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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작가, '트와이스 이야기 쓰게 된다면 흥미로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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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작가, '트와이스 이야기 쓰게 된다면 흥미로울 것'
  • 김혜원 기자
  • 승인 2018.08.25 0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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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혜원 기자]  

"96페이지 아래 문단부터 읽겠습니다."

마치 문학 시간을 연상케 하는 낭독회는 100여 명의 관객과 함께 진행됐다. 한국 문학에 애정을 가진 독자들은 어떠한 부연설명도 요구하지 않았다. 작가의 음성을 통해 전달된 이야기는 특별한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21일 오후 7시 30분 홍대 복합문화공간 프리스타일에서는 김중혁 소설가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최은영 작가와의 대담이 진행됐다. 2013년 '쇼코의 미소'로 처음 한국 문단에 등장한 최은영 작가는 이후 '제5회 젊은 작가상', '제8회 허균 문학 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이목을 모았다.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작가 [사진= 예스24 제공]

 

예스24가 한국문학 팬들을 위한 특별한 만남을 준비했다. 100명의 독자를 초대해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소설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내게 무해한 사람'의 최은영 작가의 여름 문학 학교를 개최한 것. 한국 문학을 이끌 젊은 작가의 입을 통해 영감의 원천을 엿들을 기회였다.

이날 진행된 '예스24 여름 문학 학교'에서는  최은영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을 중심으로 낭독회와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레즈비언 커플, 두 자매 등 사회 속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을 그려낸 최은영 작가답게 독자들의 주된 궁금증 역시 '최은영만의 문학관'에 있었다.

진행을 맡은 김중혁 작가는 “내게 무해한 사람을 보며 여성의 고단함을 간접적으로 느꼈다. 남성으로서, 한국 문단의 남성 작가로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됐다"며 여성들의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를 물었다.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작가 [사진=예스24 제공]

 

최은영 작가는 "작가가 아닌 독자로서 재미있게 읽었던 글이 여성의 이야기였다. 그중에서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보여주는 글이 좋았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여성작가가 쓴 글이라고 모두 여성주의적인 작품은 아니다.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검열된 여성은 남성처럼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최은영 작가에게 '영감의 원천'은 무엇일까. 

최은영 작가는 "자신이 느낀 감정과 사람 사이의 미묘한 순간들을 글에 녹여내려고 한다"며 "근본적인 영감의 원천은 다독이다. 나는 어린 나이에 등단한 작가들에게서 볼 수 있는 반짝거림이나 영민함은 없다. 그래서 많은 책을 읽고 그 안에서 리듬을 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리듬을 갖지 못하면 글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집필 과정에서 음악을 즐겨 듣느냐는 독자의 질문에 최은영 작가는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글을 쓸 때 집중을 해야 하므로 기계음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트와이스는 좋아한다" 단순한 취향 고백인 줄 알았던 것은 꽤 진지한 방향으로 이어졌다.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작가 [사진=예스24 제공]

 

최은영 작가는 "걸그룹 트와이스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는 나에게 일종의 길티플레저(guilty pleasure)다"며 "트와이스의 노래와 무대를 보며 즐거움을 얻지만, 식스틴(Mnet 트와이스 멤버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비판적 시각으로 봤다. 해당 프로그램이 젊은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에 큰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 독자는 "작가님은 여성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걸그룹을 주제로 글을 쓸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은영 작가는 "트와이스 뿐 아니라 레드벨벳 등 걸그룹을 볼 때마다 우리 사회가 그들을 소비하는 모습에서 다양한 모순을 느낀다. 후일 내가 느낀 감정을 에세이로 쓸 수 있다면 흥미로울 것 같다"고 답하며 양가감정은 다양한 형태로 증폭됨을 보여줬다.     

앞서 최은영 작가는 여성의 '자기 검열'에 경종을 울린 바 있다. 최은영 작가는 "예술계 여성의 자기 검열은 더욱 심하다. 남성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작품이 내포한 의미를 주장하는 것과 달리 여성 작가들은 수많은 자기 검열로 창작을 포기하게 된다"며 도덕적으로 완벽한 글에 대한 강박감이 창작을 포기하게 되는 기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최은영 작가는 "나 또한 그러했다. 그래서 글이 안 써지는 순간도 많았다. 극한으로 자신을 내몰았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하지만 명작은 못 써도 망작을 많이 써야 좋은 것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못 썼다면, 망신당하고 또 쓰면 된다. 한국 여성들은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하다. 조금 더 관대해지면, 조금 더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끝인사를 전했다. 

'예스24 여름 문학 학교'는 작가의 입으로 작품 안팎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문학과 웃음이 함께 한 이날 행사는 100여 명의 독자가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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