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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겠다" 다짐처럼, '백절불굴'로 금메달 굴린 류한수 [2018 아시안게임 레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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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겠다" 다짐처럼, '백절불굴'로 금메달 굴린 류한수 [2018 아시안게임 레슬링]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8.08.22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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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강이 바위를 뚫고 흐르는 이유는 힘이 세기 때문이 아니라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불굴의 투지로 아시안게임 2연패를 일군 류한수(30·삼성생명)의 SNS 상태 메시지다. 그가 21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7㎏급에서 금메달을 일군 건 강인한 정신력을 갖췄기에 가능했다.

 

▲ 류한수가 21일 금메달을 획득한 뒤 열린 시상식에서 메달을 깨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류한수는 레슬링을 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구 경구중 1학년 때 감독의 권유로 레슬링을 시작한 류한수는 학창 시절 승승장구했지만 성인 무대에서는 오랜 무명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레코로만형 60kg급에서는 정지현(35·현 국가대표팀 코치)에게 밀렸고 66kg급에서는 ‘절친’ 김현우(30·삼성생명)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류한수는 과거 스포츠Q와 인터뷰에서 “2008년부터 선수촌에서 훈련 파트너가 돼야 했을 때는 정말 있기가 싫었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형들 기술 연습 상대나 되어주고 인형처럼 있나’는 생각만 했다”며 “주말에 밖에서 스트레스를 푼 뒤 ‘가서 열심히 해야지’라고 다짐하지만 반복되는 생활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류한수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2012 런던 올림픽 이후였다. 김현우가 런던에서 그레코로만형 66㎏급 정상에 오른 뒤 체급을 75㎏급으로 상향 조정한 것. 류한수로서는 정신이 번쩍 드는 계기가 됐다.

숨이 턱턱 막히고 시야가 흐려진다는 ‘사점(Dead point) 훈련’을 매일 견뎌낸 류한수는 자신의 기량을 급상승시켰고, 각종 굵직굵직한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레슬링에 14년 만에 금메달을 안긴 그는 이듬해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5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던 아시아선수권을 잇따라 석권했다.

 

▲ 류한수의 모바일 메신저(SNS) 상태 메시지. [사진=해당 사진 캡처]

 

이제 올림픽 금메달만 추가하면 그랜드슬램이었다. 당시 세계랭킹 3위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격한 류한수는 16강전에서 랭킹 2위 선수를 꺾으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미르간 아루튜난(아르메니아)에게 1-2로 져 4강 진출이 좌절된 뒤 패자부활전을 거쳐 올라선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라술 추나예프(아제르바이잔)에게 경기 시작 2분 10초 만에 파테르 상황에서 옆굴리기를 연거푸 허용, 0-8 테크니컬 폴 패를 당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끝난 경기였고 류한수는 한동안 매트 위에 무릎을 꿇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간절히 원하고 바랐던 올림픽 금메달이 허무하게 날아갔다. 그러나 류한수는 멈추지 않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의 교두보가 될 이번 아시안게임을 위해 다시금 레슬링화 끈을 조여 맸다. 레슬링 대표팀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충청북도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파트너와, 매트와 매일같이 씨름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인고의 시간을 보낸 류한수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2년 전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털어냈다. 다만 현재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뉴시스에 따르면 금메달 획득 후 류한수는 “수술한 양쪽 팔꿈치 반대 쪽 부분에 관절염이 와서 모두 아픈 상태다. 나 말고 다른 선수들도 모두 아프겠지만, 내색을 안 하고 경기에 뛰고 있다. 팔이 아프면 다리를 더 빨리 움직이면 된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부상 중이지만 류한수는 리우에서 흘린 눈물을 완전히 거두기 위해, 그랜드슬래머라는 선수로서 최종 목표를 위해 다시 뛴다.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한 상태 메시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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