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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허스토리' 김희애, 그가 '문정숙'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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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Q] '허스토리' 김희애, 그가 '문정숙'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8.07.2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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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김희애를 대표하는 단어는 '우아함'이다. 1980년대 하이틴 스타로 주목받은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온 김희애는 50대인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런 그가 '허스토리'의 문정숙으로 돌아왔다. 찰진 부산 사투리와 걸쭉한 욕은 덤이다. 우아함의 대명사이던 그가 '허스토리'에 끌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영화 '허스토리'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허스토리'는 개봉 이후 적은 상영관으로 누적 관객수 30만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지만 영화를 관람한 팬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뒤늦은 '입소문 바람'을 맞이했다. '허스토리'의 팬들은 직접 영화관을 대관해 '허스토리'를 함께 관람하며 '허스토리' 살리기에 나섰다.

팬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영화 '허스토리'의 중심에는 '문사장' 김희애가 있다. 27일 진행된 팬들의 단관 행사에 직접 참여까지 하면서 영화 '허스토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그다. 위안부라는 힘든 소재, 연기 변신을 감수하면서 그가 '허스토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 영화 '허스토리', 외면할 수 없었던 영화

 

'허스토리'에서 주연 문정숙 역을 맡은 배우 김희애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허스토리'는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26번의 재판을 치렀던 위안부 피해자들과 그들과 연대한 김문숙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관부재판'이라는 작지만 소중한 승리를 다룬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해를 민족주의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던 기존의 영화와는 다른 시선으로 영화 팬들과 평론가들에게 호평받았다.

위안부 소재의 영화들은 관람하는 관객에게도, 연기하는 배우에게도 어려운 영화다. 실제 피해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희애는 "저도 '관부재판'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됐다"며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고 해서 처음부터 특별한 사명감을 가진 건 아니었어요. 연기를 하면서, 왜인지 모르는 반성을 하게 되더라고요. 배우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연기를 해내는 것 밖에 없겠구나 생각했어요. 보시는 관객분들이 저희가 만든 영화로 감동을 받으셨다면 감사할 것 같아요."

김희애도 영화 '허스토리'를 통해 변한 게 있었다.

"영화 '허스토리'를 하면서, 무언가를 제가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계기가 됐어요."

영화 '허스토리' 속에 등장하는 문정숙은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남성 캐릭터들로 보여졌던 '의로운 캐릭터'다. 성공한 여행사 사장인 문정숙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도우면서 개인적인 성장을 이뤄낸다. 처음부터 '의인'이 아니었던 문정숙이 점차 할머니들에게 마음을 열고 그들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은 관객들이 '허스토리' 속 인물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김희애는 "문정숙도 처음부터 '좋은 일을 할거야, 전 재산을 바쳐서라도 재판을 할거야'라는 마음은 아니었을 거다"라며 문정숙에 대해 설명했다.

"문정숙은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오해도 받아요. 일을 하면서 얻는 힘든 점, 실수들도 있는 인물이에요. 현실 속에서 마주 칠 수 있는 인물이 그런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게 저는 더 편안하게 느껴졌어요. 문정숙이라는 인물이 가공한 인물이 아니라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인물로 느껴지니 더욱 감동적이게 와닿더라고요."

# 여배우들과의 앙상블… 중견 여배우로서 김희애의 생각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희애는 데뷔 초인 1980년대 하이틴 스타로 데뷔했다. 이후 1990년대에 결혼한 김희애는 결혼 이후에도 꾸준히 활동하며 비슷한 세대의 여배우들 사이에 압도적인 배우로 거듭났다. 

김희애는 최근 중견 여배우들의 활약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한국 영화계에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현실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여배우들끼리 꾸려가는 영화가 별로 없어요. '허스토리'는 특별한 경우죠. 실제 저희 나이 여배우는 역할을 받기 힘들어요."

김희애는 자신이 어렸던 시절과 현재의 한국영화계가 많이 달라졌다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세상 일은 모르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50대 여배우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심지어 여자인 저조차도 그렇게 생각했죠.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죠. 요새는 제 세대의 여배우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저도 자꾸 위축되지 말고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김희애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의 연기를 보고 감동 받은 사실 또한 밝혔다. 나문희는 2017년 영화 '아이 캔 스피크'로 각종 시상식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며 영화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 선생님을 보면, 자신을 뛰어넘으려고 부단히 노력하시잖아요. 얼마나 힘들게 시간을 보내셨을까 생각하면 존경스러워요. 배우인 저희의 인생은 앞으로도 길잖아요? 작품 내에서 저희가 현실감 있게 존재하는 것도 저희 세대 여배우들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함께 연기한 예수정, 이용녀, 문숙, 김해숙 배우에 대한 존경과 칭찬도 이어졌다. 김희애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던 재판장 장면 촬영이 마치 대입시험장 같았다고 회상했다.

