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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KIA타이거즈 김기태 감독 '파격 용병술', 어떻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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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KIA타이거즈 김기태 감독 '파격 용병술', 어떻게 봐야 할까?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8.07.2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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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1. 프로 3년차인 KIA(기아) 타이거즈 최원준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내야수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최원준은 올 시즌 우익수로 61⅔이닝, 중견수로 1⅓이닝을 소화했다. 주 포지션인 3루수(131⅓이닝)를 포함해 유격수(159이닝), 1루수(34이닝), 2루수(6⅓이닝)로도 뛰었다.

#2. 올해 42살인 KIA 임창용은 삼성 라이온즈 시절인 2007년 9월 30일 현대 유니콘스전 이후 3946일 만인 지난 7월 20일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했다.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선발 마운드에 오른 건 1996년 5월 31일 광주 LG 트윈스전 이후 무려 8085일 만이었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KT전에서 4⅓이닝 2실점 노 디시전을 기록한 뒤 26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4이닝 6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3. 7월 27일 대구 삼성전에서 팀이 10-8로 앞선 연장 11회말, KIA 벤치는 세이브 상황에서 1군 등판 경험이 전무한 고영창을 마운드에 올렸다. 결과는 볼넷, 안타. 부랴부랴 문경찬으로 투수를 바꿨지만 KIA는 22년 만에 나온 끝내기 보크로 주저앉고 말았다.

 

▲ 김기태 감독(왼쪽)이 27일 삼성전에서 보크 판정에 대한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올 시즌 들어 김기태 KIA(기아) 타이거즈 감독의 용병술에 팬들의 반응이 뜨겁다. 포지션 파괴, 파격적인 마운드 운용 등 변화무쌍한 선수 기용에 팬들의 호불호가 확 갈리고 있다. ‘신선한 운영이다’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27일 삼성전 충격적인 끝내기 패배 이후 부정적인 여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10-8로 앞선 11회말을 앞두고 프로 5년 동안 1군 마운드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우완 고영창을 마운드에 올렸다. 사실 이 결정부터가 팬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당시 불펜에는 팻 딘을 비롯해 문경찬, 황인준 등 가용 전력이 충분히 있었다. 굳이 세이브 상황에서 1군 데뷔전을 치르는 투수를 올려야 했느냐는 이야기다. 선수에게도 부담감이 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 고영창이 27일 삼성전에서 구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아니나 다를까. 고영창은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흔들렸다. 첫 타자 김헌곤에게 볼넷을 내준 뒤 배영섭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해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KIA는 마운드를 문경찬으로 바꿨지만 달아오른 삼성의 분위기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문경찬은 1사 후 김성훈에게 1타점 2루타를 허용한 뒤 계속된 2사 만루서 구자욱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10-10. 여기서 이원석 타석 때 보크를 범해 결승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KIA로선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경기였다. 2연패 늪에 빠지면서 삼성에 6위 자리까지 내줬다. 부담이 큰 상황에서 1군 데뷔전을 치른 투수에게 안 좋은 기억만 안겼다.

 

▲ 최원준은 올해 7개의 포지션을 소화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김기태 감독이 파격적인 용병술을 펼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달 25일 한화전에서 최원준을 1루수, 우익수, 유격수로 차례로 기용하는 파격을 단행했다. 최원준은 1루수 미트를 끼고 수비를 보다가 7회엔 외야수 글러브를 끼고 우익수로 나갔다. 8회에는 외야에서 다시 내야로 들어왔다. 유격수 글러브를 착용하고 김선빈의 빈자리를 메웠다.

장점인 타격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이나, 최원준은 올해 9개의 실책을 범하며 견고한 방어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평균 대비 수비 득점 기여를 나타내는 RAA도 –2.15(스탯티즈 기준)로 매우 좋지 않다. 팬들은 유망한 자원인 만큼, 지금이라도 최원준을 한 포지션에 고정해 기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임창용은 선발진에 합류한 뒤 한 번도 5이닝 이상을 던지지 못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서두에 기술한 임창용 선발 투입에 대해서도 못마땅한 반응이 대다수다. 팻 딘이 불펜으로 가면서 선발 한 자리가 비긴 했지만, 그 자리를 굳이 42살 베테랑으로 메울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다. 특히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어 임창용이 체력적으로도 힘들어할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아직 2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임창용은 한 번도 5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했고, 8실점을 기록했다.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해 불펜 과부하만 가중시켰다.

KIA는 지난해 거의 모든 ‘IF’가 터지며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과 멤버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올해는 투타 할 것 없이 곤두박질치며 7위까지 밀려났다.

과연 이 전부를 선수들의 잘못으로 돌릴 수 있을까. 이들을 순리대로 기용하지 않은 김기태 감독에게는 조금의 책임도 물을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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