06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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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협회 기자회견 "올림픽 본선진출·럭비 월드컵 출전 앞둔 시점 중요"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삼성중공업은 한국 럭비의 근간이자 지탱해온 기둥입니다. 해체설이 아니길 바라고 재고를 부탁드립니다."

럭비인들의 호소는 처절했다. 한국 럭비계가 생각하는 삼성중공업 팀은 단순한 한 팀이 아니었다. 삼성중공업이 럭비팀이 그대로 해체될 경우 한국 럭비가 사실상 무너진다는 위기감으로 가득했다.

대한럭비협회는 6일 오후 서울역 4층 KTX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중공업 럭비팀 해체설과 관련해 팀이 없어지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원종천 협회 부회장은 "삼성중공업은 한국 럭비의 근간으로 수많은 전적을 보유하고 있고 대표선수도 많이 배출했다"며 "삼성중공업 내에는 자체 대회가 있었을 정도로 럭비 사랑이 있었던 기업이다. 그런데 해체설이라니 황당하다.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 원종천 대한럭비협회 부회장(가운데)이 6일 서울역 KTX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중공업 럭비팀 해체설을 재고해달라는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과 오른쪽은 지도자 대표와 학생 선수 대표로 참석한 정삼용 15인제 대표팀 감독과 서울사대부고 조민기. [사진=대한럭비협회 제공]

이어 원 부회장은 "실업팀은 삼성중공업과 국군체육부대, 한국전력, POSCO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한 팀이 해체된다면 몰락을 피할 수 없다"며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등 학교팀이 해체되더라도 파급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은데 어린 선수들의 꿈과 목표인 실업팀이 사라진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원 부회장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에도 나가야 하고 일본에서 열리는 2019년 럭비 월드컵과 2020년 도쿄 올림픽도 바라보고 있다"며 "중요한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중공업 팀이 없어진다면 선수들은 물론이고 럭비계에 커다란 좌절감을 안길 것"이라고 호소했다.

박태웅 협회 사무국장은 "현재 삼성중공업에 계속 질의해도 해체와 관련한 논의가 있다고만 할 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팀 스태프에게 물어봐도 별 대답이 없다"며 "이에 따라 선수들의 재계약도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춘계대회를 겨냥한 훈련이 진행되고 있지만 선수들의 앞날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단순한 팀 해체 아닌 럭비계가 붕괴되는 상황

보통 다른 종목에서는 팀이 해체한다고 해서 기자회견까지 열면서 호소하지 않는다. 우려나 유감을 표시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대한럭비협회가 삼성중공업 해체를 놓고 기자회견까지 열고 호소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대한럭비협회와 한국 럭비의 상황을 놓고 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의 해체는 사실상 한국 럭비의 붕괴, 또는 후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 한국 럭비는 아시안게임에서 언제나 메달을 획득할 정도로 아시아에서는 강호로 군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이 개최국으로 자동 출전하는 2019년 럭비 월드컵과 2020년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은 아시안게임 한국 경기. [사진=스포츠Q DB]

럭비는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스포츠 가운데 하나다. 이웃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럭비 유니온(15인제)의 톱리그에만 16개팀이 있다. 또 럭비의 고시엔 대회라고 불리는 전국고교럭비선수권, 일명 하나조노라는 대회를 통해 수많은 선수들이 육성되고 있다. 일본은 오는 2019년 럭비 월드컵을 개최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한국 럭비도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이 있었다.

일제시대 때 하나조노 대회에서 경성사범학교(현재 서울대 사범대학)가 1930년부터 1932년까지 3연패를 달성했고 배재고보(배재고교)도 1936년에 우승하는 등 만만치 않은 실력을 자랑했던 적이 있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 럭비는 일본과 대적했다. 1998년 방콕 대회와 2002년 부산 대회에서 15인제 럭비 2연패를 달성했다. 7인제에서도 방콕 대회, 부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06년 도하 대회에서는 일본에 1점차로 져 은메달을 따냈다. 2010년 광저우 대회와 2014년 인천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땄다.

하지만 럭비는 198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인기 하락세를 걸었다. 그나마 한국 럭비가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삼성중공업 등 실업팀이 있었기 때문이다.

▲ 대학교, 고등학교에서 뛰고 있는 럭비 선수들이 6일 서울역 KTX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중공업 럭비팀 해체설 관련 기자회견에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움직임과 위기감은 이전에도 있었다. 1998년에는 상무가 해체될 뻔 했고 한국전력 역시 2003년 선수가 없다는 이유로 해체를 고려했다. POSCO 역시 다른 실업팀의 해체 얘기가 나올 때마다 늘 빠지지 않았다.

