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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정 32년 만에 새로 쓴 여자 체조 역사, "장하다" 여홍철의 눈물 [2018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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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정 32년 만에 새로 쓴 여자 체조 역사, "장하다" 여홍철의 눈물 [2018 아시안게임]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8.23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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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장하다 장해. 서정아.”

비운의 ‘도마 신’ 여홍철(47) 경희대 교수이자 KBS 체조 해설위원은 자신의 둘째 딸이자 새로운 한국 체조 여제로 떠오른 여서정(16·경기체고)의 금빛 점프에 눈시울을 붉혔다.

여서정은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 전시장(JIEXPO)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1,2차 평균 14.387점(14.525, 14.250)을 획득,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여자 체조가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한 건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무려 32년만이다. 도마 종목에선 최초의 금메달.

 

▲ 여서정이 23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화려한 기술에 이은 안정적인 착지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서정의 아버지 여홍철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도마 은메달리스트다. 양학선 이전 ‘원조 도마의 신’이라 불리던 그였다. 양학선과 마찬가지로 자신만이 구사할 수 있는 ‘여1’, ‘여2’ 등을 개발하며 세계 체조계를 놀라게 했다.

아시안게임에선 1994년 히로시마, 1998년 방콕 대회에서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을 정도로 아시아를 평정했던 여홍철이다. 다만 세계 무대에선 올림픽 은메달에 이어 1996년 세계선수권에서도 은메달에 그쳤다. 착지에서 아쉬움을 남겨 ‘비운의 스타’라고도 불릴 정도로 실력만큼은 세계 정상급이었다.

‘체조 DNA’는 속일 수 없었다. 예선 1위로 결선에 오른 여서정은 전체 8명 중 가장 마지막에 나섰다. 만 16세에 감당해 내기엔 다소 벅찰 정도로 큰 무대였지만 아버지 못지않은 대담함으로 매트 위에 섰다.

 

▲ 아버지 여홍철(왼쪽)과 여서정. [사진=연합뉴스]

 

1차 시기에선 5.80의 고난도 기술을 구사했다. 도마를 짚은 뒤 몸을 펴 비틀며 540도 앞으로 도는 기술이다. 착지에서 다소 불안하기는 했지만 크게 매트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여홍철 해설위원은 “괜찮아요”라고 외쳤다. 실시점수 8.725를 더해 14.525점을 획득, 43세 베테랑 옥사나 슈소비티나(우즈베키스탄·14.350)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차 시기엔 보다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 난도 5.40의 기술. 뒤로 720도 몸을 비틀어 뛴 여서정은 1차 시기보다 안정적인 착지로 수행점수 8.850을 더해 14.250을 받았다. 결국 슈소비타나(14.287)와 점수 차를 0.1로 지키며 금메달을 수확해냈다. 북한 변례영은 13.875로 여서정과 큰 차이를 보이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서정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여홍철 위원은 “제가 내려가서 안아주고 싶습니다”며 함께 중계를 한 캐스터와 손을 꼭 맞잡으며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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