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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 '셸 위 펜싱!' 쾌감은 찌르고, 스트레스는 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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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 '셸 위 펜싱!' 쾌감은 찌르고, 스트레스는 베고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1.08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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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 현장] 로얄펜싱클럽을 찾아서...'생활체육의 블루오션' 펜싱 인구 증가세, 다이어트 효과도 만점

[300자 Tip!] 펜싱이 올림픽, 아시안게임 효자 종목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대중에 친숙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직접 하는 펜싱은 매우 멀게만 느껴진다. 왠지 모르게 비쌀 것 같고 장벽이 높아만 보인다. 너무 격렬해 다치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당신도 검객이 될 수 있다. 직장인 펜싱 동호회가 속속들이 생기고 있고 지역마다 있는 펜싱 클럽을 방문해 레슨도 받을 수 있다. 제대로 된 운동효과를 누리고 싶은 자, 검을 잡아라. 당신도 검객이 될 수 있다.

[안양=스포츠Q 글 민기홍·사진 노민규 기자] “아아아아아!”

피스트에 올라선 이들의 눈빛이 태극 검객 못지않게 날카롭다. 탄성과 환호가 클럽을 가득 채운다. 득점에 성공한 이는 왼손을 불끈 쥐며 함박 미소를, 찔린 이는 고개를 내저으며 전열을 가다듬는다. 15포인트 경기는 눈 깜짝할 새 끝나버린다.

▲ 엘리트 체육으로 확실히 자리잡은 펜싱은 이제 생활체육 저변 확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10월 막을 내린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금메달 8개, 은메달 6개, 동메달 3개를 수확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이제 펜싱은 스포츠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양궁, 쇼트트랙, 유도, 사격 등과 더불어 국민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는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 운동을 취미로 한다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엘리트 체육으로는 입지를 탄탄히 굳혔지만 아직 생활체육으로서는 기지개를 켜는 단계다. 생활체육 펜싱이 뜨고 있다. 주변을 잘 찾아보면 구본길, 남현희가 될 수 있는 길이 있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자리한 로얄펜싱클럽을 찾았다. 국내에 전문적으로 펜싱을 배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1998 방콕 아시안게임 여자 에페 금메달리스트 고정선 헤드코치가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10여명의 회원들이 몰입해서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 다이어트 효과 만점, “두꺼우면 힘든 운동”

▲ 1998 방콕 아시안게임 에페 금메달리스트 고정선 코치는 2009년부터 직장인과 학생을 대상으로 펜싱을 가르치고 있다.

“두꺼우신 분들은 아무래도 힘들죠. 보시면 알겠지만 대충 뛰었다가는 절대 안됩니다. 5포인트 게임만 해도 땀이 많이 흘러요. 안 찔리려면 절대로 가만히 계시면 안 됩니다. 그랬다가는 100% 찔리겠죠.”

30분 동안 펜싱을 하면 291㎉의 열량이 소모된다. 줄넘기가 270kcal, 스케이팅과 테니스가 190kcal를 소모하는 것을 고려하면 펜싱의 운동 강도가 얼마나 큰 지를 알 수 있다. 고 코치가 “마스크를 쓰는 순간 다이어트는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순식간의 검끝 싸움에서 승패가 갈리는 종목 특성상 빠른 판단력을 위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고 코치는 “찰나의 순간, 약간의 오차에서 오는 묘한 쾌감에 빠지면 절대로 헤어나올 수 없다”고 펜싱의 매력을 어필했다.

그는 입문 코스로 에페를 추천했다. 두 팔을 제외한 상체를 찔러야 하는 플뢰레나 상체만 허용하는 사브르보다는 전신 공격이 가능한 에페가 펜싱의 재미를 더해준다는 것. 25분의 1초 이내에 서로 공격에 성공하면 두 선수 모두 득점한 것으로 인정돼 포인트를 쌓아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펜싱의 칼로리 소모량은 모든 종목을 통틀어서도 최고다. 다이어트 효과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 입문에 40~100만원, 구입하면 반영구적 사용

운동 효과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문제는 결국 비용이다.

“처음에 오신 분들을 상대로는 도복과 장비를 대여해 드려요. 일주일에 한번씩 나오시던 분들이 매력을 알게 되시면 그제서야 칼부터 마스크, 도복, 펜싱화 등 하나둘씩 구입에 나서더라구요.”

대부분의 펜싱 클럽들은 횟수당 비용을 받는 시스템이다. 레슨 한 번에 3~4만원 정도를 지불하면 된다. 고 코치는 “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찾는 경우가 있고 직장인들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운동 하나를 제대로 해보고 싶은 분들이 주로 찾는다”고 전했다.

