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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손흥민, 세번째는 '희망울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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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손흥민, 세번째는 '희망울보' 아니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09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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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월드컵 막내 회한의 눈물 펑펑…'55년 무관' 끝낼 아시안컵 에이스, 이번엔 환희의 눈물로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은 별명이 여럿이다. '손세이셔널'에 '손날두'까지. 여기에 '울보'라는 별명도 있다. 아쉬울 때마다 안타까운 경기로 팀이 졌을 때마다 회한과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고 해서 붙여졌다.

손흥민은 대표팀에 들어와서 팬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두번의 눈물을 흘렸다. 그 첫번째가 4년전 아시안컵 때였다.

당시 조광래(61)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막내로 들어간 손흥민은 일본과 아시안컵 4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아쉽게 지고 말았다. 후반 37분 이청용(27·볼턴 원더러스)와 교체돼 투입됐던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의 눈물은 승부욕 그 자체였다. 손흥민은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형들이 잘 뒷받침해줘 기대에 부응하려고 했는데 결국 미치지 못했다"며 "주위에서 경험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이번에 깨달았다. 앞으로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늘 최선을 다하겠다"고 분한 마음에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당시 눈물은 손흥민을 자극했다. 그저 어린 막내에서 성숙한 축구 선수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2010~2011 시즌만 하더라도 교체 선수로 주로 뛰었던 그는 2011~2012 시즌 함부르크SV의 주전으로 발돋움하는 기폭제가 된 눈물이었다.

◆ 아시안컵, 월드컵에서 흘린 눈물, 이젠 명실상부한 에이스다

2012~2013 시즌 함부르크, 2013~2014 시즌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12골씩 넣으며 2년 연속 두자리 득점을 올린 손흥민의 두번째 도전은 바로 브라질 월드컵이었다.

당시 대표팀의 에이스는 손흥민이 아니었다. 이청용이나 기성용(26·스완지 시티)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손흥민이 기대를 모은 것은 분명했지만 에이스라는 칭호를 얻기엔 뭔가 부족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월드컵 데뷔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러시아전 맨오브더매치에 선정되며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의 공격수다운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손흥민은 알제리전 2-4 패배 뒤 벨기에전 0-1 패배로 16강 진출이 좌절된 뒤 다시 한번 눈물을 쏟았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알제리전을 통해 월드컵 데뷔골을 넣은 것도 잊어버렸다. 그저 졌다는 것, 16강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에 침통할 뿐이었다.

이는 손흥민을 한단계 더 발전시켰다. 2014~2015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무려 5골을 넣으며 유럽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분데스리가에서도 16경기 5골로 맹활약 중이다. 이미 공식경기에서 11골을 넣어 세 시즌 연속 두자리 득점을 올렸다.

▲ 손흥민(왼쪽)이 지난 2011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린 AFC 아시안컵 4강전 일본과 경기에서 승부차기에서 진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리고 손흥민은 대표팀의 에이스가 됐다. 첫번째 눈물이 막내에서 진정한 축구선수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면 두번째 눈물은 명실상부한 한국 축구의 에이스로 성숙해지는 눈물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세번째 눈물을 흘리려고 한다. 앞선 두 차례 눈물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번에는 4년전 아시안컵의 회한을 깔끔하게 씻고 55년만에 한국 축구에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안기겠다는 각오다. 시상대에 서서 흘릴 눈물은 아픔과 회한의 눈물이 아니라 기쁨과 환희다. 이전 눈물보다 훨씬 뜨거울 것이다.

◆ 손흥민의 무한 시프트, 슈틸리케호의 강력한 무기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오후 2시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오만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일정에 들어간다. 1차 목표는 당연히 8강 진출. 조 1위를 노린다. 그 이후는 당연히 55년만의 아시안컵 정복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의 우승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영국의 스포츠 베팅 사이트인 윌리엄 힐은 한국의 우승 가능성을 6.50으로 매겼다. 이란(8.00)보다는 높지만 일본(3.25), 호주(4.00)에 이어 세번째다.

또 한국은 아시안컵 4개조 가운데 가장 힘든 조에 편성된 것으로 평가됐다. 윌리엄힐은 어느 조에서 우승팀이 나올 것이냐는 것에 대해 A조를 2.37로 가장 낮게 매겼다. 일본이 속한 D조(2.87)와 이란이 있는 C조(4.50)가 그 뒤를 이었다. 우즈베키스탄, 중국 등이 있는 B조(6.50)가 가장 낮았다.

A조에서 우승팀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아무래도 호주와 한국이 우승 가능성 2, 3위에 오른 영향이 크다.

결국 한국이 A조를 통과해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격이 풀어줘야 한다. 수비에서는 조직력과 실수를 줄이면 어느 정도 단점을 만회할 수 있지만 공격은 터지지 않으면 무소용이다. 축구가 골을 넣어야 이기는 경기임을 생각한다면 공격진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원톱 스트라이커가 없는 상황에서 결국 해줄 선수는 손흥민이다. 김진수(23·호펜하임)와 함께 아직까지 막내이긴 하지만 명실상부한 슈틸리케호의 에이스다.

두번의 눈물이 그를 에이스로 만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의 골 결정력을 고려해 원톱으로 기용할 생각을 갖기도 했었지만 이는 손흥민 본인이 고사함으로써 무산됐다. 손흥민이 동료의 패스를 받아 결정짓기보다는 빠른 돌파로 스스로 기회를 창출해 결정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플레이 스타일을 본다면 원톱보다 측면 공격수가 더 알맞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의 '무한 스위칭'으로 공격의 난맥상을 뚫고자 한다. 손흥민이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서긴 하지만 위치를 수시로 바꾸면서 상대 수비진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계산이다. 이 전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손흥민 뿐 아니라 이청용도 부지런히 상대 수비를 뒤흔들어야 한다.

수비에서 전력 핵심은 기성용이지만 공격에서는 단연 손흥민이다. 손흥민이 터져줘야만 슈틸리케호가 순항할 수 있다. 아시안컵에서 한국 축구가 55년만에 우승을 차지한다면 손흥민의 활약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가 흘릴 '사나이의 세번째 눈물'이 환희의 눈물이어야 하는 이유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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