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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5) 21스캇 "홍대신은 이미 죽고 있어요"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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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5) 21스캇 "홍대신은 이미 죽고 있어요" (下)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1.10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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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박영웅 · 사진 이상민 기자] 펑크록은 빠른 비트와 거친 기타 반주, 반항이 상징인 록 장르다. 70년 대 섹스 피스톨즈의 등장 이후 현재까지 펑크록은 저항과 비판의 상징이 됐다.

21스캇은 이런 펑크록 밴드 답게 본인들의 음악 외에도 침체한 우리나라 인디신에 대한 거침없는 지적과 나아가야 할 방향성도 제시했다. 이들이 직접 인디신에서 활동하며 힘겨웠던 점과 우리나라 인디신에 대한 가감 없는 비판을 직접 들어봤다.

▲ 김성훈 (보컬·기타)

◆우리나라 인디신의 문제 첫 번째 "수요가 없어요"

21스캇 멤버들은 각자 우리나라 인디신의 중심 홍대에서 10여 년 이상을 활동해온 만큼 이들이 보는 우리나라 인디신의 문제점은 똑같았다. 바로 "수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디신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수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솔직하게 클럽공연이 중심인 홍대신에서 꾸준하게 100명 이상의 관객을 모을 수 있는 밴드는 손에 꼽을 정도예요. 여기서 문제가 됩니다. 자연스럽게 클럽들은 관객을 어느 정도 모을 수 있는 밴드들에게 집중되고 신인 밴드들은 음악을 할 기회를 잃게 되죠."

"이 영향으로 결국 실력 있는 신예 밴드는 제대로 나오질 않고 있어요. 기존에 있던 밴드들은 그나마 관객들을 모을 수 있는 밴드에 달라붙고요. 결국, 계보는 끊어지고 있고 파벌만 만들어지는 상황이죠."

"가뜩이나 기존 팬층도 얇고 나이를 들어가고 있는데 실력 있는 신예 밴드가 제대로 나오지 않다 보니 수요는 날이 갈수록 줄고 있고 시장은 더욱 힘들어 지고 있는 것입니다."

▲ 정재윤 (베이스)

◆ 두 번째 "상업적으로 변하는 홍대. 인디밴드들은 죽습니다"

21스캇 멤버들은 우리나라 인디신의 상징인 홍대 거리가 급속하게 상업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문제도 지적했다.

"우리 인디신을 죽이는 현상은 또 있어요. 바로 홍대의 상업화예요. 유흥 클럽이 늘어나자 음악보다는 놀기 위한 국내 관광객이 늘었고 한류열풍이 불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홍대로 몰려들기 시작했어요. 밤에는 명동, 저녁에는 영등포가 홍대입니다. 자연히 대기업들이 홍대 상권을 장악하고 있죠."

"인디 밴드들이 공연할 클럽들은 비싼 월세에 하나둘씩 문을 닫고 인디 밴드들은 갈 길을 잃고 홍대에서 이탈하게 됐어요. 이게 얼마나 무서운 줄 아세요? 그나마 우리나라 인디신을 지탱해주던 홍대 거리가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홍대신이 죽으면서 자연히 우리도 죽고 있어요."

▲ 김대원 (드럼)

◆ 세 번째 "멤버 돌려막기"

최근 우리나라 인디신은 유행처럼 멤버 돌려막기가 성행하고 있다. '멤버 돌려막기'란 멤버 한 명이 한 팀에 계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두 개 세 개의 밴드에 함께 참여하면서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21스캇은 이것이 인디신의 발전에 큰 문제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멤버 돌려막기를 하면 문제가 큽니다. 이름있는 멤버들만 계속해 팀을 돌고, 두세 개씩 팀을 맡고 있다 보면 자연히 신인들이 설 기회는 줄어드는 겁니다. 멤버들은 나이를 먹고 젊은 신인들은 없는데 어떤 새로운 팬이 생기겠습니까?"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맹목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콘텐츠 소비도 안 되고 설 무대는 줄어드는데 신인을 발굴할 능력도 없는 인디신의 멤버 돌려막기는 어쩔 수 없는 것이죠."

 

◆ 해결책은 과연 있을까?

이런 인디신의 심각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있을까? 21스캇 멤버들은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토토가 보셨죠? 분명 복고적인 감성은 돌고 돈다고 생각해요. 아이돌에 지치고 랩과 힙합에 지치다 보면 대중 중에서는 자연히 인디신의 록 음악을 찾는 사람들이 생길 겁니다. 이들로 우리가 살겠죠. 다만 시간이 많이 흘러야 할 것입니다."(김대원)

"저도 이 부분에는 동의하는데 일단 현재 상황만 보면 이 신은 시간이 많이 흘러 우리 손자 대에나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을 하려면 음악을 하는 도시가 있어야 하는데 도시도 없고. 신인도 나오지 않고 당장은 답이 없네요." (정재윤)

"10년 전에도 우린 이런 힘든 시기를 버텼잖아요. 앞으로도 버텨볼 생각입니다. 우리가 버티는 것, 전 그것이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성훈)

이들에게 우리나라 인디신의 문제점은 제대로 들을 수 있었지만, 해결책은 듣기 힘들었다.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리더 김성훈의 말처럼 버텨야 산다는 이 말이 어쩌면 우리나라 인디레이블이 살게 될 최고의 해결책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멤버들은 기자를 향해 이런 말을 남겼다.

"기자님 모든 매체가 우리 인디신에 관심을 안 주는 마당에 이걸 시작하시다니…. 그것도 가장 인디신이 힘든 시기에. 하지만, 그래서 더 많이 얻어 가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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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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