결국 삼성중공업의 해체는 연쇄반응을 불러와 사실상 실업팀이 모두 사라지는 최악의 결과를 맞을 수 있다. 삼성중공업에서 수많은 대표 선수와 지도자가 배출됐던 만큼 그 파급효과를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대한럭비협회는 그만큼 절실하다.

◆ 올림픽에 월드컵까지 앞둔 한국 럭비 "이대로 무너질 수는…"

한국 럭비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럭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당장 2016년 리우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을 치러야 한다. 본선 티켓은 단 1장이다. 일본의 벽이 너무가 높기에 한국 럭비가 리우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한국 럭비는 그 이후를 바라본다. 2019년 럭비 월드컵과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일본이 자동 출전하기 때문에 본선 티켓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87년 창설된 럭비 월드컵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등 영국 외에도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예전 영연방국가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대회다. 1995년 남아공에서 열렸던 대회 당시에는 남아공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당시 일화는 2009년 영화 '인빅터스'로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다.

▲ 한국 럭비 대표팀 주장 윤태일(오른쪽)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윤태일도 삼성중공업에서 뛰고 있는 선수다. [사진=스포츠Q DB]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못지 않은 인기를 구가하는 럭비 월드컵이 2019년 일본에서 열리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에서 다른 나라가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한국 럭비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또 도쿄 올림픽 역시 마찬가지다. 리우 올림픽 본선에 올라가지 못하더라도 예선전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2020년 도쿄 올림픽 예선전을 통과한 뒤 강국들과 제대로 붙어볼 수 있다.

이런 중요한 도전을 앞두고 삼성중공업이 해체된다는 것은 사실상 밥이 제대로 되기도 전에 재를 뿌리는 격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럭비인들은 "삼성중공업의 사정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류 대기업 아니냐. 사회 환원 차원에서라도 제발 해체만은 말아달라"고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 실업팀 연쇄 붕괴되면 학생들은?

이날 기자회견에는 서울사대부고 럭비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조민기(17)도 참석했다. 학생선수들이 느끼는 삼성중공업 해체설은 불안 그 자체다.

조민기는 "럭비 매력에 빠져 어렸을 때부터 운동했다.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며 함께 하는 지금이 미래를 계획하는 소중한 시간"이라며 "그러나 언제나 목표로 하던 삼성중공업이 해체된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다. 어린 선수들의 꿈을 짓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중공업 팀이 사라진다면 럭비 선수들에게 출전의 기회조차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삼성중공업과 함께 하는 미래가 지속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 서울사대부고 럭비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조민기가 6일 서울역 KTX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중공업 럭비팀 해체설 관련 기자회견에서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삼성중공업 말고는 대안이 없을까. 삼성중공업이 해체되더라도 다른 실업팀 창단을 유도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해 원 부회장은 한국 스포츠계의 상황을 들어 실업팀 창단에 대해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원 부회장은 "한국 스포츠계의 현실은 프로 스포츠 위주, 올림픽 정식종목 위주로 흘러간다. 핸드볼이나 하키 등도 우리와 같은 비인기 종목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고 올림픽도 나가기 때문에 대기업으로부터 적지 않은 후원을 받는다"며 "럭비가 선수는 많아도 다른 종목에 비해 관리 비용은 더 적게 들어간다. 그럼에도 다들 실업팀 창단에 대해서는 난색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원 부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실업팀 창단에 따른 인센티브가 없는지를 문의해봐도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또 럭비팀을 창단한다고 하면 그만큼 회사의 이익이 외부로 흘러가기 때문에 노동조합에서도 반대하고 나선다"며 "올림픽 정식종목이 됐으니 이제 한국 럭비가 진정한 걸음마를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나름 청사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성과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럭비는 현재 비인기 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비인기 종목이다. 그동안 올림픽 정식 종목도 아니었고 아시안게임에도 1998년 방콕 대회에서야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지라 세계 무대와 경쟁을 해볼 기회조차 없었다. 그나마 갖고 있던 럭비전용구장도 재개발에 휘말려 있거나 사라졌다. 또 대한럭비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드림키즈는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모 은행의 지원을 받았지만 이마저도 사라졌다.

리우 올림픽을 통해 이제서야 뭔가 해보려고 할 때 지난해 세밑부터 터져나온 삼성중공업 팀의 해체설은 럭비인들에게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럭비인들의 호소는 간절하다 못해 처절했다.

▲ 한국전력 선수들이 다이내믹 부산 전국 7인제 럭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후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현재 한국 럭비 실업팀은 삼성중공업과 한국전력, POSCO, 국군체육부대(상무)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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