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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결산 ①] 점유율 중시 않는 수비축구, 화려함보단 실리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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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결산 ①] 점유율 중시 않는 수비축구, 화려함보단 실리가 대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7.1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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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스페인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 이후 세계 축구계엔 ‘점유율’이 핵심 키워드가 됐다. 바르셀로나의 성공가도와 맞물려 점유율 축구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4년 전 스페인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으며 내리막길을 타던 점유율 축구는 이번 월드컵에서 완벽히 종말을 고했다.

그 자리를 꿰차고 들어온 것은 바로 선 수비 후 역습을 바탕으로 한 ‘실리 축구’다. 강팀과 실력 차를 인정하고 수비에 중심을 둔 뒤 강력한 카운터어택으로 승점을 챙기려는 전술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 손흥민이 독일과 조별리그 최종전 후반 종료직전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쐐기골을 터뜨리는 장면. [사진=FIFA 제공]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스페인과 독일, 아르헨티나 등은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공을 돌렸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스페인은 라인을 내리고 극단적인 수비전술을 펼친 이란에도 고전하더니 모로코와 2-2 무승부, 16강에서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시종일관 스페인 선수들을 압박하고 알렉산드르 골로빈(CSKA 모스크바)의 속도를 앞세운 역습에 대처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승부차기 끝에 16강에서 탈락했다.

리오넬 메시를 앞세운 아르헨티나의 몰락도 아쉬웠다. 압도적인 피지컬을 앞세운 아이슬란드와 첫 경기부터 비기더니 크로아티아의 거센 압박에 치명적인 실수까지 나오며 0-3으로 완패했다. 16강에서도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의 가공할 스피드를 이겨내지 못하고 대회를 마쳤다.

독일도 마찬가지. 첫 경기부터 멕시코에 패했는데 점유율과 패스 수에선 압도적이었다. 한국과 경기에서도 점유율은 70%-30%, 패스수 또한 719-237로 매우 큰 차이를 보였지만 승자는 한국이었다.

선 수비 후 역습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 외에도 이들을 물리친 팀들의 하나같은 공통점은 속도와 체력에서 상대를 압도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대회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역대 최약체 개최국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뚜껑을 열어보자 달랐다. 수비적으로 나섰지만 결코 소극적인 팀은 아니었다. 역습 기회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갔고 많은 골을 터뜨렸다.

 

▲ 일본을 무너뜨린 벨기에 나세르 샤들리(가운데)의 결승골. 역습의 결정체였던 장면이었다. [사진=FIFA 제공]

 

압도적인 활동량이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118㎞를 뛰며 사우디(105㎞)를 5-0으로 대파한 러시아는 16강에서 스페인과 연장 승부를 펼치며 9㎞ 많은 146㎞를 뛰었다. 준우승팀 크로아티아와 경기에서도 주도권은 내줬지만 148㎞를 뛰며 승부차기까지 경기를 끌고 갔다.

그러나 아무리 수비에 바탕을 둔 역습을 시도하더라도 속도의 우위를 보이지 못한다면 이 전술은 승점 3을 만들 수 없는 반쪽짜리가 된다. 반면 스피드에서 상대를 압도한다면 결정적인 골 하나가 결과를 바꿔놓기도 한다.

한국과 독일전 후반 추가시간 나온 손흥민의 골이 대표적이다. 주세종이 수비 진영에서 길게 찔러넣은 공을 100분 가까이 뛴 손흥민이 전력질주를 해 마무리하며 독일을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에서 주저앉힐 수 있었다. 주세종의 발빠른 판단으로 인한 패스, 손흥민의 주력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벨기에와 일본의 16강은 역습의 결정체였다. 시바사키의 킬러패스에 이은 하라구치 겐키의 침착한 마무리로 연결된 선제골, 2-2로 맞선 경기 종료 직전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를 시작으로 케빈 데 브라위너-토마스 뫼니에-나세르 샤들리로 이어진 완벽한 역습의 정석이었다.

더 이상 선 수비 후 역습은 약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확실하게 승점을 챙길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점이 입증됐고 이 같은 실리축구는 현대축구의 또 다른 트렌드로 자리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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