"수다도 안 하세요. 진이 빠질 정도로 집중하고 연기를 하셔서 간식을 가져와 연기하세요. 선생님들이 오래 연기를 하실 수 있는 저력은 순수함 때문인 것 같아요. 겉멋이 없는, 배우로서 결정체만 남은 느낌이랄까요. 그러니까 그런 연기를 해내시는 것 같아요."

함께 친구로 호흡을 맞춘 김선영 배우에 대한 애정도 인터뷰에서 묻어났다.

"제가 김선영 배우의 팬이었어요. 뽀뽀하는 장면, 성적 농담을 주고받는 장면은 모두 김선영 배우의 애드립이었죠. 저는 원래 애드립을 개인적으로 싫어해요. 그런데 김선영 배우의 애드립이 너무 좋은 거 있죠? 그래서 거부할 수 없었어요. 저도 자연스럽게 동화가 되더라고요."

# 김희애의 연기 변신, 일본어부터 사투리·욕설까지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희애가 맡은 문정숙은 당당한 '부산 여자' 캐릭터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업가 캐릭터인 만큼 강한 캐릭터 성을 가지기도 했다. 그동안 김희애가 연기해온 우아한 캐릭터들과는 방점이 달랐다. 

김희애는 '허스토리' 속 문정숙 역할에 대해 "신명나게 한 판 놀았다는 느낌"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일어를 뜻도 모르고 무작정 외웠어요. 당시 너무 열심히 외워서, 1년 전 촬영인데 여전히 대사를 읊을 수 있어요. 욕 연기는 기존보다 많이 줄었던 거였어요. 이용녀 선생님이 하시는 대사가 원래는 제 대사였는데, 감독님이 갑자기 바꾸시더라고요. 감독님은 저를 망가뜨리려고 노력하셨어요. 체중도 10kg 찌웠음 좋겠다고 하셨죠.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어요."

김희애가 생각하는 문정숙은 어떤 캐릭터일까? 김희애는 "이겨야 하는 캐릭터"라고 문정숙을 설명했다.

"문정숙은 '이겨야 하는 캐릭터'예요. 욕망이 큰 캐릭터죠. 그동안 여성 캐릭터에겐 없었던 성격이라 더욱 통쾌함이 있었어요.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단순히 사명감 때문이라기 보다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맞서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 게 좋았어요. 누군가의 이모, 엄마가 아니라 당당하게 스스로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이 저를 움직였어요."

# 김희애의 연기 철학… 언제나 '마지막처럼'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기 때마다 '제 2의 전성기'라는 수식어가 붙는 김희애다. 그만큼 오랜 기간 대중들과 소통하고 사랑받아 온 배우라는 뜻이다. 김희애는 꾸준히 연기할 수 있는 사실에 감사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언제나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제 주위 동료들이 '그 얘기 한 지 10년 넘었다'며 타박을 줘요. 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해왔는데, 또 만났던 캐릭터들이 다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저도 신기하고 감사해요. 앞으로 제 연기 인생에 어떤 선물(캐릭터)이 남아있을지 기대하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노력하고 있죠."

김희애는 배우를 '선택되는 직업'이라고 표현했다.

"연기라는 게 늘 뜻대로 되는 게 아니에요. 선택되는 직업이죠. 그러니 건강하려고 노력하죠. 저도 나문희 선생님의 연기에 자극을 받고 희망을 봤듯, 제가 주류에서 일할 때 누군가가 희망을 봤음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라도 오랫동안 현역으로 일하고 싶어요."

[취재 후기] 김희애는 자신의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 '제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애는 "스스로가 설득을 당한 후 이야기 해야지, '뻥'으로 작품이 좋다고 말 못하겠어요"라며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그의 말처럼 영화 '허스토리'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영화다. 좋지 않은 작품은 좋다고 거짓말 못한다는 배우 '김희애', 그가 선택한 영화 '허스토리'는 흥행 스코어 이상의 의미를 가진 작품이 아닐까. 믿고 보는 배우 김희애가 만들어 낼 앞으로의 '허스토리' 또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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