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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카자흐스탄 고려인 피겨선수 데니스 텐 한낮 피습 사망 세계적 '충격'..최다빈 이준형도 '의병장 후손' 피겨영웅'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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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카자흐스탄 고려인 피겨선수 데니스 텐 한낮 피습 사망 세계적 '충격'..최다빈 이준형도 '의병장 후손' 피겨영웅' 애도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8.07.2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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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류수근 기자] 'I miss you... rest in peace'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간판 최다빈(고려대)이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 내용이다.

대한제국 의병장의 후손으로 알려지며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던 카자흐스탄 피겨 스케이팅 영웅 데니스 텐(25)이 백주대낮에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카진포름 등 카자흐스탄 현지 매체는 데니스 텐이 알마티에서 괴한에게 피습당해 19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건 목격자 중 한 사람인 세르게이는 난투극을 벌인 당사자의 얼굴은 기억하지 못 하지만 구급차에 실려 갈 당시 데니스 텐의 한쪽 다리에 혈흔이 낭자했다고 전했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에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텐은 병원으로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3리터에 가까운 피를 흘려 결국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스탄 피겨선수 데니스텐 25세에 사망' 국제빙상연맹(ISU)는 홈페이지에서 데니스 텐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고인이 생전에 피겨스케이팅에 기여한 공로를 기리며 애도했다. [사진= 국제빙상연맹 홈페이지 캡처] 

 

아구르탄벡 무하메디울리 카자흐스탄 문화체육부 장관은 쿠르만가지-바이세이토바 거리에서 데니스 텐이 자신의 승용차 백미러를 훔치는 범인 두 명과 난투극을 벌이다 칼에 찔렸다고 페이스북에서 밝혔다.

엘나르 아킴쿠노프 보건부 대변인은 텐이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고 확인했고, 현지 경찰은 텐과 난투극을 벌인 범인 2명을 수배했다.

데니스 텐은 알마티 출신으로, 대한제국 시절 의병장으로 활동했던 민긍호의 외고손자이다. 그의 성(姓)씨인 ‘텐’은 한국의 ‘정’ 씨를 러시아에서 쓰는 키릴 문자로 표기한 것이다.

민긍호 선생의 외손녀인 김 알렉산드라가 텐의 할머니다. 텐은 ‘고려인’으로서 항상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선수 이력에는 '한국 민긍호 장군의 후손'이라고 표기했고, 한국 역사책을 읽으며 공부하기도 했다.

사건은 카자흐스탄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이에 따라 칼무한벳 카싀모프 내무부 장관과 엘잔 비르타노프 보건부 장관이 직접 이 사건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니스 텐은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김연아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와 계약하고 국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한국과 인연을 이어왔다.

데니스 텐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오른발 인대를 다쳤지만,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불참할 수 없다며 참가를 강행했다. 하지만 부상 영향으로 메달은 따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경기 후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간판 최다빈(고려대)은 19일 데니스 텐의 사망 소식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뒤 영문으로 슬픔과 애도를 표했다. [사진= 최다빈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계 데니스 텐의 돌연한 비보가 전해지자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스포츠계 인사들은 일제히 충격과 애도를 표하고 있다.

아리스탄벡 무하메디울리 장관은 "텐은 탁월한 선수이자 우리 스포츠계의 전설이었다. 그의 사망은 회복할 수 없는 상실이자 비극"이라고 밝혔다. 한때 스포츠를 담당했던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부총리도 "황당한 사고로 젊은 사람이 갔다. 텐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탁월한 연기를 보인 훌륭한 선수로 기억한다.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애도의 말을 전했다.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대표팀 코치인 타티야나 타라소바도 "이 무슨 비극인가. 그는 탁월한 선수였다. 엄청난 비극이다"며 놀라움과 슬픔을 감추지 못했고, 은퇴한 러시아의 '피겨 황제' 예브게니 플루센코도 "이는 큰 상실이다. 그는 훌륭한 인간이자 뛰어난 스포츠맨이었다. 충격적인 소식에 할 말이 없다"고 강한 애도를 표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데니스 텐과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그를 추모했다.

한국 피겨 국가대표 선수들도 데니스 텐의 비보에 경악하며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간판 최다빈(고려대)은 19일 데니스 텐의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뒤 영문으로 "데니스 텐의 사망 소식을 믿을 수 없다. 카자흐스탄에서 날 챙겨주고 힘이 돼 줬던 텐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텐이 내게 해준 마지막 말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많이 그립다"고 슬픈 심정을 밝혔다.

남자 싱글 선수 출신의 이준형(단국대)도 같은 날 텐의 사진과 함께 "당신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편히 쉬세요"라고 SNS에 글을 올렸고, 전 국가대표 곽민정 해설위원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텐의 아이디를 노출하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데니스 텐의 소속사인 한국 올댓스포츠 관계자는 "많은 관계자가 충격에 빠졌다"라며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니스 텐의 선수 경력

 

'의병장 후손' 카자흐스탄의 피겨영웅 데니스 텐이 2016년 6월 4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장에서 열린 아이스쇼 올댓스케이트 2016에서 박력 넘치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 스포츠Q DB]

 

데니스 텐은 다섯 살 때 피겨스케이팅 불모지 카자흐스탄에서 어머니의 권유로 피겨를 시작했다. 이어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노력으로 카자흐스탄의 피겨 영웅이 됐다.

쇼핑몰에 있는 작은 링크를 전전하며 기량을 키운 텐은 열 살 때 러시아로 떠나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10년 미국으로 건너가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반 라이사첵의 지도자인 프랭크 캐롤 코치에게 지도를 받으며 세계 수준의 기량을 갖췄다.

2013년에는 ISU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카자흐스탄 사상 첫 메이저 국제대회 피겨 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또한 2015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에서는 역대 남자 싱글 선수 중 세 번째로 높은 점수(289.46점)로 우승을 차지해 한국팬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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