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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인생 스토리⑭ 또 다른 꿈이 꿈틀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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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인생 스토리⑭ 또 다른 꿈이 꿈틀꿈틀
  • 배선영 모델 겸 스타일원미 대표
  • 승인 2015.01.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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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69cm의 모델치곤 아담한 키. 평범했던 울산 소녀의 꿈 많은 상경. 잡지모델 데뷔, 온라인 쇼핑몰 성공, 뉴욕 런웨이 도전과 6년간의 미국 활동, 귀국 후 스타일링 디렉터로 활동하기까지 수많은 도전과 실패 경험….

모델 출신인 배선영 스타일원미(www.style1.me) 대표의 범상치 않은 약력입니다. 배 대표는 작은 키 때문에 국내 무대에 서지 못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뉴욕과 LA 런웨이에 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성취감도 맛봤지만 세계의 높은 벽도 실감했다고 합니다.

스포츠Q는 '도전의 가치'를 소중히 여깁니다. 패션 모델을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배선영 대표의 '뉴욕 런웨이 도전기'를 연재합니다. 국내 또는 뉴욕의 런웨이에 서기 위해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배선영 모델 겸 스타일원미 대표]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미국 LA와 뉴욕에서 '런웨이 모델'이라는 내 꿈에 최선을 다했고 이제 뭔가가 끝났다고 생각하며 여유를 즐겼다.

▲ 미국 LA와 뉴욕에서 보낸 6년은 꿈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린 기간이었다. 런웨이 모델이라는 가장 큰 꿈을 이룬 탓에 귀국 후 한동안은 별다른 목표없이 안주하며 지냈다. 하지만 꿈을 이룬 삶은 무료했다. 사진은 '2010 S/S LA 패션 위크'에서 EM & CO 브랜드 벤티 듀(Venti Due)의 모델로 섰을 때의 모습이다. [사진= 배선영 대표 제공]

19년 동안 자라 온 고향 울산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어릴 적 추억이 깃든 산과 계곡, 바다가 가까이 있어 매우 평화로웠다.

그때는 아무 걱정거리가 없었다. 숨가쁘게 달려온 20대를 지나고 오랜만에 느끼는 휴식이었다.

따뜻한 날씨를 비롯하여 렌트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우리 집이 있었고, 다 큰 나이에 어리광 부려도 받아주시는 부모님, 또 항상 함께 웃을 수 있는 고향 친구들이 있었다. 막연한 꿈에 대한 근심, 먹고 사는 걱정 없이 정말 편하게 쉴 수 있었다.

따뜻한 날에는 가까운 계곡에 가서 발도 담그고, 바다에 가서 서핑도 했으며, 추운 겨울에는 스노보드를 즐기며 세월이 가는지 모르게 지냈다.

그렇게 쉬면서 6개월 동안 동생이 운영하는 가게를 도와주었다.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월급은 들어 왔고, 특별한 지출 없이 편히 생활할 수 있었다.

그 당시는 특별한 꿈이 없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마음은 편했지만, 내가 살아 있다는 뜨거운 열정을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울산에 편하게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따뜻한 집에서 부모님 보호 아래 산다는 게 편하고 아늑했지만 이대로 내 인생을 포기할 수 없었다.

‘어릴 적 막연한 꿈을 꾸고, 꿈을 향해 달려가던 그 시절 그 순간이 행복이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막상 꿈을 이루고 30대가 되니, 또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 '일반 개인들에게도 스타일리스트가 필요할 경우가 있지 않겠나?' 새로운 목표를 정한 나는 서둘러 준비에 들어갔다. 한류 스타들이 광고와 잡지를 촬영하는 스튜디오와도 계약했다. [사진= 배선영 대표 제공]

'이 대로 안주할 수는 없어. 나를 다시 깨울 뭔가가 있을 거야!'

또 다른 꿈을 꾸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곧장 서울로 거처를 옮겼다.

서울로 올라 와 잠시 미국 수입 의류와 자체 디자인 의류를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10년 전에는 정말 재미있어서 했던 일이었는데, 이제는 그 일에 흥미가 없어지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왜 이럴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며칠 밤을 뒤척였다. 그리고 돈을 벌어도 그 일에 꿈과 희망이 그려지지 않아 금방 싫증난 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회가 닿아 ‘tvN 화성인 X파일 바겐헌터녀’ 편에 출연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모델 생활하며 비싼 물가에 돈을 아끼고자 빈티지 제품을 구입하고, 안 입는 옷을 리폼 해서 입고, 버린 가구를 색칠해서 쓰는 등의 일들은 평범한 내 일상이었는데 한국에서는 그렇게 사는 내가 신기했나 보다.

오랜만의 방송 출연이 조금 겁도 났지만 사람들에게 알뜰 생활 정보를 줄 수 있었고 무료한 내 일상에 톡 쏘는 비타민이 될 것 같았다. 또한 나를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4일정도 촬영하고 드디어 방송이 되었다.

하지만, 방송 효과는 예상과 달랐다. 나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보다 그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명품 아울렛과 모피할인점, 가구점, 의류덤핑점 등을 문의하는 쪽지와 댓글들이 블로그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그렇게 그 방송으로 인해 특별한 수입이나 득 되는 건 없었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 사람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나의 블로그가 활성화되는 것이 신기했고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 유명 스타들이 이용하는 신사동 헤어숍의 모습이다. 드라마와 영화에 나오는 멋진 스타들의 모습처럼 스타일을 바꿔 주고 인생에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스타일원미'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 배선영 대표 제공]

10년 전 내 이름을 걸고 진행한 패션 방송을 했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촬영이 힘들었지만 방송을 보고 있으면 참 즐거웠는데…. ‘베베의 패션 다이어리’ 추억에 잠깐 젖을 수 있었다.