마스크, 검, 장갑, 메탈 재킷 등 풀 세트 기준으로 80만원대(펜싱화 제외)에서 장비를 갖출 수 있다. 재킷을 입지 않아도 되는 에페의 경우 40만원대로도 경기를 하는데 지장이 없다. 장비 욕심이 있는 이라면 200만원을 들이기도 한다.

품질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 국내에 펜싱 수요가 없어 국산화된 장비가 없다. 소모품인 검날은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한다. 독일산은 15만원선, 중국산은 3~4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박종석(45) 씨는 “한번 사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며 “운동 효과에 비한다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은석(54) 씨 역시 “어떤 운동이든 제대로 하면 100만원 안 드는 운동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 정은석 씨는 펜싱을 하며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모두 털어낸다. 54세의 그는 "펜싱하는 분 중 나보다 나이 많으신 분을 딱 한 분 봤다"고 말했다.

◆ 찌르기는 본능을 자극하는 스포츠

“찌르는 건 인간의 본능 아니겠습니까.”

안형윤 로얄펜싱클럽 대표가 펜싱의 매력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인간은 애초에 먹잇감과 드잡이를 벌이며 찌르는 행위에 익숙해져 있는 존재다. 펜싱은 사냥이라는 행위에서 비롯된 내재적 욕구를 발산할 수 있는 최적의 운동이다.

찌르는 행위는 공부하느라 심신이 지친 학생들에게도 효과 만점이다. 고지원(15) 양과 박용환(14) 군은 “학업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고 간다”며 “내가 생각하는대로 득점이 되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펜싱 입문 1년 6개월만에 7kg을 감량한 박종석 씨는 ‘체급이 없는 종목’이라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키가 작든 크든, 남자든 여자든 붙어서 싸우면 된다”며 “몸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최고의 운동이다. 펜싱이야말로 생활체육의 블루오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클럽의 최고령자 정은석 씨는 “땀에 흥건히 젖은 도복을 짜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며 “마스크를 쓰고 직장 생활로 인해 쌓인 잡념들을 날린다. 6개월만 열심히 하면 실전 경기를 뛰는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 '귀족' 이미지가 발목 잡았다, 동호인 대회 수 급증

“귀족스포츠라는 이미지를 버려야죠. 독일, 프랑스, 영국에서는 태권도하듯이 펜싱하는 걸요.”

‘귀족’이란 말은 고상한 스포츠라는 포지셔닝에 큰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하지만 펜싱이 생활체육으로 자리매김하는데는 가장 큰 적이 돼 왔다. 진입장벽이 높은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귀족스포츠라는 말이 펜싱 저변 확대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김영호가 펜싱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도, 2012년 런던 올림픽과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펜싱이 하루가 멀다하고 금빛 낭보를 전할 때도 펜싱붐은 '한달 반짝'에 불과했다.

▲ 14세의 중학생부터 54세 중년 아저씨에 이르기까지. 격렬해보이지만 펜싱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왼쪽부터 강인성, 정은석, 박종석 씨, 고지원 양, 최재훈 씨, 박용환 군.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지난해 1월에는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제1회 대한펜싱협회 전국남녀동호인대회가 개최됐다. 한국 펜싱의 든든한 후원자인 SK그룹이 적극 추진한 결과였다. 이 자리에는 신아람, 김지연, 구본길, 김정환, 남현희 등 국가대표 스타들이 총출동해 원포인트 레슨을 하기도 했다.

동호인 대회도 부쩍 늘었다. 2~3개월에 한번 꼴로 열리고 있다. 9월에 벌어지는 서울시펜싱선수권대회도 꽤 규모가 크다. 안 대표는 “현재 한국 펜싱 인구는 1000여명 정도로 추산한다”며 “부산, 광주, 대전 등 지방에 클럽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취재 후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영호의 명승부를 지켜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친구들과 함게 교실 뒤로 뛰쳐나가 신문지를 돌돌 만 후 검객이 된 것 마냥 현란한 스텝을 밟아본 적이 있다. 취미가 ‘펜싱’이라면 멋지지 않겠는가. 엘리트 체육에서 확실하게 자리잡은 펜싱, 생활체육으로도 꽤나 매력적이더라.

[SQ스페셜] ② 짜릿한 소통, 부자를 이어준 생활체육 펜싱의 힘도 계속 이어보세요.

[SQ스페셜] ③ '당신도 남현희가 될 수 있다' 생활체육 펜서들 '찰칵' 사진화보로 보실 수 있습니다.

sportsa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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