나는 뭔가 새로운 꿈을 꾸고 싶어졌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데 그 뭔지 모르는 ‘무엇’이라는 꿈이 내 심장을 쿵쾅쿵쾅 뛰게 만들었다.

    내가 어릴 적에 저 멀리 있는 ‘모델’ 이 막연히 되고 싶었을 때!

   그때와 똑 같은 심장의 울림!!

   그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

아무리 근심 걱정 없이 편하게 살아도 이렇게 심장의 두근거림이 없다면, 나는 살아도 산 것 같지가 않다. 꿈이 나를 살게 해주는 원동력이고 내 몸 안에 피가 빨리 돌아 나를 더 생기발랄하게 해주는 것 같다.

며칠 동안 고민했다. 낙서로 빈 노트를 가득 채워 나갔다.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잘 하는 일, 재미 있는 일….

무작정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노트는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낙서로 가득 채워졌다.

내가 좋아하는 ‘패션’이었으면 좋겠고, 사람들과 패션에 대한 정보 공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나아가서 ‘패션 트렌드를 제안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들이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 그 부분을 내가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릴 적 초등학교 때부터 소풍을 비롯해 수학여행 등의 행사날에는 옷 코디를 스스로 했고, 친구들에게도 코디해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았었다.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할 때에도 풀 코디 제품을 판매하니 고객들의 구매도가 상승했고, 나에게는 재미있고 쉬운 의상 코디가 다른 이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연예인들에게는 스타일리스트가 있지만 ‘일반 개인들에게도 필요할 경우가 있겠다'라는 생각이 번뜩였고, 나는 곧장 온라인 서핑으로 시장조사를 하게 되었다.

이미지 컨설턴트 등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 몇 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내가 꿈꾸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 새로운 사업을 위한 명함은 심플한 디자인 속에 내 꿈을 명료하게 담으려 애썼다.  '스타일이 나를 원한다'는 뜻의 상호명과 함께 '퍼스널 스타일링 디렉터'라는 독창적인 직업명을 새겼다.  [사진= 배선영 대표 제공]

자료 수집 중 포털사이트에 있는 10년 전 질문 중에 “개인 코디를 해주는 사람은 없나요?”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그 당시에도 찾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작은 희망이 되었다.

나의 사업 마인드는 ‘한 사람의 인생에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고 싶다’로 시작했다. 나는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스타일’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회사명을 숙고 끝에 짓게 되었고, 회사명 그대로 쓸 수 있는 도메인을 구입하게 되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습득한 지식으로 홈페이지를 3일 동안 밤새 만들었고, 명함을 제작했으며 블로그를 통해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스타일원미가 탄생되었다. 스타일원미(Styles Want Me)는 '스타일이 나를 원한다'는 뜻을 담았다. '스타일원미'의 영문을 단순화해 홈페이지 주소(www.style1.me)도 정했다.

모두에게는 고유한 이미지가 있고 그것을 잘만 활용하면 충분히 멋진 스타일이 완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단순히 코디를 해준다기 보다는 의뢰 고객의 직업, 나이, 체형, 신체 장단점 등 기본 정보를 바탕으로 쇼핑 패턴 및 스타일 분석을 한 후 고객의 예산에 맞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링을 해주고 화보사진까지 촬영해서 벽에 걸어주는 시스템이다.

변화된 모습과 벽에 걸린 멋진 사진을 보고 ‘나도 이렇게 멋있어 질 수 있다’ 라는 자신감 회복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웨딩 사업이 흔히들 말하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를 함께 구성하는 것처럼 나도 그 방식을 착안했다.

▲ 3일 밤샘으로 스타일원미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어릴적 시도해 보았던 온라인 쇼핑몰 운영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로써 새로운 도전을 향한 이륙 준비는 끝났다. [사진= 배선영 대표 제공]

10년 전에 잡지 모델을 할 때 함께 일했던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 그때 잡지 화보 사진을 촬영하셨던 사진 작가들과 함께 사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0년이 지난 후인 현재 나도 성장했지만 그 분들도 각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성장했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나'. 헤어숍, 스튜디오와 각각 미팅을 잡고 사업 계획을 프레젠테이션했다.

스타일원미에 의뢰한 고객을 헤어숍과 스튜디오에 연결해 주고, 커미션을 받지 않는 대신 우리 고객들에게 그만큼에 해당하는 30~50%를 할인해 주기를 제안했다.

그들은 어린 나이에 온라인 쇼핑몰 사업 성공을 경험한 나를 옆에서 지켜봐 왔기 때문에 기꺼이 응원해 주었다. 10년 전 함께 일했던 아티스트들이 지금은 그 분야에서 결정권이 있는 직위가 되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유명 연예인들이 이용하는 신사동과 압구정동의 헤어숍, 유명 광고와 잡지 촬영을 하는 스튜디오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정말 사업에 활기를 띨 수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됐다.

‘스타일원미’ 비즈니스를 처음 생각하고 시작할 때 주위에서는 또 만류했다.

“그걸 누가 의뢰해?”

“나 같으면 그 돈으로 백화점 가서 옷 사 입지.”

“안 될 것 같아. 남들 다 하는 거 생각해 봐.”

“그런 직업이 어디 있어?”

언제나 무슨 일을 시작하면 그렇듯, 주위 사람들 중 반 이상은 나에게 부정적인 말들을 했다. 나는 사람들이 그럴수록 더욱 더 잘 해내고 싶었다.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더욱 더 오기가 생겼다.  <계속>

패션 인생 스토리⑮ 퍼스널 스타일리스트로서 첫걸음을 떼다 도 함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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